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도 없던 질환, 한국선 ‘노 프라블럼’ 서울대 국제진료센터 가보니[K-의료관광 르네상스⑥]

입력 2026-02-04 05:02

기사 듣기
00:00 /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본 기사는 (2026-02-03 17:00)에 Channel5를 통해 소개 되었습니다.

▲1월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본관 2층 국제진료센터 입구. (한성주 기자 hsj@)
▲1월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본관 2층 국제진료센터 입구. (한성주 기자 hsj@)

“병원 한편에 운영됐던 외국인 진료소가 점점 커져, 이제는 5명의 의사가 소속된 ‘국제진료센터’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임주원 서울대병원 국제진료센터 교수(가정의학과)는 한국이 전 세계 중증·난치 질환 환자들의 선호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을 찾는 환자들이 꾸준히 늘면서 서울대병원을 비롯한 주요 상급종합병원들이 외국인 환자 응대를 위한 전담 센터를 속속 개설했다. 임 교수는 “한국을 찾는 외국인 환자들이 계속 증가하는 만큼, 의사 교육 체계와 정부의 제도가 이에 맞춰 개선돼야 한다”라고 당부했다.

본지는 1월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본관 2층 국제진료센터에서 임 교수로부터 외국인 환자 진료 경험을 들었다. 임 교수는 한국의 외국인 환자 유치 역사를 몸소 경험한 ‘국제의학’ 전문가다.

서울대병원에 외국인들의 발길이 시작된 것은 2000년대 초반이다. 당시 병원 1층에는 전담 교수 없이 소규모로 외국인 진료소가 운영됐다. 전공의였던 임 교수는 파견 인력으로 이 조직에서 외국인 진료를 처음 경험했다. 이후 변변한 교육 체계가 없는 국제진료 분야에 남아 맨손으로 모든 노하우를 터득했다. 2010년 개소한 서울대병원 국제진료센터는 현재 연간 약 80개국에서 온 3만 명 이상의 환자들을 진료하고 있다.

▲1월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본관 2층 국제진료센터 진료실에서 임주원 서울대병원 국제진료센터 교수(가정의학과)가 외국인 환자 진료 경험을 이야기하고 있다. (한성주 기자 hsj@)
▲1월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본관 2층 국제진료센터 진료실에서 임주원 서울대병원 국제진료센터 교수(가정의학과)가 외국인 환자 진료 경험을 이야기하고 있다. (한성주 기자 hsj@)

자국에서 치료하기 어려운 희귀·난치 질환을 가졌거나, 오랜 대기 기간을 견딜 수 없는 환자들이 한국을 찾는다. 환자의 연령대는 다양하다. 부모가 희귀질환이 있는 소아 환자를 데리고 오는가 하면, 암 수술을 받기 위해 내원하는 50~60대 중년 환자들도 적지 않다. 의료 인프라가 열악한 국가에서는 진행할 수 없는 이식 수술이 필요한 환자들도 한국을 선호한다.

임 교수는 “갑상선암 수술을 흉터 없이 최소 절개술로 진행하는 기술은 한국이 전 세계적으로 우위에 있다”라며 “이식 수술 및 관리 체계가 부족한 중앙아시아 국가에서는 간이식 수술을 하러 오는 환자들이 많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은 인구 대비 위암 발생률이 높아 위암 수술 역량과 예후가 주요 선진국과 비교해도 압도적으로 좋아, 위암 환자들도 한국을 선호한다”라고 덧붙였다.

환자들은 다양한 계기로 한국을 선택한다. 한국 생활을 경험했거나, 한국으로 원정 치료를 다녀온 지인들의 추천을 받은 환자들이 가장 흔하다. 최근 몇 년 사이에는 인공지능(AI)이 한국을 추천했다며 찾아오는 사례가 부쩍 늘었다. AI검색 엔진에 질병 정보와 함께 ‘치료를 잘하는 나라가 어디냐’고 물으니, 한국의 여러 대학병원을 나열한 답변이 나왔다는 외국인 환자들이 대다수다.

환자뿐 아니라 국제진료센터도 AI가 업무에 쏠쏠한 도움이 된다. 즉각적인 문서 번역이 필요할 때 AI를 활용하면 업무에 소요되는 시간을 대폭 단축할 수 있다. 또한 외국인 환자들이 사전에 AI를 활용해 한국 체류 스케줄, 예산, 숙소 등 세세한 정보를 획득한 상태로 진료실에 들어와, 백지상태의 환자를 마주했던 과거와 비교해 환자와의 대화가 한층 수월해졌다.

