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임원진, 엔비디아와 회동⋯삼성 HBM4 최종 승인이 가시권 전망
HBM4, 생산능력 ‘속도전’ → 설계·공정·패키징 묶는 ‘공급망 종합전’으로 확대

엔비디아가 차세대 인공지능(AI) 슈퍼칩 ‘베라 루빈’을 조기에 공개하고 본격 양산 단계로 규정하면서 인공지능(AI) 반도체 경쟁의 무게중심이 칩 공개에서 공급망 이행 속도로 옮겨가고 있다. 가속기 성능을 끌어올리는 핵심 변수로 메모리 대역폭과 패키징이 부상한 가운데 고대역폭메모리(HBM4) 확보 여부가 2026년 AI 인프라 경쟁의 승패를 가를 핵심 요인으로 떠올랐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5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6 기조연설에서 ‘그레이스 블랙웰(GB)’을 잇는 차세대 슈퍼칩 ‘베라 루빈’을 전격 공개했다. 그는 “우리는 단 1년도 뒤처지지 않겠다는 원칙 아래 매년 컴퓨팅 성능의 기준을 끌어올려 왔다”며 “이를 위해 베라 루빈은 지금 이 시점에 생산에 들어가야 했고 현재 양산 단계에 있다”고 강조했다.
‘베라 루빈 NVL72’는 중앙처리장치(CPU) ‘베라’ 36개와 그래픽처리장치(GPU) ‘루빈’ 72개를 하나의 시스템으로 묶은 슈퍼칩이다. 기존 GB 기반 대비 추론 성능이 5배 높고 토큰당 비용은 10분의 1 수준으로 낮췄다. 대규모 AI 모델 학습에 필요한 GPU 수 역시 4분의 1로 줄였다.
엔비디아의 ‘속도 선언’은 즉각 HBM4를 포함한 메모리 공급망으로 전이됐다.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의 일정에 맞춰 스텝을 앞당겼다. 현지에서는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과 김주선 AI인프라 사장이 황 CEO 연설 직후 엔비디아와 비공개 미팅을 가진 것으로 전해진다. 베라 루빈용 HBM4 샘플 공급과 고객 품질 승인(퀄) 테스트를 병행하며, 1b D램 기반 HBM4 양산 시점을 예정보다 앞당기는 시나리오가 거론된다. 공급 안정성과 수율을 동시에 끌어올려 ‘선점 효과’를 굳히겠다는 계산이다.
삼성전자는 최종 퀄 통과가 최대 분기점이다. 업계에서는 엔비디아와 구글 등 빅테크를 중심으로 1분기 HBM4 최종 승인이 가시권에 들어왔다는 관측이 나온다. 승인 이후 2분기부터는 HBM 출하가 빠르게 늘 수 있다. 주문형 반도체(ASIC) 고객군의 HBM3E 주문 확대까지 겹치면 물량과 수익성의 동반 개선이 가능하다.
HBM4 세대의 승부처는 단순 물량이 아니다. 입출력(I/O) 확대와 대역폭 상향으로 가속기별 데이터 경로에 맞춘 커스텀 로직 다이 수요가 커질 가능성이 높다. GPU 중심에서 ASIC으로 AI 가속기가 분화될수록 메모리도 ‘주문형’으로 진화한다. 누가 더 빨리 대응하느냐 못지않게 누가 더 정교하게 맞추느냐가 성패를 가른다. 엔비디아의 조기 양산 시그널은 이런 구조적 변화를 감안할 때 메모리 공급망 전반에 즉각적인 압박으로 작용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엔비디아의 베라 루빈 조기 양산 선언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동일한 질문을 던진다. ‘얼마나 빨리 납기할 수 있는가’와 동시에 ‘얼마나 맞춤형으로 제공할 수 있는가’”라며 “병오년 HBM4 경쟁은 생산능력의 속도전에서 나아가 설계·공정·패키징을 묶는 공급망 종합전으로 전개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엔비디아는 이날 자율주행 차량 플랫폼 '알파마요'(Alpamayo)도 공개했다. 알파마요는 현재 메르세데스 벤츠 ‘CLA’에 탑재돼 올해 1분기 내에 미국에서 출시되고 2∼3분기에 유럽과 아시아 시장 등을 공략하겠다는 방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