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냐 ‘전환’이냐⋯AI·휴머노이드가 바꾼 고용 지도 [로봇 앞에서 갈라진 노동]

입력 2026-01-2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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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용 위축 등 자동화 우려 커졌지만
인간, 품질관리ㆍ설계영역 이동 관측
로봇협회 인재 양성 생존전략 부상

인공지능(AI) 기반 로봇의 본격 투입으로 산업 현장의 ‘인력 방정식’이 통째로 바뀌고 있다.임금 감소와 채용 위축이라는 ‘자동화의 그늘’에 대한 우려가 깊지만, 현장에선 위험 공정을 로봇이 맡고 사람은 고부가가치 업무로 전환되는 ‘구조적 대전환’이 가속화되는 양상이다. 다만 무분별한 신입 채용 축소는 미래 인재 파이프라인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기업들의 선제적인 직무 재교육과 ‘로봇 협업 인재’ 양성이 핵심 생존 전략으로 떠오르고 있다.

25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청년층(15~29세) 일자리는 21만1000개 감소했다. 이 가운데 20만8000개가 자동화·AI 도입 영향이 큰 업종에서 줄었다. 반면 50대 일자리는 같은 기간 20만9000개 늘었고 이 중 14만6000개는 자동화·AI 고노출 업종에서 증가했다. 기술 변화가 숙련 인력에 상대적으로 유리하게 작용하는 ‘연공편향 기술변화’가 관측된다는 설명이다.

다만 이를 두고 ‘로봇이 일자리를 대체한다’고 단정하기는 이르다는 분석도 함께 나온다. 같은 자동화·AI 고노출 업종이라도 로봇이 반복·위험 공정을 맡고 사람이 품질 관리와 공정 설계 등 부가가치 영역으로 이동하는 구조에서는 고용 충격이 상대적으로 제한적이었다. 로봇의 역할과 배치 방식에 따라 고용의 방향이 달라진다는 의미다.

로봇 확산 속도 역시 변수다. 조선·반도체·자동차·배터리·방산 등 제조 현장에서는 로봇 투입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협동로봇과 휴머노이드는 기존 설비에 얹어 적용할 수 있어 도입 장벽이 낮다. 전통 산업용 로봇 대비 비용이 25~30% 수준에 그친다는 점에서 중소 제조기업과 서비스업으로 확산이 빨라질 가능성이 크다. KB증권은 글로벌 이족 보행 휴머노이드 시장이 올해 186억 달러(약 27조 원)에서 2030년 1365억 달러(약 200조 원), 2035년 4353억 달러(약 639조 원)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 같은 흐름은 글로벌 시각에서도 ‘대체’보다 ‘전환’에 무게가 실린다. AI 반도체 시장을 주도하는 엔비디아의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 연차총회에서 “AI가 일자리를 파괴하지는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AI가 단순 업무를 대신하며 인간의 역할을 목적 중심 업무로 전환시키고 그 과정에서 새로운 수요와 고용을 만들어낸다는 설명이다.

황 CEO는 병원을 사례로 들며 “AI가 방사선 전문의의 영상 판독을 맡으면서 의사들은 환자 진료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됐고 병원의 운영 성과 개선은 다시 의사 수요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간호 인력 역시 AI를 활용해 차트 작성과 진료 기록 전사 업무를 자동화하면서 현장 효율이 높아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쟁점은 일자리의 총량이 아니라 로봇 도입 이후 노동이 얼마나 빠르게 전환되느냐에 있다. 전문가들은 AI 로봇 확산으로 노동시장의 핵심 키워드가 ‘대체’에서 ‘전환’으로 옮겨가고 있으며 기존 노동력이 재교육과 직무 전환에 성공하는 속도가 향후 생산성과 경쟁력을 좌우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진수 한국은행 조사역은 “AI 활용 역량 강화를 위한 교육 프로그램 확대와 공공 데이터 접근성 제고, 포용적 창업 생태계 조성을 통해 AI 확산기에 보다 능동적으로 적응하고 새로운 산업 기회를 모색할 수 있도록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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