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중 정상의 연이은 만남으로 양국 관계가 해빙무드에 들어설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지만 정치·외교적 관계 복원이 경제 성과로 빠르게 이어지긴 쉽지 않아 보인다. 특히 중국의 기술 자립 이후 산업 구조가 근본적으로 바뀐 탓에 국내 중소기업이 중국과의 관계에서 기회의 물꼬를 트는 데엔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13일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7일 중국 상하이국제회의중심에서 열린 '한·중 벤처스타트업 서밋'의 한·중 투자 콘퍼런스에선 한국벤처투자와 초상은행국제(CMBI) 글로벌펀드 체결식이 열렸다. CMBI가 운용사(GP)로 참여하는 펀드에 한국 모태펀드가 1000만 달러를 출자하고 총 2500만달러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는 내용이다.
중기부는 중국 공업정보화부(공정부)와도 '중소기업 및 혁신 분야 협력에 관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협력 방안엔 스타트업 육성과 신기술 협력 구상이 포함됐다.
벤처업계에선 이번 협력이 지난 몇 년 간 얼어붙었던 한중 간 벤처 투자 가능성을 높이고, 양국 중소벤처 기술 협력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글로벌펀드의 국내 스타트업 투자와 국내 기업의 중국 진출, 양국간 기술 협력 등에서 물길이 트일 것이란 낙관론이 흘러나온다.
다만 이번 협력이 정상 외교 패키지 내에서 이뤄진 이벤트인 데다 양국 간 투자와 협력이 얼마나 활발하게 일어날지에 대한 회의론도 적지 않다. 벤처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의 기술 혁신 속도를 감안하면 혁신 분야 협력에서의 접근은 현실적인 협업 모델이다. 중국과의 기술 협력 등을 기회 삼아 세계 시장으로 나가가는 게 최선”이라며 “다만 외국인 투자 및 협력에 대한 중국 정부 차원의 까다롭고 복잡한 통제가 완전히 열릴지는 의문”이라고 전했다.
중소·중견기업으로 범위를 넓히면 비관론은 더 짙어진다. 그간 중국의 기술 자립과 내재화로 한국 중소기업들은 중간재 수출 급감과 거래선 이탈, 가격 경쟁력 약화 등 리스크가 확대됐다. 기술 우위를 상실하면서 거래처와의 협상 테이블에서도 힘을 잃었다. 신산업 전환 속도 격차로 한국 중소기업은 기존 주력 상품에 대한 의존도가 더 커졌다는 지적도 있다.
중국의 중속 성장 전환과 경기선행지표 둔화에 이같은 리스크가 더해지면서 한국 중소기업의 대중국 수출은 매년 줄고 있다. 2021년 239억 달러를 기록한 수출 규모는 2022년 215억 달러, 2023년 186억 달러, 2024년 180억 달러로 매년 밀리고 있다. 지난해 1~3분기 수출액은 약 137억 달러로 4분기 수출을 더하면 전년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업계는 중국의 기술 자립 이후의 구조가 이미 고착화한 데다 미·중 패권 경쟁과 정치적 제재 같은 각종 변수 등으로 중국과의 관계가 복원 되더라도 불확실성이 해소되길 기대하긴 쉽지 않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오동윤 동아대 경제학과 교수는 “중국의 산업은 차원이 다른 시대로 넘어갔다. 한한령 등과 관계 없이 중국의 기술 자립 등으로 인해 한국 중소기업의 중간재 수출이 늘긴 어려운 구조”라며 “소비재 수출 역시 늘어날 수는 있겠지만 가시적인 효과가 크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