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와 현재를 아우르는 책의 역사⋯눈으로 보고 몸으로 느낀다 [區석區석-송파 책 박물관]

입력 2026-01-2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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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파 책 박물관 전경 (송파구청)
▲송파 책 박물관 전경 (송파구청)

2019년 4월 23일 세계 책의 날을 맞춰 개관한 송파 책 박물관이 6년 만에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평가 인증을 획득했다. 우리나라 책의 과거부터 현재를 아우르는 역사가 담긴 책 박물관은 지난해 31만 명이 찾으며 대표적인 책 박물관으로 자리매김했다.

책 박물관은 책과 사람을 이어주자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단순 전시 공간으로의 존재가 아닌 방문객들이 책을 느끼고 체험할 수 있도록 꾸며졌다.

책 박물관은 책을 주제로 한 전국 최초의 공립 박물관이다. 연면적 6211㎡, 지하 1층~지상 2층 박물관은 1층에 어울림 홀과 어린이 전시실 북키움이 2층에는 상설전시실과 기획전시실이 마련돼 있다. 지하 1층에는 고서를 모아두는 보이는 수장고가 있다.

박물관의 가장 큰 자랑은 현재까지 수집한 2만4000여 점에 달하는 책 관련 유물이다. 초판본과 귀중한 고서들이 폐지로 사라지는 것을 막기 위해 매년 공개 구입을 진행하며 체계적으로 문화유산을 보존하고 있다.

▲조선시대 책 문화를 보여주는 사진. 오른쪽 상단에 산 모양의 눈금과 대나무 죽간이 전시돼 있다. (윤희성 기자 yoonheesung@)
▲조선시대 책 문화를 보여주는 사진. 오른쪽 상단에 산 모양의 눈금과 대나무 죽간이 전시돼 있다. (윤희성 기자 yoonheesung@)

2층 상설전시실에서는 조선시대 책 문화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산 모양 눈금이 새겨진 독서 기록용 도구, 대나무 죽간을 이용한 암기 도구 등 당시 사용하던 독서 도구들이 전시돼 있다. 조선시대 사람들은 책 한 권을 읽을 때마다 산 모양으로 된 눈금을 접어 표시했다. 또한 중요 구절들은 대나무 죽간에 받아적어 외우기도 했다.

조선시대 독서광 주제로 한 전시 공간도 흥미롭다. 세종대왕, 김득신, 이덕무 등 역사 속 책을 사랑한 인물들의 이야기와 함께 그들이 실제로 읽었던 책, 독서 일화가 담긴 문헌들이 전시돼 있다. 세종대왕이 남겨진 '구소수간'마저 다 읽었다는 일화가 기록된 '국조보감', 김득신이 읽었다는 '사기' 등이 인물별 공간에 배치돼 있다.

18세기 중반부터는 책이 하나의 상품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전시실에는 이 시기 등장한 세책점 문화를 보여주는 자료들이 있다. 세책점은 문자 그대로 책을 빌려주는 곳이다. 세책점의 특징 중 하나는 조선시대판 '댓글 문화'다.

박물관 관계자는 "세책점 주인들은 책을 빨리 생산해서 돈을 벌기 위해 글씨를 급하게 옮겨 쓰다 보니 가독성이 떨어졌다"며 "책 뒤편에 책을 빌린 사람들이 '글씨 좀 똑바로 써라', '삼대가 멸망할 것이다' 같은 욕설이 적혀 있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요즘의 악플 문화가 이미 조선시대에도 있었던 셈이다.

▲현대 작가들의 작업 공간이 전시된 공간 (윤희성 기자 yoonheesung@)
▲현대 작가들의 작업 공간이 전시된 공간 (윤희성 기자 yoonheesung@)

전시실 한편에는 현대 작가들의 창작 공간을 엿볼 수 있는 특별한 코너가 마련돼 있다. 시, 소설, 그림책, 동화책 작가들이 평소 사용하는 소품들이 전시된 이 공간은 박물관의 숨은 포토존으로 인기가 높다.

박물관 관계자는 "작가들의 소품이 전시된 이 공간에 앉아 기념사진을 찍는 관람객들이 많다"며 "틱톡 등 SNS에 올라가면서 외국인들도 이를 보고 찾아올 정도로 인기 있는 포토존"이라고 설명했다.

2층에는 매번 다른 주제로 모습을 바꾸는 기획 전시실도 인기가 많다. 박물관 관계자는 “(책 박물관)은 다른 박물관과 비교했을 때 재방문율이 높은 것 같다”며 “전시만 되는 게 아니라 체험적인 요소가 많기 때문에 가족 단위 방문객들에게 인기가 많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어울림홀 사진 (윤희성 기자 yoonheesung@)
▲어울림홀 사진 (윤희성 기자 yoonheesung@)

2층에서 1층으로 내려갈 수 있게 마련된 어울림홀에는 약 2만 권의 도서가 비치돼 있다. 시민들은 계단에 앉아 자유롭게 책을 읽을 수 있으며, 저자 초청 책문화 강연도 연간 여러 차례 열린다.

어울림홀을 통해 내려오면 박물관 1층에 어린이들이 실제 동화의 한 장면을 체험할 수 있는 북키움 공간이 마련돼 있다. 북키움은 주말 예약이 힘들 정도로 인기가 많은 공간이다.

▲현대 작가들의 작업 공간이 전시된 공간 (윤희성 기자 yoonheesung@)
▲현대 작가들의 작업 공간이 전시된 공간 (윤희성 기자 yoonheesung@)

헨젤과 그레텔, 행복한 왕자, 빨간 구두, 벌거벗은 임금님, 잭과 콩나무 등 유명 동화를 주제로 한 코너들이 마련돼 있다.

헨젤과 그레텔 코너에서는 과자집 꾸미기 체험을 할 수 있고, 행복한 왕자 공간에는 바람이 나오는 장치가 설치돼 아이들이 하늘을 나는 듯한 사진을 찍을 수 있다. 브레멘 음악대 코너에서는 악기 연습이 가능하고, 벌거벗은 임금님 공간에서는 의복 문화를 배우며 역할 놀이를 즐길 수 있다.

가장 인기 있는 공간은 잭과 콩나무 테마다. 횡단 시설과 클라이밍 벽이 설치돼 있어 완전히 놀이터처럼 구성됐다. 위층으로 올라가면 거인의 집을 재현한 공간도 있어 아이들이 동화 속 주인공이 된 듯한 경험을 할 수 있다.

이번 공립박물관 평가인증에서 송파 책 박물관은 특히 전시 기획력과 교육프로그램 운영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기획 전시가 열릴 때마다 연계 교육 프로그램을 새롭게 개발해 운영하며, 어린이부터 성인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참여할 수 있도록 구성한 점이 호평받았다.

박물관 관계자는 "문화체육관광부가 14개 세부 지표로 평가한 모든 분야에서 우수한 성적을 받았다"며 "책 문화를 입체적으로 조명한 전시와 소장 유물의 학술적 가치를 인정받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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