아이돌은 왜 자꾸 '밖'으로 나갈까 [엔터로그]

입력 2026-03-18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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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랑하는 스타와 인기 콘텐츠, 그 이면의 맥락을 들여다봅니다. 화려한 조명 뒤 자리 잡은 조용한 이야기들. '엔터로그'에서 만나보세요.

▲(사진제공=빅히트 뮤직)
▲(사진제공=빅히트 뮤직)

컴백을 앞둔 아이돌의 이름이 도심 한복판에 등장하는 요즘입니다. 피켓 속 의미심장한 문구가 눈길을 끌고요. 공식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보지 못했던 콘셉트 포토가 길거리에 먼저 공개되죠. 아예 길거리에 직접 출격(?)하는 이들도 포착됩니다. 게릴라 이벤트처럼 시민들을 만나 소통하기도 하고요. 아예 팬들과 함께 대형 행사를 열기도 합니다. '보러 가는 존재'였던 아이돌이 '우연히 마주치는 존재'로도 영역을 확장했달까요.

이 낯선 풍경은 우연이 아닙니다. 무대를 '밖'으로 옮기는 의도적인 흐름으로 해석해야 하는데요. 온라인 중심으로 흘러가던 프로모션이 포화 상태에 이르자 이제는 팬들이 직접 발걸음을 옮기게 만드는 방식으로 전략이 확장된 셈입니다.

▲(사진제공=FNC엔터테인먼트)
▲(사진제공=FNC엔터테인먼트)

성수동 뜨고 운동회 연다…거리서 포착되는 그 이름

13일 대표적인 핫플레이스 성수동에서는 의심스러운 광경이 펼쳐졌습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검은 무리가 진지한 얼굴로 거리를 돌아다녀 시민들의 궁금증을 자아낸 건데요. 한 네티즌이 X(옛 트위터)에 게시한 사진을 보면 이들은 모두 '피원하모니 세상을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있었습니다. 이 글은 X에서 170만 회 이상의 조회 수를 기록하며 화제가 됐죠.

이 희한한 광경은 피원하모니의 컴백과 이어집니다. 12일 미니 9집 '유니크(UNIQUE)'를 발매한 피원하모니는 전작 '더!(DUH!)' 이후 약 10개월 만에 컴백했는데요. 서사도 눈길을 끌었습니다. 전작에서 파업을 선언했던 '히어로' 피원하모니가 다시 영웅으로 복귀하기까지의 여정을 그렸죠.

앞서 피원하모니는 이달 초 운동회를 개최하면서 눈길을 끌기도 했습니다. 청팀과 홍팀으로 나뉘어 선수단과 응원단이 팽팽히 겨루는 등 분위기를 제대로 끌어올렸죠. 당초 행사는 운동회답게 야외 운동장에서 개최될 예정이었으나, 기상 악화가 예상되면서 실내로 장소가 변경된 바 있습니다.

지난해 10월엔 투모로우바이투게더 멤버 연준이 첫 솔로앨범 '노 레이블즈: 파트 01(NO LABELS: PART 01)' 관련 프로모션으로 시민들의 관심을 모았습니다. 온라인에서 콘셉트 포토를 공개하는 대신 성수동에서 오프라인 포스터, 대형 쇼핑백을 활용해 첫 비주얼을 오픈한 겁니다.

같은 해 3월 NCT 마크도 솔로 활동의 남다른 프로모션으로 주목받은 바 있는데요. 성수동 거리에 과일을 찾는 내용의 포스터를 붙여놓은 걸 시작으로 앨범에 대한 힌트를 줬습니다. 포스터 속 QR코드를 스캔하면 마크의 일상 브이로그로 연결되는가 하면, 브이로그에 마크가 지역 기반 플랫폼인 당근을 사용하는 모습이 담겨 호기심을 자아냈죠. 이용자들이 찾아낸 마크의 당근 계정에는 앨범과 연관된 게시물들이 게재돼 있어 본격적인 컴백 전부터 재미를 줬습니다.

▲(사진제공=빅히트 뮤직)
▲(사진제공=빅히트 뮤직)

도시를 무대로…IP의 공간 확장

하이브의 '더 시티(The City)' 프로젝트는 아예 도심 한복판을 하나의 무대로 확장한 사례입니다. 특정 가수의 공연이 열리는 도시를 하나의 테마파크처럼 설계하는 건데요. 단순히 공연장 안에서 끝나는 경험이 아니라 숙박·식음료·쇼핑 등 도심에서 이어지는 소비자들의 동선을 모두 아티스트 IP로 연결하는 구조죠. 팬들은 공연을 보러 오는 동시에 도시 곳곳에서 아티스트의 세계관을 '살아보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시작은 방탄소년단(BTS)이었습니다. 2022년 4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콘서트 'BTS 퍼미션 투 댄스 온 스테이지(BTS PERMISSION TO DANCE ON STAGE)' 전후로 인근 지역에 방탄소년단 IP를 결합한 다양한 경험 요소들을 마련했는데요. '세계 3대 분수 쇼' 중 하나로 유명한 벨라지오 호텔의 분수가 공연이 열리는 동안 '버터(Butter)', '다이너마이트(Dynamite)' 등 방탄소년단의 히트곡과 함께 쇼를 펼치는가 하면, 호텔에서는 BTS 테마룸을 마련, 멤버들이 쓴 메시지 카드와 포토카드를 증정하고 레스토랑에서는 멤버들이 추천하는 한식 코스를 체험하는 식이었죠.

