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는 오천피 재도전 실패…차익 실현에 4950선 후퇴

코스닥지수가 26일 기관의 역대급 순매수세에 힘입어 4년 5개월여 만에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천스닥’을 달성했다. 코스닥은 장중 매수 사이드카까지 발동되며 7% 넘는 급등세로 마감한 반면, 코스피는 장 초반 ‘오천피’를 재탈환했지만 차익 실현 매물에 밀려 4950선으로 내려앉았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닥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70.48포인트(7.09%) 오른 1064.41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닥이 1000선을 넘어선 것은 2022년 이후 약 4년여 만이며, 장 마감 기준으로는 2004년 지수체계 개편 이후 최고치다. 지수는 1003.90으로 출발한 뒤 상승 폭을 빠르게 키웠고, 급등 과정에서 프로그램 매수호가 일시 효력정지(사이드카)도 발동됐다. 코스닥 매수 사이드카 발동은 지난해 4월 이후 약 9개월 만이다.
이번 상승은 단순한 ‘천스닥’ 회복을 넘어 과거 고점의 벽을 실제로 넘어섰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코스닥은 이른바 닷컴버블 직전인 2000년 3월 10일 장중 2925.5까지 치솟았지만, 같은 해 버블 붕괴로 연말까지 약 80% 폭락했다. 이후 2001년 1월 2일 장중 502.50까지 밀리며 장기 침체 국면에 들어섰다. 2000년 이후 코스닥의 직전 최고치는 2021년 8월 6일 기록한 1062.03(장중)이며 장 마감 기준 최고치는 2021년 8월 9일의 1060.00이었다.
이날 코스닥 시장에서는 기관이 2조6016억 원을 순매수하며 지수 급등을 주도했다. 외국인도 4311억 원 순매수에 가세했다. 반면 개인은 2조9079억 원을 순매도했다. 특히 기관의 순매수 규모와 개인의 순매도 규모 모두 코스닥 역사상 최대 수준이다. 시장에서는 단기 트레이딩을 넘어선 대규모 자금 이동이 본격화됐다고 평가하고 있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도 일제히 급등했다. 알테오젠은 4.77% 오른 40만6000원에 마감했고, 에코프로비엠은 19.91% 상승한 20만9000원, 에코프로는 22.95% 오른 13만2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에이비엘바이오는 21.72%, 레인보우로보틱스는 25.97% 급등했다. 삼천당제약(8.75%), HLB(10.12%), 코오롱티슈진(13.00%), 리가켐바이오(11.87%), 펩트론(10.24%) 등도 두 자릿수 안팎의 상승률을 기록하며 코스닥 랠리에 동참했다.
반면 코스피는 개인 매수에도 불구하고 하락 마감했다.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40.48포인트(0.81%) 내린 4949.59에 거래를 마쳤다. 지수는 4997.54로 출발한 뒤 장중 한때 5023.76까지 오르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지만, 상승분을 지키지 못하고 하락 전환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개인은 1조7156억 원을 순매수한 반면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1587억 원, 1조5426억 원을 순매도했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 가운데 삼성전자는 15만2100원으로 보합 마감했고, SK하이닉스(-4.04%)와 현대차(-3.43%)는 하락했다. LG에너지솔루션(0.97%)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0.56%)는 상승했지만 HD현대중공업(-3.51%), 기아(-2.39%), 두산에너빌리티(-1.61%)는 약세를 보였다.
외환시장에서는 원화 강세가 두드러졌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25.2원 내린 1440.6원에 주간 거래를 마감했다. 엔화 초강세와 미·일 외환 당국의 개입 가능성 부각으로 달러 약세가 확대되며 환율은 올해 들어 가장 낮은 수준까지 내려왔다.
임정은·태윤선 KB증권 연구원은 “코스피가 5000포인트에 근접한 이후 숨 고르기에 들어선 가운데, 4년여 만의 코스닥 1000포인트 돌파와 매수 사이드카 발동은 시장의 무게중심이 코스닥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지난해 4월 저점 이후 코스피와 코스닥 간 지수 괴리가 크게 벌어진 상황에서 정부의 ‘코스닥 3000’ 정책 기대가 바이오·이차전지·로봇 등 시가총액 상위 종목으로 수급을 끌어당겼다”고 분석했다. 이어 “단기 과열 신호는 나타나고 있지만 정책 기대와 수급 흐름을 감안하면 코스닥의 추가 상승 가능성도 열어둘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