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 하이닉스 인수 결정 속셈은?

입력 2009-09-23 09:04 수정 2009-09-23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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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너지 효과 없고 자금력 부담…재계, 배경에 관심 집중

효성그룹이 22일 단독으로 하이닉스반도체 인수전에 뛰어 들었다. 시장에선 의외라는 반응과 함께 그 배경에 재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하이닉스의 경우 효성보다 몸집이 큰데다 인수 후 사업적 시너지가 없고 인수자금 마련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그동안 일각에서 효성이 하이닉스에 관심이 있다는 관측이 제기될 때마다 "사업의 시너지를 기대하기 어려워 관심이 없다"며 강력히 부인해 왔던 만큼 이번 전략변화를 불러온 이유에 대해서도 여러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아직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한 단계에 불과한 만큼 최종적으로 하이닉스 인수에 성공하기까지 넘어야 할 단계가 많이 남아있지만 인수를 마무리할 경우 효성은 재계 10위권 중반으로 자산규모가 확대된다.

◆인수 결정 왜?…사업다각화 포석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효성의 인수전 참여는 시장이나 채권단 조차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다. 특히 효성은 그동안 하이닉스의 인수대상기업으로 거명될 때마다 강력히 부인해 왔기 때문에 의외라는 게 시장의 공통된 반응인 것이다.

효성의 인수전 참여는 사업다각화를 위한 포석인 것으로 풀이된다. 효성 관계자는 "그룹의 새 성장동력 확보를 통해 미래 캐시카우를 마련하기 위한 전략으로 하이닉스 인수를 추진키로 했다"며 "경영진이 심도 깊은 검토 끝에 결단을 내린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그룹 핵심사업인 중공업을 비롯해 산업자재, 섬유, 화학, 정보통신, 전자재료 등 7개 분야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있는 상황에 성장사업으로 외연을 확대하려고 했던 효성의 눈높이에 하이닉스가 맞았다는 것이다.

기존 전자재료 및 정보통신 사업과의 시너지 효과도 기대되는데다 최근 메모리반도체 시황이 개선되면서 하이닉스가 흑자로 돌아서고 있는 것도 인수자의 부담을 덜어주는 요인이다.

조석래 효성 회장도 지난 10일 열린 전경련 회장단 회의에서 "인수·합병(M&A)에 관심이 있다"며 M&A를 통한 성장에 큰 관심을 보였다.그러나 시장의 반응은 차갑다. 효성의 기존사업과 하이닉스의 반도체사업간 시너지 효과가 거의 없다는 판단에서다.

한 증권사의 애널리스트는 "효성은 변압기, 전압기, 타이어코드 등을 주로 생산하는 업체여서 반도체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사업군이 없는게 사실"이라며 "4조원을 넘을 것으로 추산되는 인수자금의 덩치가 워낙 크기 때문에 주가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공산이 크다"고 밝혔다.

◆인수자금 마련 어려울 듯

인수자로 나선 효성의 자산 규모는 6조900억원(2008년 기준)이다. 반면 하이닉스의 자산 규모는 약 13조1990억원으로 경영권 프리미엄을 감안한 하이닉스 인수 가격(전체 지분의 28.07%)이 4조원을 넘을 것이라는 보여 자금조달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최근 효성의 주가 상승이 지속적으로 이뤄졌고, 풍력발전기 등 신성장 분야에서 성과를 내고 있지만 전체적인 자금 부담이 만만치 않아 보인다. 일각에서는 인수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안양 공장부지 등을 매각할 수 있겠지만 부동산의 속성상 단기간에 팔기 어려워 이 또한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재계에서는 효성이 재무적투자자(FI)와의 컨소시엄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대우건설을 다시 시장에 내놓은 것과 같이 덩치에 맞지 않게 인수할 경우 나중에 힘들어질 수 있다" 며 "효성의 재무제표와 유동성 등을 고려할 때 별도로 재무적투자자를 끌어들여 자금조달에 나서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이 관계자는 또 "하이닉스 인수에 관심을 보였던 다른 기업들이 발을 뺀 것도 비용적인 문제를 해결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인수자금 뿐만 아니라 향후 하이닉스가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시설투자가 필요할 것이라는 점도 문제다.

메모리 반도체 생산을 위해 구형 장비를 신형 장비로 교체하는 등 연간 2조원 전후의 설비투자가 필요한데다가 하이닉스의 약 8조원에 이르는 부채에 따른 이자비용 등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결국 매각대금과 최초 설비투자비용을 감안하면 최소한 6조원 정도의 자금여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계산이 가능하다.

따라서 향후 매각과정에서 인수가격을 놓고 주주협의회와의 이견이 크다고 판단될 경우 하이닉스 인수를 포기할 가능성도 배제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재계 관계자는 "인수 절차가 아직 많이 남아있기 때문에 현 시점에서 매각 성사 여부를 말하기엔 이르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편 효성이 하이닉스 인수에 성공하더라도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1, 2위인 삼성전자와 하이닉스의 기존 위상이 워낙 굳건해 반도체 산업의 전체 구도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올 2분기를 기준으로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는 세계 반도체 D램 시장에서 각각 34.1%와 21.7%의 점유율로 1, 2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하이닉스 주식관리협의회는 효성을 상대로 다음달까지 예비입찰 제안서를 받은 후 본입찰과 실사 절차를 거치게 된다. 오는 11월까지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계획이다. 효성의 단독 참여에도 불구하고 공개입찰 매각 방식을 그대로 유지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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