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스피 지수가 장중 5000선을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지만, 증권업계 관계자들의 얼굴에선 웃음을 찾아볼 수 없었다.
27일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증권업종본부와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는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앞에서 거래시간 연장 추진에 반대하며 현수막 농성과 1인 시위를 전개했다. 이들은 한국거래소 곳곳에 현수막을 내걸고 시장 참여자의 의견을 배제한 거래시간 연장 졸속 추진을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한국거래소는 올해 6월 말까지 오전 7~8시 프리마켓과 오후 4~8시 애프터마켓을 도입해 하루 12시간 거래 체제를 구축하고, 내년 12월까지는 24시간 거래 체제로 확대한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와 런던거래소(LSE) 등 주요국 거래소의 흐름에 발맞춰 이른바 '글로벌 스탠다드'를 확보하겠다는 취지다.

이진호 SK증권 노동조합 수석부위원장은 "거래소가 국회 및 금융당국과 노사 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무시하고 6월 29일 프리·애프터마켓 개장을 강행하려 한다"면서 "제대로 된 용역이나 시뮬레이션 없이 진행되는 시간 연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비난했다.
노조 측은 거래시간 연장이 가져올 물리적 한계와 비용 문제도 지적했다. 이 수석부위원장은 "증권사들에 추가 근무와 인력 충원 등을 알아서 대응하라는 것은 무책임한 처사"라며 "특히 IT 업종의 경우 3월 모의 시장 운영을 준비하기에는 물리적인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시장 불균형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대형 증권사는 중소형사에 비해 비용 부담이 적어 추가 수익을 낼 가능성이 크지만, 중소형사는 막대한 비용을 들여도 수익으로 이어질지 미지수라는 분석이다. 이는 결국 증권업계 내 양극화를 심화시킬 것이라는 주장이다.

같은 날 한국거래소 후문에서 1인 시위를 진행한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연합회 대표는 거래시간 연장이 투자자의 삶의 질도 떨어뜨릴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 대표는 "시간 연장은 주식 투자 중독을 양산하고 투자자들에게 극심한 스트레스를 줄 뿐"이라며 "미국이 하니까 우리도 해야 한다는 논리는 설득력이 없다"고 주장했다.
정 대표는 현재 한국 주식시장이 미국과 같은 선진국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미국은 대학원생 수준이지만 우리나라는 여전히 초등학교 수준의 제도에 머물고 있다"며 "한국거래소가 대체거래소(NXT) 출범에 위기감을 느껴 수수료 수익을 늘리기 위해 악수(惡手)를 두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와함께 투자 경고 제도의 불합리성을 토로했다. 정 대표에 따르면 현행 제도는 주가가 상승할 때는 거래와 신용 거래를 중단시켜 '날개를 꺾지만', 하락할 때는 아무런 보호 조치를 취하지 않아 공매도의 조력자 역할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서비스 질 개선보다 시간 늘리기에 급급한 것은 '하수의 선택'이라는 지적이다.
한투연은 향후 한 달간 집회 신고를 마치고 거래시간 연장 반대 투쟁을 이어갈 계획이다. 정 대표는 "한국거래소는 섣부른 시행에 앞서 최소한 연구 조사 용역을 의뢰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며 "준비되지 않은 시행은 시장에 독소가 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한편, 한국거래소는 전날 열린 '프리·애프터마켓 개설 관련 회원사 설명회'에서도 업계, 노조 합의 없이 6월29일 거래시간 연장 날짜를 못받고 강행하는 하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 대해 명확한 답을 내지않고 애매한 답변만을 내놓아 참석자들의 원성을 산 것으로 전해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