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상자산 시장을 10년 넘게 짓눌러온 '증권성 논쟁'이 중대한 분기점을 맞았다. 미국 금융당국이 주요 가상자산을 일괄적으로 증권으로 보지 않고 자산 성격에 따라 구분해 규율하겠다는 해석 지침을 내놓으면서 그간 규제 불확실성에 가로막혔던 제도권 자금 유입 기대도 다시 커지고 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가 제시한 가상자산 해석 지침은 자산 분류의 기준선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이번 조치는 '자산 자체'와 '판매 방식'을 구분해 봤다는 점에서 시장 주목을 끌고 있다. 특정 코인이 발행 과정에서 투자계약 형태로 판매됐더라도, 유통시장에서 거래되는 코인 자체까지 곧바로 증권으로 단정하지는 않겠다는 판단 기준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먼저 시선이 쏠리는 곳은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이다. 그간 자산운용사들은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외 알트코인을 기초자산으로 한 상품 설계 의지가 있었음에도, 해당 자산이 추후 증권으로 판단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법적 부담 탓에 보수적인 태도를 유지해왔다. 그러나 SEC 해석서가 솔라나와 XRP 등을 디지털 상품으로 분류하고 증권이 아니라고 명확히 판단하면서 관련 부담은 한층 낮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여기에 지난해 9월 도입된 현물 ETF 일반 상장 기준에 따라 심사 기간이 기존보다 대폭 짧아진 점까지 맞물리며 관련 상품 논의가 가속화될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기관투자자들 행보 역시 빨라질 가능성이 거론된다. 그간 연기금과 은행, 자산운용사 등은 규제 모호성 탓에 가상자산 투자에 선뜻 나서지 못했다. 그러나 이번 지침으로 자산 분류 기준과 판단 원칙이 보다 구체화되면서 기관들도 내부 투자 가이드라인과 리스크 관리 체계를 정비할 근거를 확보하게 됐다는 평가다. 즉, 당장 대규모 매수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기관들이 본격적인 투자 검토에 나설 근거를 마련해줄 수 있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사업모델 확장성도 커졌다는 평가다. 미 당국은 프로토콜 차원의 스테이킹과 채굴, 래핑(Wrapping) 등을 증권 모집 행위로 보지 않기로 했다. 이에 따라 규제 우려로 위축됐던 국내외 탈중앙화 무기한 선물 거래소(PerpDEX)와 스테이킹 서비스 등 일부 사업모델 부담이 다소 완화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가상자산 시장의 질적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분석한다. 강동현 코빗 리서치센터 연구위원은 "아직 입법과 세부 규정 정비가 남아있어 이번 해석만으로 기관 자금 유입이 본격화된다고 보기는 어렵다"면서도 "이번 해석은 SEC와 CFTC의 관할 경계를 보다 명확히 하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고, SEC가 대부분의 가상자산을 그 자체로는 증권으로 보지 않는 방향을 제시한 건 기존 강경 기조에서 벗어나려는 신호로 읽힌다"고 진단했다. 이어 "기관투자자 입장에서는 진입장벽을 낮추는 발표로 볼 수 있고, ETF 시장에도 기초자산의 법적 성격이 보다 명확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