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 참사’ 피해에 국가 책임 재차 인정 [종합]

입력 2026-01-21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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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손익상계상 책임질 부분은 없어”

대한민국‧세퓨 책임…800만~1000만원 지급
한빛화학‧옥시 등 나머지 청구는 모두 기각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법원이 국가의 책임을 재차 인정했다. 대법원이 2024년 ‘가습기 살균제 참사’ 피해에 대한 국가배상 책임을 공식 인정한 판례 태도를 하급심도 존중한 판결로 풀이된다.

▲ 김영수 국무조정실 국무1차장이 지난달 24일 정부 세종청사 브리핑실에서 가습기 살균제 참사 피해자 종합 지원대책 발표에서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 김영수 국무조정실 국무1차장이 지난달 24일 정부 세종청사 브리핑실에서 가습기 살균제 참사 피해자 종합 지원대책 발표에서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중앙지법 민사46부(김형철 부장판사)는 21일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7명이 대한민국과 제조사 등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대한민국과 세퓨에 관한 청구만 받아들이고 한빛화학‧옥시 등에 대한 나머지 청구는 모두 기각했다.

재판부는 세퓨에 대해 피해자 3명에게 각각 800만~100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2012년부터 최대 연 20%에 달하는 이율까지 부담하라고 판시했다.

국가배상 책임 부분과 관련해서는 “대한민국에 대한 책임은 인정한다”면서도 “손익상계상 대한민국에 책임질 부분은 남아 있지 않다”고 판단했다.

정부가 가습기 살균제 참사 피해자 보상 체계를 기존 행정적 피해구제 방식에서 국가 책임에 기반한 손해배상 체계로 전환한 조치를 감안해 구체적인 손해배상액을 산정할 소송 실익이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정부는 지난달 24일 국무총리 주재 국가정책 조정회의에서 ‘가습기 살균제 참사 피해자 종합지원 대책’을 확정했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을 ‘사회적 참사’로 명확히 규정하고, 책임 주체를 기업 단독에서 국가와 기업의 공동 책임으로 확대했다.

당시 이재명 대통령은 페이스북을 통해 “1994년부터 아무런 의심 없이 사용해 온 가습기 살균제가 사랑하는 가족의 건강과 생명을 앗아갈 줄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다”며 “국민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은 국가의 가장 기본적인 책무”라고 썼다.

이에 따라 정부는 피해구제 체계를 책임에 따른 배상체계로 전면 전환한 상태다. 적극적 손해인 치료비와 소극적 손해인 일실이익‧위자료 등을 지급하고, 피해자의 건강 특성을 고려해 배상금 수령 방법에 대한 선택권을 부여한다.

특히 손해배상 책임을 기업 단독에서 기업과 국가가 공동으로 부담하는 방식으로 변경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국무총리 소속 배상심의위원회를 신설하고, 2021년 중단됐던 정부 출연을 올해부터 100억 원을 시작으로 재개한다.

피해자의 손해배상 청구권을 보장하기 위해 장기 소멸시효는 폐지하고, 배상금 신청부터 지급 결정 시까지는 단기 소멸시효 진행을 중단하기로 했다.

▲ 가습기 살균제 참사 피해자 종합지원 대책. (그래픽 = 김소영 기자 sue@)
▲ 가습기 살균제 참사 피해자 종합지원 대책. (그래픽 = 김소영 기자 sue@)

이번 판결은 2012년 8월 소송이 제기된 지 약 14년 만에 나온 1심 판단이다. 당시 피해자 80명이 소송을 제기했으나, 이후 상당수 원고가 조정이나 화해권고 결정을 받아들이면서 현재까지 소송을 유지한 원고는 7명에 불과하다.

이번 선고는 가습기 살균제 참사에 대한 국가의 법적 책임을 다시 한 번 확인한 판결로 평가된다.

앞서 대법원은 2024년 6월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국가가 원고 5명 중 3명에게 300만~50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단한 2심 판결을 확정했다.

당시 2심 재판부는 “이 사건 화학물질에 대한 유해성 심사 및 공표 과정에서 피고 대한민국 소속 공무원의 재량권 행사가 현저하게 합리성을 잃었고, 사회적 타당성과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해 위법하다”고 지적했다.

박일경 기자 ekpark@‧박진희 기자 jinhee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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