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기관전용 사모펀드(PE) 운용사 대표이사(CEO)들과 만나 국민성장펀드 성공을 위해서는 PE 업계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PE 업계는 국민성장펀드 출자 확대를 위해 위험가중자산(RWA) 규제 부담 완화를 요청하는 한편, 펀드 성격에 따라 벤처캐피탈(VC)과 같은 수준의 모험자본으로 인정해 정책적 지원을 확대해 달라고 요청했다.
금융감독원은 20일 서울 여의도 본원에서 이 원장 주재로 기관전용 PE 12곳 CEO들과 간담회를 열었다. 그동안 정규 금융사 범주에서 벗어나 있던 PE 업계를 금융감독원장이 직접 소집하는 자리는 이번이 처음이다. 최근 사모펀드(PEF)를 둘러싼 사회적 논란과 시장 영향력 속에서 PE 업계의 ‘신뢰 회복’과 ‘생산적 금융’ 역할을 분명히 하겠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이 원장은 이 자리에서 “국민성장펀드가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도록 PE 업계가 노력해 달라”며 “애로사항이 있다면 금감원에서도 적극 지원하겠다”는 취지로 발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에서는 아이엠엠(IMM) 프라이빗에쿼티 등 일부 대형 PE가 회사 차원에서 국민성장펀드 참여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는 언급도 나왔다.
PE 업계는 국민성장펀드 출자 확대 과정에서 제약 요인으로 RWA 규제를 지목했다. RWA는 금융회사 자산에 위험도를 반영해 가중치를 매긴 값으로, RWA가 늘수록 BIS비율 등 자본비율 관리 부담이 커진다. 국민성장펀드에 대한 출자는 기업 지분에 투자해 장기간 성과에 따라 수익을 회수하는 지분성·장기성 자금 성격이 강한 투자다.
이에 따라 위험가중치가 상대적으로 높게 잡힐 가능성이 있어, 금융지주 계열 유동성공급자(LP)들이 자금은 있어도 자본규제 부담 때문에 출자를 늘리기 어렵다는 구조적 한계를 겪을 수 있다는 것이 업계 설명이다. 국민성장펀드가 정책적으로 확대되더라도, 주요 LP들의 RWA 부담이 해소되지 않으면 실제 출자 확대 속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또 업계는 펀드 성격에 따라 모험자본 인정 범위를 세분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PE 투자가 모두 레버리지 기반의 차입매수(LBO)·바이아웃(경영권) 투자는 아니며, 성장자금 공급을 목적으로 하는 그로쓰(지분투자) 또는 구조조정(카브아웃) 방식의 펀드의 경우 벤처펀드와 유사하게 위험을 감수하며 기업 가치를 키우는 투자라는 이유에서다.
이러한 성격의 PEF들은 벤처펀드와 유사하게 위험을 감수하고 기업가치를 키우는 자금 성격이 강한 만큼, 정책자금 운용·규제·인센티브 측면에서 VC에 준하는 지원이 검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혁신성장(스케일업) 단계에서 대형 자본을 투입하고, 경영혁신·인수·합병(M&A)·크로스보더(글로벌 확장)을 결합하는 PE의 강점이 국민성장펀드의 ‘성장 사다리’ 정책 목표와 맞물릴 수 있다는 기대도 나왔다.
당국은 이날 제기된 PE 업계 건의사항을 청취하고, 국민성장펀드가 현장에서 원활히 작동할 수 있도록 소통과 지원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