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의존도 높은 한국에 우선타격
시장별 포트폴리오 재설계 나서야

한때 예외로 여기던 고율 관세와 수입 쿼터가 이제는 각국의 정책 옵션이 아니라 정치적으로 가장 손쉬운 통상 수단이 되고 있다. 트럼프식 보호주의가 촉발한 관세 전쟁은 미국 내부에 머물지 않고, 다른 국가의 산업·통상 정책으로 전염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전염이 글로벌 교역의 규칙 자체를 바꾸고, 그 비용이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집중될 수 있다는 점이다.
최근 EU의 철강 수입 규제 강화는 상징적이다. EU 집행위원회는 2018년부터 운영 중인 철강 세이프가드가 만료되는 2026년 6월에 맞춰, 새로운 세이프가드 입법을 제안하고 있다. 집행위 제안의 핵심은 수입 철강의 쿼터 총량을 2024년 쿼터 대비 47% 감축하고, 쿼터 초과 물량에 부과하는 관세를 25%에서 50%로 두 배 인상하는 것이다.
이는 EU 철강산업의 그린스틸 전환을 명분으로 생산·고용·투자를 방어하려는 조치이지만, 결과적으로는 경쟁국 철강의 진입 비용을 높이는 조치다. 다만, 이 조치는 확정된 시행 규정이 아니라 집행위가 제안했고, 이후 유럽의회와 이사회의 공동입법을 거쳐야 한다.
멕시코의 움직임은 더 직접적이다. 멕시코 의회는 2025년 12월 자유무역협정(FTA) 미체결국에서 들어오는 광범위한 품목에 대해 관세를 인상하는 법 개정을 승인했고, 이 법은 올해 1월 1일 발효되었다. 대상 품목은 자동차·섬유·플라스틱·철강 등으로 넓고, 다수 품목에서 관세가 35% 수준까지 올라간다.
특히 중요한 대목은 멕시코가 미국의 대중(對中) 견제 기조와 보조를 맞추는 방향으로 정책을 설계하고 있다는 점이다. 더구나 한국도 멕시코와 FTA가 없는 국가로서 영향권에 포함된다.
이러한 보호주의의 전염이 한국에 주는 충격은 세 갈래다.
첫째, 수출 시장의 문턱이 높아진다. EU 철강 쿼터 축소·운영 강화는 한국 철강의 유럽 수출을 더 어렵게 만들고, 수출 물량이 쿼터를 넘는 순간 가격 경쟁력은 단기간에 급격히 악화된다. 이는 철강뿐 아니라 철강을 원료로 쓰는 기계·자동차·건설자재 등 연관 산업에도 파급된다.
둘째, 북미 공급망 전략이 흔들린다. 멕시코가 비(非) FTA 국가에 높은 관세를 부과하면, 멕시코를 생산거점과 수출플랫폼으로 활용하는 기업의 원재료·부품 조달비가 올라가고, 현지 판매 가격 인상 또는 마진 축소가 불가피해진다.
셋째, 정책 리스크가 상수가 된다. 관세와 쿼터는 일회성 조치가 아니라 선거·고용·지역산업과 결합해 반복된다. 기업이 세운 3~5년 투자 계획이 정치 일정에 의해 뒤집히는 일이 잦아질수록, 한국 기업의 글로벌 투자수익률은 구조적으로 낮아진다.
글로벌 경제 전체로 보면 파급효과는 더 크다. 보호주의 조치가 전염되면 교역은 블록화되고, 초과생산 물량은 다른 시장으로 밀려 들어가 제3국의 보호주의 조치를 유발한다. 그 결과 관세·반덤핑·세이프가드가 연쇄적으로 늘어나고, 비용 상승은 인플레이션 압력과 실질소득 감소로 되돌아온다. 다자 규범이 작동하더라도 분쟁 해결은 느리고, 그 사이 기업은 이미 비용을 지불한다. 결국 관세가 관세를 낳는 악순환이 글로벌 성장률을 갉아먹는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첫째, 한국은 품목별 방어에서 시장별 포트폴리오 재설계로 전환해야 한다. EU 철강처럼 쿼터형 장벽에는 출하 시점·품목 믹스·고부가 인증(저탄소, 고급특수강) 전략으로 대응하되, 중장기적으로는 유럽 내 가공·유통 거점을 통해 정책 리스크를 분산해야 한다.
둘째, 멕시코 변수에는 통상·산업·외교를 묶은 패키지 접근이 필요하다. 멕시코가 FTA 네트워크를 정책 근거로 제시하는 만큼, 품목·원산지 기준을 통한 제도적 예외 확보, 현지 투자 인센티브 연계, 공급망 협력 의제화를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
셋째, 정부는 조기경보 체계를 관세·쿼터뿐 아니라 법안 단계까지 확장해야 한다. 멕시코 사례처럼 입법을 통해 관세가 바뀌는 국면에서는 발표 이후 대응은 이미 늦다.
보호무역의 전염은 일시적 유행이 아니라, 정치 및 경제 구조 변화의 결과다. 한국은 더 이상 자유무역이 정상이고 보호무역이 예외라는 전제를 둘 수 없다. 2026년은 각국이 트럼프식 보호주의 도구(관세·쿼터·보조금 등)를 상시화하는 첫 해가 될 가능성이 크다. 한국의 선택지는 분명하다. 전염을 탄식할 것인가, 아니면 전염의 메커니즘을 읽고 선제적으로 설계를 바꿀 것인가. 승패는 속도가 아니라 구조를 바꾸는 결단에서 갈릴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