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제1호 대체거래소(ATS)인 넥스트레이드가 출범 초기 가시적인 재무 성과를 거두며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성장 배경에는 제도 설계에 관여했던 고위 관료가 사업자로 변신해 수익을 얻고 있는 ‘전관 카르텔’ 구조가 자리 잡고 있어, 시장 경제의 공정성을 훼손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13일 넥스트레이드의 2025년 영업보고서에 따르면 회사는 204억8433만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김학수 넥스트레이드 대표는 "출범 이후 올해 2월까지 한국 주식시장 전체 거래량의 12%, 거래대금의 29%를 담당하는 성공적인 시장으로 안착했다"고 자찬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수익 구조를 보면 영업수익 643억9829만원 중 매매체결 서비스 등을 통한 수수료 수익이 495억5053만원으로 전체 수익의 약 77%를 차지했다. 사실상 기존 거래 시스템을 활용한 수수료 수취가 수익의 대부분인 셈이다.
이를 두고 시장에서는 당국이 설계한 제도적 혜택을 전관 출신이 운영하는 특정 사업자가 온전히 누리는 것이 시장 경제 원리에 부합하느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가장 큰 비판은 ‘심판이 선수로 뛰는’ 기형적 구조에 집중된다. 김학수 넥스트레이드 대표는 금융위원회 상임위원과 금융결제원장을 지낸 고위 관료 출신이다. 그는 과거 공직 시절 ATS 도입 논의와 제도적 기틀을 마련하는 데 깊숙이 관여했던 인물이다.
김 대표는 2015년 5월1일부터 2016년 1월30일까지 금융위원회 자본시장국장으로 재직했다. 자본시장국장은 증권·파생상품·거래소 등 금융투자업 전반의 정책을 총괄하는 핵심 보직이다. 문제는 김학수 대표가 자본시장국장으로 재직하던 시기에 금융위는 ATS 제도 개선과 직결되는 연구용역을 진행했다는 점이다. 금융위에 따르면 자본시장과는 2015년 9~10월에 'ATS 경쟁력 강화' 연구용역을 실시했고, 여기에는 ATS 거래량 한도 완화, 상장지수펀드(ETF) 등 거래상품 범위 확대 방안이 포함됐다. ATS가 출범하고 성장할 수 있는 제도를 검토하는 성격의 연구였고 이후 제도 개선으로 이어졌다.
김 대표는 2022년 11월 초대 대표 취임에 이어 2025년 11월 다시 선임되며 2028년까지 임기를 보장받은 상태다. 자신이 설계한 판에 수장이 되어 그 수혜를 본인이 보고 있는 상황이다.
넥스트레이드의 내부 인적 구조에서도 '전관 인사'는 선명하게 드러난다. 기획경영부문을 총괄하는 김진국 부사장은 금융감독원 기업공시국장, 유종훈 부사장은 코스콤 기술 연구소 소장 출신이다. 소병기 상무는 한국거래소 주식시장부 부부장을 배경으가 하고 있다.
거래시장 혁신을 내세우며 출범한 넥스트레이드지만 민간 IT 혁신 전문가가 없는 당국 및 유관 기관 출신들의 ‘재취업 정거장’으로 전락했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지배구조 역시 ‘그들만의 리그’를 공고히 하고 있다. 현재 넥스트레이드의 지분은 한국금융투자협회가 최대주주로 등록돼 6.6% 지분을 갖고 있지만 미래에셋·삼성·신한투자·NH투자·KB·키움·한국투자증권 등 7개 대형 증권사도 각각 6.6%씩 균등하게 나눠가진 폐쇄적인 구조다. 나머지 46.9%는 기타주주로서 26개사가 보유 중이다.

이외에도 서유석 금융투자협회장와 윤병운 NH투자증권 대표, 이홍구 KB증권 대표는 기타비상무이사로 등록돼 있으며, 사외이사에도 신보성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과 전상훈 금융투자협회 집행임원이 참여하는 등 견고한 카르텔을 형성하고 있다. 넥스트레이드가 진정한 의미의 시장 경쟁과 혁신을 이끌기보다는 전관과 기성 금융권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데 치중할 것이라는 우려가 깊어지는 이유다.
뿐만 아니라 2025년 말 기준 넥스트레이드의 전체 인력은 76명인데 임원이 10명을 차지해 그 비중이 13%에 달하는 전형적인 ‘상층 비대’ 구조를 가지고 있다. 반면 한국거래소는 2025년 말 기준 전체 직원 수 993명에 임원은 약 1.9%에 해당하는 19명에 불과하다.
정치권에서도 이 같은 조직 상황에 대해 성토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박정훈 국민의힘(서울 송파구갑) 의원은 "자본시장 정책의 틀을 짠 설계자가 제도의 혜택을 직접 누리는 사업자의 수장으로 직행한 것은 공직자윤리법의 취지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행위"라며 "전관들이 금융 혁신의 길목을 가로막는 구조가 계속된다면 대한민국 금융시장에는 '메기'는 사라지고 '고인물'만 남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넥스트레이드 관계자는 해당 인사 관련 비판에 대해 "특별히 언급할 만한 정도의 사안으로 보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