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이 21일 청와대로 복귀한 뒤 첫 기자회견을 열었다. 진지한 기조 속에서도 직설적인 발언과 여유 있는 농담이 교차한 이날 신년 기자회견은 주요 국정 메시지를 넘어 집권 2년 차 국정 운영의 스타일과 방향성을 그대로 드러낸 자리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이날 녹색과 백색이 교차된 넥타이를 착용한 채 청와대 영빈관에 입장했다. 오전 10시에 시작된 기자회견은 간단한 영상 상영과 모두발언 이후 질의응답으로 이어졌다.
이 대통령은 기자회견에 앞서 "가능하면 많은 기자가 질문할 수 있도록 하겠다"면서도 "국민께 드려야 할 말씀을 하다 보면 불가피하게 제 발언이 길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예정된 기자회견 시간은 90분이지만 원하신다면 충분히 시간을 갖겠다"고 덧붙였다.
실제 이날 기자회견은 예정 시간을 훌쩍 넘겼다. 173분간 생방송으로 진행됐다. 취임 이후 열린 기자회견 가운데 가장 긴 시간이다. 이 대통령이 답한 질문은 모두 25개였다. 124분 동안 15개 질문을 소화했던 취임 30일 기념 간담회나, 154분 동안 22개 질문을 다뤘던 취임 100일 기념 간담회와 비교해도 질문과 답변의 밀도가 높았다는 평가다.
이 대통령은 올해 국정 방향을 담은 ‘함께 이룬 대전환, 모두 누리는 대도약’이라는 슬로건에 맞춰 경제·민생, 외교·안보, 사회·문화 등 세 영역에 걸쳐 현안에 대한 구상을 풀어냈다. 성장 전략과 재정 운용, 외교 환경 변화, 대북 관계, 사회적 갈등 관리 등 민감한 질문에도 특유의 직설 화법으로 원칙과 방향을 분명히 했다.
특히 이 대통령은 '북한에 저자세를 취한다'는 지적에 대해 "그럼 고자세로 한판 붙으라는 얘기냐. 그러면 경제가 망하지 않겠나"고 반문했다. 북한과의 긴장 고조가 아니라 관리 가능한 평화가 한국 경제에 도움이 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그러면서 "누구 말대로 가장이 성질이 없어서 그냥 직장 열심히 꾸벅꾸벅 다니느냐"며 "다 삶에 도움이 되니까 참을 건 참고 또 설득한 건 다독이면서 평화적인 정책을 취해나가면 리스크가 줄어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감한 현안들도 피하지 않았다.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이 질문을 왜 안 하시나 했다. 참 어렵다. 지금 어려운 일이 두 가지인데 검찰개혁에 관한 논란, 소위 탕평인사에 관한 이혜훈 지명자에 관한 문제"라고 허심탄회하게 털어놨다.
그러면서 "직설적으로 이야기를 하면, 이혜훈 지명자에 대해서 어떻게 할지는 아직 결정은 못 했다"면서 "본인의 이야기를 공개적으로 들어볼 기회를 갖고 그 청문 과정을 본 우리 국민들의 판단을 내가 들어보고 그렇게 판단하고 싶었는데 그 기회마저 봉쇄돼서 아쉽다"고도 했다.
특유의 유머로 회견장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들기도 했다. 강훈식 비서실장의 대전·충남 통합단체장 출마 가능성을 묻는 과정에서 '지지자들 사이에서 이 대통령과 강 실장이 서로 사랑하는 사이라는데 사랑하니까 (6·3 지방선거 출마로) 떠나보낼 수 있느냐'는 질문이 나오자 "저는 제 아내를 사랑합니다"라고 답해 회견장에 웃음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강 실장의 출마 가능성에 대해서는 "어떤 사람이 어떤 정치적 선택을 하는가는 제가 이래라저래라할 수 없고 전혀 예측 불능이다"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