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공부문 청렴 정책 방향도 변화하고 있다. 과거에는 비위 발생 이후의 처벌과 통제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최근에는 사전 위험요인을 관리하고 조직문화 속에서 청렴을 실천하는 방향으로 정책의 중심이 이동하고 있다. 이해충돌 관리, 내부통제 체계 강화, 적극 행정과의 균형 등 다양한 제도적 장치가 이를 잘 보여준다.
특히 조직이 커지고 업무가 복잡해질수록 사전에 위험요인을 식별하고 관리하는 내부통제 시스템의 중요성은 더욱 커진다. 단순한 감사나 사후 점검만으로는 부패위험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기업 사례에서도 중요한 교훈을 찾을 수 있다. 폭스바겐의 배출가스 조작 사건, 이른바 ‘디젤게이트’는 조직적 은폐가 기업 신뢰를 얼마나 빠르게 무너뜨릴 수 있는지를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이다. 규정 위반 자체도 문제였지만 이를 조직적으로 숨기고 방치한 대응이 기업의 평판과 신뢰에 훨씬 더 큰 타격을 줬다. 이 사건은 내부통제가 단순한 규정이 아니라 조직 전체의 책임 있는 태도 속에서 작동해야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내부통제가 실질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제도와 함께 이를 이끌어 가는 리더십이 뒷받침돼야 한다. 필자는 공공기관 상임감사로서 조직의 청렴 수준을 높이기 위해 무엇보다 윤리기준 준수를 선도하는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감사의 역할은 단순히 위반사항을 적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조직이 지켜야 할 기준을 분명히 하며 구성원들이 이를 자연스럽게 따를 수 있도록 방향을 제시하는 데 있다. 이러한 취지에서 취임 이후 ‘청렴실천서약’을 통해 스스로 윤리기준 준수를 약속하고 감사로서 공정하고 투명한 직무 수행을 실천하겠다는 의지를 구성원들과 공유한 바 있다. 리더가 먼저 기준을 분명히 할 때 조직의 청렴문화도 한층 단단해질 수 있다.
한국산업인력공단은 임원 복무 및 징계 규정을 마련해 고위직의 책임성과 윤리기준 준수를 강화하고 이해충돌이나 금품수수 등 부패 취약분야에 대해서는 자체 점검과 반부패 교육을 통해 반복적으로 관리하는 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특히 기관의 업무 특성과 위험요인을 반영한 자체 리스크 관리모델을 구축해 내부통제 체계를 정비했다.
그러나 제도만으로 청렴을 완성할 수는 없다. 결국 조직을 움직이는 힘은 구성원들의 공감과 참여에서 나온다. 공단은 직원들이 전사적으로 참여해 ‘HRDK 청렴 DNA’ 행동수칙을 함께 만들고 실천하는 조직문화를 조성하고 있다. 청렴이 규정집 속 문장이 아니라 일상적인 업무 기준이 되도록 하기 위한 노력이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 공단은 지난해 감사원으로부터 ‘자체감사 성과향상기관(12위→3위)’으로 선정되는 성과를 거두었다. 이는 청렴을 조직의 기본가치로 받아들이고 함께 실천해 온 구성원들의 참여와 노력의 결실이라고 생각한다.
공공기관의 청렴수준은 투명한 제도와 책임 있는 리더십, 그리고 구성원의 자발적인 참여가 함께 작동할 때 비로소 국민의 신뢰로 이어질 수 있다. 각자의 자리에서 내려지는 작은 판단과 실천이 모여 청렴한 조직을 만들고 그것이 결국 국민의 신뢰로 이어질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