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술 도입 영구히 막을 수는 없어
고용안정·직무전환 주도 실리 찾길

현대자동차가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를 생산 현장에 투입하겠다고 발표하였다. 2028년까지 3만 대를 양산하여 물류에 먼저 배치하고, 2030년에는 조립라인에 본격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그러자 금속노조 현대차지부는 “노사합의 없이 단 1대의 로봇도 현장에 들어올 수 없다”고 선언했다.
여론은 싸늘하다. 19세기 초 영국에서 방직기에 생계를 위협받은 노동자들이 기계를 부순 ‘러다이트 운동’의 재현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를 단순히 노동조합의 이기주의라고만 치부할 수 있을까. 로봇이 노동자에게 주는 공포는 허상이 아니기 때문일 터이다.
경제학자 대런 애쓰모글루와 파스쿠알 레스트레포가 미국 노동시장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근로자 1000명당 로봇이 1대 증가할 때마다 고용률은 약 0.18~0.34%포인트 낮아지고, 임금은 0.25~0.5% 하락한다고 한다. 로봇의 고용 효과는 제조업에서, 그중에서도 로봇에 가장 많이 노출된 산업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일상적인 육체노동, 생산직, 조립 관련 직종, 대학 학력 미만의 근로자에게서 영향이 가장 컸다. 생산직 근로자가 바로 이 범주다. 이들에게 아틀라스와 같은 로봇의 등장은 수십 년간 몸으로 익힌 숙련이 하루아침에 ‘비용’으로 전락하고, 일자리가 언제든 사라질 수 있다는 위협으로 느껴질 수 있다.
그렇다면 노동조합은 로봇 도입에 대하여 어디까지 목소리를 낼 수 있는가. 오는 3월 시행될 개정 노동조합법이 단서를 제공한다. 종전 대법원 판례는 정리해고와 같은 경영상 결정을 “고도의 경영상 결단”이라 보아 단체교섭 대상이 될 수 없다고 하였다(대법원 99도5380 판결 등).
그러나 개정법은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경영상의 결정”을 노동쟁의에 포함시켰다(제2조제5호). 물론 이것이 경영상 결정 그 자체를 노동조합이 좌지우지할 수 있게 만든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로 인하여 경영상 결정이 필연적으로 수반하는 근로조건의 변화에 대하여는 사용자가 반드시 교섭에 응하여야만 한다. 이로써 정리해고나 배치전환처럼 근로조건에 실질적·구체적인 변동을 초래하는 경영상 결정은 단체교섭 대상이 되고, 사용자가 정당한 이유 없이 이를 거부하면 부당노동행위로 형사처벌을 받게 된다(제90조, 제81조제1항제3호).
그렇다면 로봇 도입과 같은 투자 결정은 어디까지가 경영상 결정이고, 어디부터가 교섭 대상인가? 이번에 나온 고용노동부 ‘개정 노동조합법 해석지침(안)’(2025. 12.)은 그 단초를 제공한다.
지침에 따르면 “합병, 분할, 양도, 매각 등 기업조직 변동을 목적으로 하는 사업경영상의 결정 그 자체”는 단체교섭 대상이 아니다. 하지만 “이러한 사업경영상의 결정을 실현하는 과정에서 근로자 지위 또는 근로조건의 실질적·구체적 변동을 초래하는 정리해고, 구조조정에 따른 배치전환 등”은 사업경영상의 결정이라도 단체교섭 대상이 된다. 이번 사안에 대입하여 본다면, 로봇 도입 여부는 경영권에 속하므로 단체교섭 대상이 아니다. 하지만 도입으로 인한 정리해고나 배치전환에 대하여는 노동조합과 협상하여야 한다.
그렇다면 실제 단체협약에서는 기술 도입을 어떻게 다루는가. 국내에는 아직 사례가 축적되지 않았으므로 해외 선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겠다.
UC버클리 노동센터 연구팀에 따르면, 20세기 중반에는 단체협약에 신기술 도입 자체를 차단하는 조항(technology restriction clauses)을 두기도 하였다. 하지만 최근에는 협의권·공동결정권(consultation and codetermination rights) 및 경제적 안전장치 확보 쪽으로 중심이 이동하였다.
이는 캐나다 Center for Future Work 연구팀이 350여 개의 기술 변화 관련 단체협약 조항을 분석한 결과도 마찬가지로, 노동조합은 기술 도입 자체를 막으려 하기보다 사전 통지, 조정 지원, 훈련·재배치 기회 제공, 감시 및 디지털 징계 제한 등을 통하여 기술을 형성하고 관리하는 쪽을 택하였다.
구체적으로는 신기술 도입 60일~6개월 전 서면 통지 의무, 기술위원회(Technological Committee) 설치, 기존 근로자에 대한 우선 재배치 및 재훈련 제공, 기술 도입에 따른 해고 금지 또는 제한, 원격 모니터링·GPS 추적 등 디지털 감시 장치의 사용 범위 제한 등이 단체협약에 포함되어 있었다.
이 맥락에서 현대차 노동조합의 “합의 없는 도입 불가” 구호도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로봇 기술의 급격한 발전 속도와 글로벌 경쟁 상황을 고려하면, 노동조합의 반대만으로 투자를 영구히 막기는 어렵다. 기실, 막을 수 있다 하더라도 막아서 될 일인지도 의문이다.
그러므로 다른 질문을 던져야 한다. 핵심은 로봇이 들어온 뒤다. 고용 안정과 직무 전환을, 누가 어떻게 주도할 것인가가 중요하다. 회사로서는 경영상 결정의 주도권을 쥐되, 그로 인한 효과에 대하여 고용 안전장치를 선제적으로 제시하는 편이 분쟁 예방에 낫다.
노동조합으로서도 무조건 반대만 외칠 일이 아니다. 기술 도입의 과실을 어떻게 나눌 것인지 묻는 편이 실리적이다. 로봇을 들이느냐 마느냐. 이제 그것은 쟁점이 아니다. 로봇과 인간이 공존하는 규칙을 누가, 어떻게 만들 것인가. 노사 모두에게 던져진 질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