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기한 지난 줄 알았는데⋯'냉부해', 이유 있는 두 번째 전성기 [엔터로그]

입력 2026-02-02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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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랑하는 스타와 인기 콘텐츠, 그 이면의 맥락을 들여다봅니다. 화려한 조명 뒤 자리 잡은 조용한 이야기들. '엔터로그'에서 만나보세요.

▲(출처=JTBC '냉장고를 부탁해 since 2014')
▲(출처=JTBC '냉장고를 부탁해 since 2014')

JTBC 예능 프로그램 '냉장고를 부탁해 since 2014(이하 냉부해)'가 심상찮은 인기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한때 '요리 예능 전성기'를 상징했던 프로그램, 잠시 사라졌다가 조용히 돌아온 줄 알았는데 매회 방송될 때마다 시청자들의 반응이 뜨거운데요. 출연진은 화제성 조사 랭킹에 수차례 등장하고, 방송이 끝나면 짧은 클립 영상이 숏폼 플랫폼을 점령하거나 캡처본이 온라인 커뮤니티 인기글 목록에 등장합니다.

흥미로운 건 타이밍입니다.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와 숏폼 콘텐츠가 일상이 된 지금, 예능은 더 세고 더 자극적으로 진화해왔죠.

그런데 시청자들은 이미 익숙한 룰의 예능에 다시금 빠져든 모습인데요. 결국 질문은 여기로 모입니다. 수많은 신작 예능 사이, 이미 한 차례 전성기를 맞은 바 있는 포맷이 부활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출처=JTBC '냉장고를 부탁해 since 2014')
▲(출처=JTBC '냉장고를 부탁해 since 2014')

다시 불붙은 '냉부해'…출연진 화제성 톡톡

'냉부해'는 2014년 시작해 세프테이너(셰프+엔터테이너)'라는 신조어를 자리 잡게 한 주역입니다. 쿡방(요리 예능) 전성시대를 열어젖힌 기념비적인 프로그램이죠.

대다수의 요리 프로그램이 레시피 설명과 조리 등 전반적인 요리 과정을 보여줬다면 '냉부해'는 파격적인 설정을 도입해 눈길을 끌었는데요. 바로 스타들의 냉장고 공개, 그리고 제한 시간 15분이라는 규칙이었죠.

화려한 재료가 아닌, 게스트의 냉장고 속에 방치된(?) 식재료로 근사한 요리를 만들어내는 과정은 시청자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선사했으며 이 과정에서 전문 셰프들이 고군분투하며 요리하는 모습은 흡사 스포츠 경기를 보는 듯한 긴장감과 재미를 안겼습니다.

다만 매 회 비슷한 풍경이 펼쳐지고, 점차 고급 식재료가 등장하며 '냉장고를 부탁해' 특유의 재미 요소가 반감됐다는 지적 속에 2019년 막을 내렸는데요. 이후 예상치 못한 호재(?)가 찾아왔습니다. 선풍적인 인기를 끈 넷플릭스 요리 서바이벌 '흑백요리사 : 요리 계급 전쟁(이하 흑백요리사)'이었는데요. 최현석, 정호영, 여경래, 박준우 등 '냉장고를 부탁해'에서 활약했던 셰프 다수가 출동한 데다가 요리 서바이벌인 만큼, 자연스레 쿡방의 원조 격인 '냉부해'에 대한 관심도 치솟았습니다.

시즌제 특성상 당장 후속작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시청자들의 관심은 다시 '검증된 무대'로 향했습니다. 물 들어올 때 노 젓는다고, 실로 '냉장고를 부탁해'는 '흑백요리사' 열풍 속에서 5년 만의 부활을 알리며 화제를 모았습니다.

'흑백요리사'가 유명 식당에서 맹활약하는 대가들의 승부를 그렸다면, '냉부해'는 그 이후의 무장해제 된, 이들의 유쾌한 매력을 가감 없이 자랑하면서 눈길을 끌었는데요. 15분이라는 짧은 대결 시간, '남의 집 냉장고'라는 주제는 대가들의 예능적 재미를 제대로 뽑아냈죠.

화제성은 수치에서도 확인됩니다. 화제성 조사 기관 굿데이터코퍼레이션 펀덱스(FUNdex)에서 발표한 1월 3주차 TV-OTT 통합 비드라마 출연자 화제성 부문에서는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 시즌2(이하 흑백요리사2)'의 우승자 최강록이 1위에 올랐는데요. 8위엔 '냉장고를 부탁해' 김풍이, 10위엔 최현석이 각각 이름을 올렸죠.

TV-OTT 비드라마 화제성 1위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 시즌2'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해당 프로그램은 5주 연속 1위에 올랐는데요. 3위를 '냉장고를 부탁해'가 차지했습니다.

유튜브 등 공식 채널에 게재된 클립 영상도 수십만~수백만 회의 조회 수를 기록하고 있는데요. 화제가 된 에피소드 중에서도 단연 압권은 김풍 작가의 '미꾸라지' 편이 아닐까요.

