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렇지 않아도 취임 당일부터 모든 교역 국가에 대해 관세폭탄을 선언, 무역전쟁의 소용돌이를 헤쳐온 지구촌은 또다시 걷잡을 수 없는 혼돈 속으로 빠져들었다. 지난 1년간 세계가 무역전쟁을 치렀다면, 앞으로는 영토, 국방, 군사력에도 각별히 신경을 쓰지 않으면 안 되는, 어려운 상황에 맞닥뜨리게 됐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도 아직 끝나지 않은 상태. 트럼프는 그린란드, 파나마 운하, 심지어 캐나다까지 도마에 올려 놓고 있다. 동맹국 여부도 따지지 않는다. 신냉전시대 돌입, 제국주의 부활의 신호탄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이번 사태에 대해서는 찬성보다 비판 목소리가 압도적으로 크다. 벤 로즈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석유 자원을 장악하려는 이번 행위에는 계획이나 법적 정당성, 시간표도 없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럴듯한 명분을 앞세우지만 전쟁이 끝난 후에는 당초 의도와 정반대로 흘러간 지난 전쟁 사례에서 교훈을 얻지 못하면 어리석음을 되풀이 할 뿐이라는 것이다.
트럼프가 이렇게까지 무리수를 둔 이유는 무엇일까. 마약과의 전쟁, 자국의 이익과 기업 보호를 명문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미국 내에서도 성범죄자 제프리 엡스타인 관련 의혹, 올해 치러질 중간선거를 앞두고 지지층 균열 확산 등 정치적으로 불리한 상황을 뒤집으려는 수로 보는 견해도 있다. 하지만 그러기에도 너무 위험한 모험이다.
경제 전문가들은 여전히 불확실한 경제 펀더멘털에서 원인을 찾고 있다. 무엇보다 관세 후폭풍이 가시화되면서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예컨대, 무역적자가 트럼프 예상대로 줄어들긴 했지만 관세폭탄 예고로 지난해 연초 수입이 대폭 증가, 전체 무역적자는 전년대비 되레 7.7% 늘었다. 관세가 본격 적용된 8월 이후에는 수입업자들의 부담이 더 커졌을 공산이 크다. 궁극적으로 관세와 그로 인한 물가상승, 고용불안정, 중간선거 패배 우려 등 사면초가에 빠진 트럼프가 마두로 체포라는 악수를 둠으로써 세계 경제를 더 어렵게 몰고 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조만간 가시화될 법적, 정치적 제동장치들도 직접적인 원인으로 꼽힌다. 그 첫 번째는 대법원. 관세를 정하고, 연방준비제도를 통제할 수 있는 권한이 전적으로 대통령에게 있느냐 하는 대법원 판단이 곧 내려질 것이기 때문이다. 눈밖에 난 연준 의장 교체도 대통령에게 전권이 주어진 게 아니고 상원 인준을 거쳐야 한다. 일방적으로 트럼프의 손을 들어 주지 않는 한, 모호한 결정이 내려지더라도 파장은 엄청날 수 있다.
트럼프에게 결정타를 안겨줄 힘을 가진 곳은 연방의회. 지금까지 트럼프에게 전적으로 힘을 실어 주었던 공화당의 단일대오가 흔들리고 있다. 공화당 입장에서는 이대로 가면 중간선거에서 다수당의 지위를 잃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부자감세 등으로 다수 유권자들의 불만이 고조되자 일부 의원들이 서민부담을 줄여주자는 민주당 의견에 동조하는 사태가 벌어진 바 있다.
이 상황에서 제이슨 퍼먼 전 백악관경제자문위원장의 쓴소리를 새겨들을 필요가 있다. “대통령이 관세, 세금, 통화정책에 대해 일방적인 통제권을 행사하는 것보다는 혼란스럽더라도 대법관과 의원, 수백만 개의 기업들이 각자 결정을 내리는 편이 더 낫다. 그게 미국 경제의 앞날을 위해서는 더 희망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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