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 올림픽이 이탈리아 현지 시간으로 6일, 한국 시간으론 7일 개막합니다.
한국 선수단은 이번 올림픽에서 종합 10위권, 금메달 3개 이상이라는 목표를 설정했습니다. 쇼트트랙과 스피드 스케이팅이라는 '효자 종목'을 앞세운 목표인데요. 이를 둘러싼 관심의 체감 온도는 사실 그리 뜨겁지 않습니다. 성적과는 별개로 이번 동계 올림픽의 '화제성'을 떠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죠.
겨울 스포츠 특유의 진입 장벽, 이미 익숙해진 동계 올림픽의 메달 공식에 더해 지상파 채널에서 경기 중계를 볼 수 없다는 점까지… 안 그래도 하계 올림픽보다 화제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는 동계 올림픽, 개막 전부터 적잖은 우려가 이어집니다.
그럼에도 국민의 응원 소리는 점차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번에 선수단이 내세운 목표는 단순한 메달 개수를 넘어 얼마나 새로운 장면과 서사를 만들어낼 수 있느냐와 맞닿아 있기 때문인데요. 이번 올림픽을 두고 불거진 '말'들을 살펴봤습니다.

동계 올림픽의 화제성이 하계 대회보다 낮은 현상은 특정 국가에 국한된 문제가 아닙니다.
구조적으로 보면 동계 올림픽은 태생부터(?) 한계를 안고 출발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일례로 육상처럼 '최소한'의 장비로 즐길 수 있는 하계 종목과 달리 동계 스포츠는 '눈과 얼음'이라는 환경 조건이 필수입니다. 이 때문에 적도 인근의 아프리카·남미·동남아시아 국가들에겐 동계 올림픽이 거리감 있는 이벤트로 인식될 수밖에 없죠.
규모 차이도 큽니다. 하계 올림픽엔 200개국 이상이 참여하는 반면, 동계 올림픽은 참가국 수가 90개국 안팎에 그치기 일쑤죠. 종목 수와 메달 개수 역시 하계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해 대회 기간 생산되는 화제의 총량 자체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여기에 고가 장비와 특수 시설이 필요한 종목이 많다는 점은 대중의 체험 경험과 이해도를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여기에 이번 대회를 바라보는 한국 사회의 특수한 환경도 겹쳤는데요. 쇼트트랙과 스피드 스케이트를 중심으로 이어져 온 서사는 더 이상 '놀라운 이야깃거리'가 되지 못합니다. 대중적인 스타 플레이어 역시 없습니다.
결정적인 변수는 사상 초유의 지상파 중계 공백일 겁니다. 이번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은 지상파 3사에서 중계되지 않습니다. 62년 만에 발생한 초유의 사태인데요. 중계권을 둘러싼 돈 문제 때문이었습니다. 단독 중계권을 확보한 JTBC가 지상파 3사와 재판매 협상을 벌였지만 끝내 결렬된 거죠. JTBC는 각 방송국과의 협상에서 최고 1000억원대의 금액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광고 수익 급감과 경영난을 겪고 있는 지상파 3사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JTBC는 보유하고 있는 2개 채널을 통해 올림픽 주요 종목을 중계할 예정인데요. 경기는 포털사이트 네이버로도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채널을 돌리다 보면 만나던 올림픽'에서 '찾아가야만 볼 수 있는 올림픽'으로 바뀐 셈이죠. 이 변화는 동계 올림픽의 낮은 화제성을 더욱 체감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다만 올림픽이 전 세계인의 축제라는 사실엔 변함이 없습니다. 우리 선수들이 갈고닦은 실력을 펼칠 중요한 무대이기도 하죠.
우선 이번 올림픽의 공식 개막식은 한국 시간으로 7일 새벽이지만, 실질적인 서막은 5일 새벽 한국과 스웨덴의 컬링 경기로 열립니다. 15일에는 여자 컬링 한일전이 펼쳐져 긴장감을 자아낼 전망입니다.
빙상에서 펼쳐지는 컬링부터 쇼트트랙, 스피드 스케이팅, 피겨 스케이팅, 설상의 알파인 스키, 크로스컨트리 스키, 프리스타일 스키, 스노보드, 바이애슬론, 썰매의 루지, 봅슬레이, 스켈레톤 등 총 12개 종목에 71명의 선수가 출전하는데요. 이들 중에서도 특히 큰 관심을 받는 건 전통의 효자 종목인 쇼트트랙이 아닐까요. 10일 혼성 계주 준준결승을 시작으로 13일 여자 500m, 16일 여자 1000m 결승까지 이어지는 일정은 이번 대회의 킬링파트로 꼽히는데요. 특히 10일과 16일 일부 경기는 한국 시간 기준 저녁에 열려 상대적으로 시청 여건이 좋기도 합니다. 최민정과 김길리 등 주축 선수들이 출전하는 주요 결승전이 이 기간에 몰려 있죠.
스피드 스케이팅에서는 16일 새벽 여자 500m 경기가 관전 포인트입니다. '포스트 이상화'로 불리는 김민선이 월드컵 시리즈에서 보여준 압도적인 기량을 올림픽 무대에서도 재현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죠. 월요일 새벽 경기라는 부담은 있지만, 금메달 여부가 결정되는 순간인 만큼 놓치기 어려운 일정입니다.
피겨 스케이팅 역시 대중적 관심도가 높은 종목인데요. 11일과 14일에 차준환의 쇼트 프로그램과 프리 스케이팅이 이어져 시선을 사로잡을 전망입니다. 18일과 20일에는 '연아 키즈' 신지아가 올림픽 데뷔 무대를 치르죠.

한국은 동계 올림픽에서 명실상부한 빙상 강국입니다. 쇼트트랙과 스피드 스케이팅을 중심으로 꾸준히 메달을 수확해왔는데요. 다만 동계 올림픽의 전반적인 성과 역시 빙상에 집중돼 있었습니다. 설상 종목에서는 특별한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불모지' 오명을 쓰기도 했죠.
이번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이 주목받는 것도 바로 이 맥락입니다. 설상 종목에서 심상찮은 기대감이 피어오르는 중인데요. 가장 큰 기대를 모으는 종목은 스노보드 하프파이프입니다. 남자부에 출전하는 이채운은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당시 한국 선수단 최연소로 출전해 눈길을 끈 바 있는데요. 2023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만 16세 10개월의 나이로 우승하면서 역대 최연소 세계 챔피언 타이틀을 거머쥐기도 했죠.
여자 부문의 최가온 역시 같은 해 세계적인 익스트림 스포츠 대회인 'X게임'에서 최연소 우승을 차지하며 놀라움을 자아냈습니다. 두 선수 모두 10대 나이에 세계 무대를 제패하며 이름을 알린 만큼, 성적을 넘어 동계 올림픽 무대에서 한국의 존재감을 넓힐 상징적인 선수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중계 환경 변화, 파편화된 미디어 소비 구조 속에서 올림픽의 의미에도 변화가 찾아올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다만 우리 선수들의 활약은 이번 올림픽의 화제성을 떠받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변수로 꼽히는데요. 메달 개수로 평가받는 올림픽을 넘어 많은 이들에게 '기억되는 장면'을 남길 수 있을지 기대가 높아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