▲1월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본관 2층 국제진료센터 내에 다양한 외국어 상담을 제공하는 창구가 마련돼 있다. (한성주 기자 hsj@)
▲1월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본관 2층 국제진료센터 내에 다양한 외국어 상담을 제공하는 창구가 마련돼 있다. (한성주 기자 hsj@)

임 교수는 “요새는 AI가 작성해준 치료 계획을 들고 진료실에 들어와 ‘이대로 할 수 있느냐’며 보여주는 환자들이 많다”라며 “AI가 항공권, 병원 근처 호텔 숙박비와 예약 방법, 치료 일정과 교통편까지 자세히 안내해주고 있어 놀랄 때가 자주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외국에는 외국인 환자를 위한 코디네이션과 컨시어지 서비스 업체가 흔한데, 한국엔 그런 업체는 없지만 AI가 비슷한 역할을 대신 하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외국과 한국의 진료 문화 차이를 이해하고, 환자에게 필요한 도움을 주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노력이 필요하다. 한국은 이른바 ‘3분 진료’가 일상적이지만, 미국이나 중동에서 기본적인 진료 시간은 30분이다. 의사와 환자가 진료와 관계없는 스몰 토크를 나누는 것도 자연스럽다. 한국인과 다른 피부색, 체형, 식습관, 현지의 기후와 생활 양식도 모두 고려해 치료를 계획해야 한다.

▲1월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본관 2층 국제진료센터에서 임주원 서울대병원 국제진료센터 교수(가정의학과)가 외국 의사와 소통하기 위해 설치된 화상 카메라를 소개하고 있다. (한성주 기자 hsj@)
▲1월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본관 2층 국제진료센터에서 임주원 서울대병원 국제진료센터 교수(가정의학과)가 외국 의사와 소통하기 위해 설치된 화상 카메라를 소개하고 있다. (한성주 기자 hsj@)

임 교수는 “초반에는 태국, 싱가포르, 독일, 스위스 등 의료관광 선두 국가를 모두 찾아가 현지 의료기관을 둘러보고 시스템과 제도를 익혔다”라며 “다른 문화에서 온 환자를 어떤 마음가짐으로 이해하고 대화해야 하는지 배우기 위해 외국 의사의 유튜브 영상까지 찾아보며 혼자서 대화 스킬을 연습했다”라며 웃어 보였다. 그는 “현재 한국의 외국인 환자 유치 실적은 그간 이런 노력으로 축적된 유무형의 자산”이라고 부연했다.

한국 의사들이 외국인 환자를 제대로 진료할 수 있도록 교육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것이 임 교수의 조언이다. 원정치료를 위해 한국을 찾은 환자뿐 아니라, 다문화 사회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의사들이 점차 다양한 환자를 만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교육과 훈련이 없다면 늘어나는 외국인 환자들의 치료 수요를 맞추기 어렵다. 이에 대한 적정 수가와 보상 체계가 필요한 것은 물론이다.

임 교수는 “한국 의사들은 단일 국가에서 단일한 의료 시스템하에 아주 전형적인 한국인 환자들만을 진료하는 단조로운 환경에 놓여있다”라며 “사전에 배우지 않으면 외국인 환자를 제대로 진료하기는 매우 어렵다”라고 우려했다. 이어 “서울대의 경우 소규모 선택과목으로만 국제진료를 배울 수 있는데, 앞으로 많은 기관에서 체계적인 교육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라며 “인재 양성을 위한 합당한 보상 시스템도 함께 갖춰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폭락장서 SK하이닉스ㆍ삼성전자 3조 쓸어담은 개미⋯하루만에 2120억 수익
  • 고령 자영업 확산...골목경제 흔든다 [늙어가는 골목상권①]
  • 단독 경찰 무혐의 처리에 이의신청 年 5만건 넘어 [멈춰선 검찰 수사 ①]
  • 1월 외환보유액 21.5억달러 감소⋯두 달 연속 '뚝'
  • 뉴욕증시, 차익실현 매물에 하락…월마트, 시총 1조달러 돌파
  • 바이오도 대기업이 키운다…돈 버는 K바이오, 생태계 판 바꾼다
  • 동서울터미널, 39층 복합개발에 ‘뉴욕 서밋’ 닮은 전망대까지 환골탈태 [서울 복합개발 리포트 ④]
  • 외국인 환자 ‘820명’ 강남 성형외과 가보니[K-의료관광 르네상스⑤]
  • 오늘의 상승종목

  • 02.03 장종료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111,935,000
    • -4.17%
    • 이더리움
    • 3,299,000
    • -5.28%
    • 비트코인 캐시
    • 776,500
    • -2.82%
    • 리플
    • 2,337
    • -2.83%
    • 솔라나
    • 144,800
    • -6.76%
    • 에이다
    • 432
    • -2.92%
    • 트론
    • 422
    • +0.48%
    • 스텔라루멘
    • 260
    • -2.26%
    • 비트코인에스브이
    • 22,400
    • -4.15%
    • 체인링크
    • 14,030
    • -3.77%
    • 샌드박스
    • 147
    • -3.92%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