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현논단_이덕환 칼럼] ‘지역·응급·필수의료’ 대처가 우선이다

입력 2026-01-2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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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강대 명예교수, 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어설픈 숫자 추계로 겪은 의료대란
복지부 주도 의대증원에 불안 증폭
교육 여건상 현실적 불가능 깨닫길

의대 입학정원 증원에만 목을 매고 있는 보건복지부의 모습이 안타깝다. 온 나라를 절망의 도가니에 몰아넣었던 의료대란의 아픈 기억은 까맣게 잊어버렸다. 오히려 의대 증원을 정당화하겠다고 ‘의사인력 추계’를 멋대로 주무르면서 국민을 우롱하고 있다. 다음 주에 발표하겠다는 의대 증원 계획이 사방에서 몰매를 맞을 수밖에 없는 것도 보건복지부가 자초하고 있는 일이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은 솥뚜껑을 보고도 놀라는 법이다. 의대 증원에 매달리는 보건복지부가 2024년 총선 승리를 겨냥한 헛된 꼼수로 의대 2000명 증원을 밀어붙였던 윤석열 정부를 빼다박은 듯이 닮았다. 무엇보다 ‘실용’을 강조하면서 보건복지부를 의사 출신 장관에게 맡긴 이재명 정부는 다를 것이라는 기대가 물거품이 되고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의료 현실을 지켜내기 위해 몸부림을 쳤던 의대생과 전공의에게 낯 뜨거운 현실이다.

증원 압력에 시달리는 의과대학 현실이 암울하다. 2024·2025학번이 함께 예과 1학년 과정을 이수하고 있다. 50명 정원에 맞는 시설과 교수인력을 갖추고 있는 한 지방 국립의대는 예과 1학년에 3.5배인 175명이 재학 중이다. 본격적인 실험·실습이 시작되는 내년에는 정상적인 교육이 불가능해질 수밖에 없다. 교육부 장관과 총장이 호언장담했던 시설·인력 투자도 전면 백지화됐다. 다른 의대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학생들이 2학기에 돌아오면서 학사운영이 엉망진창이 돼버렸고, 올해 신입생이 입학하면 사정은 더욱 심각해진다. 의료 대란 중에 휴학하거나 사병으로 입대했다가 뒤늦게 복학하는 학생도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것이다. 올해만 견디면 되는 일도 아니다. 2030년까지 해마다 반복될 수밖에 없는 끔찍한 비정상이다. 2031년에 쏟아져 나오는 7000명이 넘는 의대 졸업생의 수련도 불가능하다. 적어도 2030년까지는 추가적인 증원을 감당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이 없다는 뜻이다.

의대의 증원 규모를 어설픈 ‘추계’만으로 결정할 수는 없다. 오히려 의대의 교육과 수련병원의 수련 여건이 의대 증원을 결정하는 핵심이 돼야 한다. 무작정 입학정원만 늘린다고 의사가 늘어나는 것도 절대 아니다.

의대의 교육 시설과 인력을 확보하는 일이 만만치 않다. 사립대는 17년 동안의 등록금 동결로 심각한 재정난에 빠져 있다. 국립대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서울대 10개 만들기에 올인하고 있는 교육부가 의대의 시설·인력 확충을 위한 추가 재원을 확보할 수도 없다.

전공의의 수련 문제는 더 심각하다. 훨씬 더 많은 사회적 비용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의대의 입학정원을 100명 늘릴 때마다 서울대병원 규모의 수련병원을 추가로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 수련병원을 설립할 비용도 없고, 운영할 전문의도 없고, 치료할 환자도 없다. 의료 대란 중에 어설프게 도입한 진료보조(PA) 간호사 제도에 적응하고 있는 상급종합병원의 전공의에 대한 관심도 줄어들고 있다.

이제는 고등교육법에 명시된 ‘대학입시 4년 예고제’를 다시 살려내야 한다. 입시를 코앞에 두고 의대 정원을 조정하겠다고 호들갑을 떠는 일은 윤석열 정부에서나 가능했던 불법이었다. 지금은 2027학년도가 아니라 2031학년도 의대 정원을 논의해야 한다는 뜻이다.

정치권에서 맹목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는 ‘지역의사제’도 불안하다. 우리와 의료 현실이 크게 다른 일본에서 2007년부터 시행하고 있는 제도가 우리에게 어울릴 것인지부터 꼼꼼하게 살펴봐야 한다. 보건복지부가 지난 연말 국회에서 졸속으로 제정해서 2월 24일부터 발효되는 ‘지역의사 양성법’을 즉각 시행하겠다고 호들갑을 떠는 것은 꼴불견이다. 지난 20일에는 시행령을 입법예고했고, 그보다 앞선 지난 13일에는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가 2027학년도 이후의 의대 증원은 모두 지역의 32개 의과대학에 몰아주겠다고 의결했다.

지역의사 양성법이 대학의 입시와 학사 관리를 모두 책임지고 있는 교육부를 철저하게 무시해버린 것도 황당하다. 이재명 정부에서 교육부가 힘을 잃어버린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의과대학의 입시를 보건복지부가 전담하도록 만든 것은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윤석열 정부의 ‘오진(誤診)’과 ‘돌팔이 처방’에서 확실하게 벗어나야 한다. 현재 벌어지고 있는 지역·응급·필수의료의 붕괴를 해결하는 진짜 의료개혁이 급선무다. 10년 후에나 효과가 나타나는 의대 증원으로는 절대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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