▲(출처=JTBC '냉장고를 부탁해 since 2014')
▲(출처=JTBC '냉장고를 부탁해 since 2014')

냉장고 공개·15분 요리 똑같은데…이번엔 뭐가 달랐나

겉으로 보면 돌아온 '냉부해' 속 변화가 곧장 체감되진 않습니다. 게스트의 냉장고 재료를 통해 15분 안에 요리를 완성한다는 핵심 규칙은 과거와 동일하죠.

다만 네티즌들은 게스트, 그의 냉장고만큼이나 패널들에게 집중하는 모양샙니다. '흑백요리사', 2019년 막을 내린 '냉부해'를 통해 잘 알려진 패널들의 매력은 연출을 통해 더욱 두드러지는데요. 순간적인 표정, 말 한마디, 작은 실수까지 포착하며 캐릭터를 강조하는 데 공을 들이는 모양새죠.

이 과정에서 출연진의 신선한 케미스트리도 탄생했습니다. 이른바 '손풍 커플'로 잘 알려진 손종원 셰프와 김풍 작가가 대표적입니다. 손종원은 '훈남 남친'의 역할을, 김풍은 '못말리는 여자친구' 역할을 각각 맡고 있죠. 이들이 사석에서 찍은 사진까지 화제가 되면서 이들의 사진 구도를 따라 하는 밈까지 유행한 바 있습니다.

'쌍뚱이' 케미스트리로 인기를 끌고 있는 윤남노, 권성준 셰프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1일 방송에서 자기 관리에 진심인 손종원의 냉장고를 보고 두 사람은 "먹기 싫어, 안 해", "돼지로 살래 그냥", "난 손 셰프님 못 만나(?)"라며 혀를 내둘러 웃음을 자아냈죠.

'흑백요리사' 속 백수저와 흑수저의 대립 구도처럼 신구 대결 구도도 재미를 더합니다. '냉부해' 기존 터줏대감과 '흑백요리사'를 통해 대중에게 얼굴을 알린 신예 셰프가 맞붙으면서 단순한 친목 예능이 아니라 경쟁의 긴장감도 강력해졌습니다.

냉장고를 다루는 방식 역시 미묘하게 달라졌습니다. 한때는 고급 식재료를 남발하면서 현실감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았지만, 최근에는 다시 '생활 냉장고'에 초점이 맞춰졌는데요. 애매하게 남은 재료, 조합하기 어려운 식재료들이 다양하게 등장해 시청자의 참여 감각을 자극하는 요소로 작용합니다.

즉 15분 대결이라는 원칙은 지키되, 셰프들을 단순한 조리사가 아닌 예능적 캐릭터로 소비하게 함으로써 MZ세대와 기존 '냉장고를 부탁해' 팬덤을 동시에 사로잡는 데 성공한 것으로 풀이되죠.

▲(출처=JTBC '냉장고를 부탁해 since 2014')
▲(출처=JTBC '냉장고를 부탁해 since 2014')

'추억팔이' 아니다…방송가 전략적 선택 먹혔네

'냉부해'의 2차 붐을 단순한 향수로 설명하기엔 부족합니다.

먼저 방송가가 이 프로그램을 다시 꺼내 든 건 이미 검증된 포맷과 인물을 활용해 불확실성을 줄이려는 전략적 선택에 가까웠을 텐데요. 신작 예능이 쏟아지는 환경에서 완전히 새로운 설정으로 승부를 거는 대신, 성공 경험이 있는 지식재산권(IP)을 현재의 시청 환경에 맞게 재배치한 셈입니다.

특히 OTT가 만들어낸 화제성을 레거시 미디어가 빠르게 흡수·확장하는 구조가 또렷하게 드러나는 점도 시선을 끕니다. 요리 예능에 대한 관심이 최고조에 달한 시점, 시즌제 콘텐츠의 공백을 메울 수 있는 대안으로 '냉부해'는 현실적인 카드였는데요. 이미 대중에게 익숙한 포맷인 데다가 셰프들의 서사와 캐릭터가 충분히 축적돼 있었기 때문이죠.

방송 환경 변화 역시 이 선택을 뒷받침했습니다. 본방송 시청률만으로 성과를 판단하던 과거와 달리, 현재 예능은 화제성·클립 조회 수·온라인 확산력까지 함께 평가받곤 합니다. '냉부해'는 TV 시청과 동시에 OTT 시청, 숏폼 소비가 가능한 구조를 갖춘 포맷으로 플랫폼 간 확산에 유리한 조건까지 갖춘 콘텐츠입니다.

기존 성공한 IP를 활용하더라도, 핵심은 이를 꺼내는 시점과 재가공 방식입니다. '냉부해'는 요리 예능에 대한 관심이 다시 살아난 타이밍에 맞춰 익숙한 규칙과 새롭게 축적된 서사를 결합하는 방식으로 또 한 번의 전성기를 맞는 데 성공했는데요. 검증된 IP에 축적된 서사와 캐릭터를 얹고, OTT가 만들어낸 화제성을 레거시 미디어의 무대로 끌어오는 전략. 여기에 숏폼 소비까지 고려한 확산 구조가 더해지면서 '냉부해'는 현재 진행형 인기를 구가하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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