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목적에 신가사·사모펀드 투자업 추가
SJL파트너스 펀드 출자 이어 투자사 설립

변압기 제조업체 산일전기가 잇따른 투자 행보를 보이며 인수·합병(M&A) 시장의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본업에서 쌓은 탄탄한 현금 창출력을 바탕으로 사모펀드(PEF) 출자에 나선 데 이어, 자체 투자 법인까지 설립하면서 신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M&A 전략 실행을 본격화했다
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산일전기는 지난해 9월 산일에너지의 상호를 산일파트너스로 변경했다. 지난해 4월 설립한 산일에너지는 태양광·풍력 발전 사업, 신재생에너지 사업 등을 영위하는 업체였다. 하지만 상호 변경과 함께 신기술사업 투자, 기관전용 사모집합투자기구 투자 등을 목적으로 투자 회사로 탈바꿈했다.
박동석 산일전기 회장은 산일파트너스의 기타비상무이사로 등재됐다. 산일파트너스는 신재생에너지 관련 컨설팅 영업을 하는 더써밋솔라원을 종속기업으로 둔 상태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산일파트너스의 자본금은 200억원이다. 산일파트너스는 현재까지 뚜렷한 투자 성과나 활동 내역이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업계에서는 산일파트너스가 향후 M&A 대상 물색을 위한 전초기지 역할을 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산일전기의 행보는 최근 단행한 PEF 출자와 맞물리며 더욱 주목받는다. 산일전기는 임석정 전 JP모건 한국 대표가 설립한 SJL파트너스가 운용하는 일명 '임석정 펀드'에 295억원을 출자했다. 해당 펀드의 총 자본금이 444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산일전기의 출자 비중은 약 66%에 달한다. 회사 측은 출자 목적에 대해 'PEF 출자를 통한 투자수익 확보'라고 밝혔지만,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향후 신사업 진출을 내포한 간접투자를 위한 결정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산일전기는 본업에서 안정적인 수익을 내고 있는 기업"이라며 "PEF 출자는 향후 직접적인 M&A에 나서기 전 워밍업 단계로 보인다"고 말했다.
산일전기의 투자 여력은 충분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산일전기는 지난해 3분기 누적 매출액 3598억원, 영업이익 1263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59%, 67% 증가한 수치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유동자산도 3923억원으로 2024년 말 대비 900억 원가량이 늘어나면서 투자 여력도 충분한 상황이다.
특히, 글로벌 빅테크들의 데이터센터 증설이 가속화하면서 고효율·고사양 변압기에 대한 수요가 급증했고, 이는 산일전기의 수주 확대와 수익성 개선으로 직결됐다. 업계에서는 당분간 전력 인프라 투자 기조가 유지될 가능성이 높아, 산일전기의 실적 우상향 흐름도 이어질 것으로 본다.
김태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산일전기의 경우 신재생 및 데이터센터향 특수 변압기에 대한 견조한 수요 덕분에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며 "고객사 재고가 상당 부분 소진되면서 올해 전년 대비 회복 국면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산일전기가 올해 연결기준 매출액 7061억원, 영업이익 2503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봤다. 전년 대비 각각 38%, 42% 증가한 수준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산일파트너스 설립은 중장기 전략 변화의 신호탄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IB업계에서는 안정적인 본업을 바탕으로, 신성장 동력을 찾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IB 업계 관계자는 "현금 흐름이 안정적인 제조업체들이 최근 자체 투자 법인이나 PEF 출자를 통해 M&A 시장에 진입하는 사례가 늘었다"며 "산일전기 역시 본업 안정성을 기반으로 신사업 확장 발판을 마련하려는 움직임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