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춤형 전략 수립·빠른 의사결정 기대↑
인적분할 효율성 극대화, 김동관 중심 승계 가속

한화그룹이 ‘포스트 김승연’ 시대를 향한 정공법을 택했다. 김동관 부회장으로의 승계 가도를 넓히기 위해 인적분할과 4500억 원대 자사주 소각이라는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단순한 사업 재편을 넘어 한화그룹이 수년간 진행해 온 지배구조의 선명성을 높여 시장의 신뢰를 얻는 동시에, 김동관 부회장의 리더십에 힘을 실어주는 다목적 포석으로 분석된다. 그룹의 핵심 축을 ‘방산·조선·에너지·금융’ 중심의 존속회사에 남기고, 테크·라이프 계열을 별도 지주로 떼어내는 구조가 마련되면서 김 부회장 중심의 승계 구도가 한층 선명해졌다는 평가다.
한화그룹은 14일 신설법인 ‘한화머시너리앤서비스홀딩스’를 신설하고 김동선 미래비전총괄 부사장이 관장하던 테크·라이프 부문 계열사들을 ㈜한화로부터 인적분할하는 결정을 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화오션·한화솔루션·한화생명 등 방산 및 조선·해양, 에너지, 그리고 금융 계열사는 존속법인에 남는다. 신설회사로 한화비전과 한화호텔앤드리조트, 한화갤러리아, 한화모멘텀, 한화로보틱스 등 자회사 등의 관리 및 신규투자 등을 목적으로 하는 회사들이 이동하는 구조다. 인적분할은 물적분할과 달리 기존 주주가 신설회사 지분을 직접 보유하게 돼 ‘쪼개기 상장’ 논란을 피하면서도, 사업군을 분리해 각각의 밸류에이션을 끌어올릴 수 있는 카드로 평가 받는다.
재계와 투자업계는 한화그룹의 인적분할이 사업 재편을 넘어 지배구조 측면에서 김 부회장의 영향력을 강화하는 장치로 활용될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김 부회장은 이미 방산·우주·에너지 등 그룹의 핵심 사업 라인을 총괄하며 그룹 내 입지를 강화해 왔다.
지난해 3월 김승연 회장은 보유 중이던 ㈜한화 지분 22.65% 가운데 절반(11.32%)을 세 아들에게 증여했다. 이후 ㈜한화의 최대주주는 한화에너지가 됐고, 세 아들이 100% 지분을 소유하는 구조가 형성됐다. 이어 지난달 16일에는 차남과 삼남이 보유한 한화에너지 지분 일부를 재무적 투자자(FI) 컨소시엄에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반면, 김 부회장은 한화에너지 지분 50%를 유지하며 그룹 내 지배력을 굳혔다. 한화에너지는 ㈜한화의 최대주주(22.16%)로 한화그룹 지배구조의 최상단에 있는 핵심 회사다.

이를 두고 사실상 한화에너지 IPO(기업공개)를 공식화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상장 이후 거론되는 시나리오는 ㈜한화와 한화에너지 간 합병이다. ㈜한화와 한화에너지가 합병하면 지분 병합으로 김 부회장 지배력이 더욱 강화된다. 또 양사 합병은 중복상장이나 오너의 사적 이익 문제도 해결할 수 잇다. 다만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유상증자 증권보고서를 통해 “㈜한화와 한화에너지 합병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면서 선을 그은 바 있다.
한화 측은 이번 분할을 통해 각 회사가 독자적으로 투자 판단과 실행력을 높여 경쟁력을 강화하는 효과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기존에는 방산·조선·금융처럼 장기 전략과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사업군과, 기계·서비스·유통·F&B처럼 민첩한 시장 대응이 필요한 사업군이 한 회사에 묶여 있어 전략 속도와 자본 배분에 제약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인적분할은 6월 임시주주총회 등 관련 절차를 거쳐 오는 7월 중 완료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