이어 세븐틴, 엔하이픈도 더 시티 프로젝트를 선보였습니다. 장소도 매번 달라졌는데요. 한국에서는 서울과 부산·인천, 일본에서는 도쿄·오사카·후쿠오카, 태국 방콕,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등 더 시티 프로젝트를 개최하는 도시마다 높은 경제 효과를 일으켜 눈길을 끌었습니다. 일례로 2022년 4월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방탄소년단의 더 시티는 2주간 벨라지오 분수쇼에 20만 명이 몰렸고요. 팝업스토어와 사진전 두 곳에서는 11만4000명을 동원한 바 있습니다. 당시 코로나19로 관광객의 발길이 끊겼던 네바다 주 전체에 활기를 불어넣었다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20일 정규 5집 '아리랑(ARIRANG)'을 발매하고 컴백하는 방탄소년단의 완전체를 기념한 더 시티 프로젝트도 곧 막을 올립니다. 숭례문, 남산서울타워 등지에서 미디어 파사드가 진행되고요. 뚝섬 한강공원 하늘은 드론 라이트쇼로 물들 예정이죠.

방탄소년단의 첫 완전체 컴백 무대인 광화문 광장 일대에는 대형 옥외 전광판에 컴백 관련 콘텐츠가 송출됩니다. 동대문디자인플라자(이하 'DDP')와 반포대교 달빛무지개분수에서는 뮤직 라이트쇼가 열립니다.

식음료(F&B) 업계도 바빠졌습니다. 방탄소년단 멤버 뷔가 공식 모델인 컴포즈 커피는 'BTS 더 시티 아리랑 서울'과의 협업을 통해 컬래버레이션 음료 2종을 서울과 경기 고양시의 매장 450여 곳에서 선보이고요. 아워홈은 인천국제공항 제1·2여객터미널 '컬리너리스퀘어 바이 아워홈'에서 방탄소년단 멤버들의 선호 메뉴인 들기름 비빔모밀과 돈가스 세트를 판매, 해외 아미들의 방한 처음과 끝을 공략합니다. 아티제는 '아리랑'에서 영감을 받아 팥과 흥국쌀로 만든 붉은색 찹쌀 밤팥빵, 딸기 오미자 티 등을 출시합니다.

이밖에도 금융, 모빌리티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이번 'BTS 더 시티 아리랑 서울'과 함께하는데요. 도시의 핵심 랜드마크부터 먹거리, 교통 인프라까지 콘텐츠화해 팬들의 이동 자체를 경험으로 승화하는 시도입니다. 공연 전후 시간도 비워두지 않고 머무는 모든 순간을 체험으로 이어지게 설계한 셈이죠.

기존 공연 비즈니스가 티켓과 머천다이즈(MD)에 집중됐다면, '더 시티'는 숙박·외식·관광 등 타 산업과 결합하며 수익 구조를 확장합니다. 팬들이 도시 전체를 이동하는 만큼 지역 경제에도 직접적인 파급 효과를 남기는데요. 이번 방탄소년단 컴백 더 시티 프로젝트의 경우, 세계적인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의 에라스 투어가 미국 경제에 안긴 50억 달러, 우리 돈으로 약 7조4800억원의 효과를 뛰어넘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는 상황입니다.

▲(사진제공=빅히트 뮤직)
▲(사진제공=빅히트 뮤직)

음악 그 이상…'일상' 겨냥하는 K팝

이 같은 오프라인 이벤트의 핵심은 팬들의 일상에 아티스트의 정체성을 자연스럽게 녹여내는 데 있습니다.

SNS 공간이 포화하면서 디지털 콘텐츠만으로는 차별화된 인상을 남기기 어려워진 지금, 기획사들은 스크린을 넘어 팬들이 직접 발을 딛고 서 있는 물리적 공간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데요. 팬이 아닌 일반 대중에게도 자연스럽게 노출되면서 생생한 '목격담'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

특히 이 같은 프로모션은 팬들에게 특별한 경험을 선사하면서 이들이 스스로 콘텐츠를 재생산하고 퍼뜨리는 주체가 되도록 유도합니다. 기획사 입장에서는 이 참여 구조를 통해 팬덤의 결속을 강화하는 동시에 오프라인 공간을 새로운 수익 창출의 장으로 확장할 수 있을 것으로도 기대되는데요. 이는 K팝이 단순히 듣고 보는 음악을 넘어 관광과 식문화 등 라이프 스타일 전 영역으로 확장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방증하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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