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현광장_안병억의 유러피언 드림] 美와 갈등속 안보 대비하는 유럽

입력 2026-01-1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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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대 군사학과 교수·국제정치학

혐오표현 규제에 동맹간 대립 격화
러시아 무력위협…EU 선택지 좁아
남미시장 FTA 등으로 돌파구 찾아

‘성탄절 선물 치곤 정말이지 할 말이 없네.’ 최근 미국으로부터 제재를 받은 유럽의 분위기이다. 지난달 23일 미국은 티에리 브르통 전 유럽연합(EU) 단일시장 집행위원과 비영리단체 관계자 등 총 5명에게 미국 비자 발급을 제한하겠다 밝혔다. 동맹국 미국이 유럽인들의 미국 방문을 금지한 아주 드문 예다. 미 국무부는 비단 여기에 그치지 않고 유럽이 계속 SNS를 검열하면 제재 대상을 확대할 것이라 경고했다. 그럼에도 유럽은 미국의 안전보장이 여전히 필요하기에 미국을 자극하지 않으면서 자강책 마련에 주력하고 있다.

브르통 전 집행위원은 2019~2024년 EU의 행정부 역할을 하는 집행위원회에서 메타나 X(옛 트위터) 등 미국 빅테크의 독과점을 규제하는 디지털시장법과 혐오 콘텐츠의 삭제 등을 규정한 디지털서비스법 제정을 주도했다. 바이든 행정부 때에는 미국 빅테크가 EU 규제에 별 대응이 없었다. 그런데 트럼프 취임 후 빅테크가 돌변했다. 트럼프는 거액의 정치자금을 후원해준 빅테크의 대변자가 되어 유럽의 혐오 발언 규제가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다며 이 규제를 풀지 않으면 계속 제재하겠다고 압박해왔다. 1·2차대전의 전간기(戰間期)에 파시즘의 트라우마를 겪은 독일 등 여러 유럽 국가는 혐오 표현을 법으로 금지했다. 역사의 뼈아픈 교훈을 배웠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도 깡그리 무시한 채 트럼프는 자신의 정책을 왜 유럽이 방해하냐며 취임 후 지속적으로 유럽 공격에 혈안이 돼왔다.

EU는 이 제재를 동맹 간에 받아들일 수 없는 행위라며 강력히 반발했다. 필요한 규제를 만들어 국제사회에 전파해 왔기 때문에 규범적 권력이라는 정체성을 각인시킨 EU가 미국의 압력으로 이런 규제를 폐지할 가능성은 아주 낮다. 그런데 심각한 문제는 유럽이 이제 미국의 교화 대상으로 전락했다는 점이다.

지난달 초 발표된 미국의 국가안보전략은 안보 순위에서 서반구와 아시아에 이어 유럽을 세 번째 순위로 밀쳐 냈다. 또 과도한 규제 및 극우 정당 탄압, 이민자의 급격한 폭증 등으로 유럽이 문명적 소멸에 직면했다고 비판했다. 트럼프와 성향이 비슷한 극우정당 독일대안당(AfD)과 프랑스의 국민연합(RN) 등을 계속해서 지지하겠다고 공개적으로 선언했다. 자유와 인권 등을 내세우며 가치 공동체 서구임을 자부했던 유럽이지만 트럼프의 미국은 이제 더 이상 이런 가치를 공유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유럽이 미국의 안전보장 없이 안보 불안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트럼프가 그린란드를 군을 동원해서라도 소유하겠다고 나서는 데도 유럽이 냉가슴만 앓고 있는 이유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러시아가 유럽의 최대 안보 위협이 됐다. 미국의 도움없이 유럽이 독자적으로 러시아 위협에 대처할 수 없다. 프랑스와 영국 주도로 휴전 준수를 감시할 수천 명 규모의 지상군 파병안이 구체적으로 논의 중이다. 다른 나토 동맹국들도 휴전 감시에 동참한다. 그래야 미국을 유럽의 안보에 계속 관여하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압도적인 무력이 뒷받침돼야 휴전 감시 역시 효과가 있고 러시아의 위반에 대해서도 제재가 가능하다. 되도록 미국을 자극하지 않으려 하며 전략적 자율성을 한층 강화할 수밖에 없다. 1500억 유로, 약 250조여 원의 공동기금을 마련해 2개 회원국 이상의 공동 무기 구입을 지원한다. 방공망과 사이버전 대응 구축 등 공동 방어에 기여할 수 있는 무기 말이다. 자존심이 강한 유럽이 트럼프의 미국 앞에서 울분을 참고 힘을 기를 수밖에 없다.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은 유럽의 자강책의 하나다. 관세를 낮춰 무역을 확대해 경제성장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이번 주 EU는 남미공동시장(메르코수르)과 FTA에 서명했다. 브라질 등 메르코수르 회원국들의 농산물에 유럽 시장을 개방하는 대신 독일의 자동차와 같은 유럽산 공산품의 수출 시장을 확대한 윈윈 FTA다. 메르코수르의 인구 2억9500만 명, EU 27개국 인구 4억5000만 명 합하면 7억4000만 명이 넘는 거대 시장이다. 강자 독식의 정글이 된 냉혹한 국제사회에서 EU의 행보를 계속해서 지켜보자.

‘하룻밤에 읽는 독일사’ 저자
팟캐스트 ‘안쌤의 유로톡’ 제작·진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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