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려아연의 주주명부에 미국 국방부가 이름을 올리면서, 영풍·MBK 연합과의 경영권 분쟁이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반면 영풍·MBK 측은 "신주 발생 효력이 불분명하다”며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대한 이사회 재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법적 공방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크루서블 JV를 대상으로 실시한 제3자 배정 유상증자와 관련해, 이사회 결의에 따라 신주 발행 대금 납입을 완료하고 한국예탁결제원의 전자등록 절차까지 마무리했다.
이번 신주 발행은 이사회에서 의결된 대로 미국 달러화를 기준으로 발행가액과 총액이 정해졌고, 이에 따른 대금 납입도 완료된 것으로 알려졌다.
크루서블 JV는 고려아연이 미국 국방부와 현지 방산업체와 함께 공동 출자해 설립한 합작법인이다. 이 JV는 자본금 6억9000만달러에 더해 미국 정부로부터 차입한 12억5000만달러를 포함해 총 19억4000만달러 규모의 재원을 확보했다. 이 자금은 고려아연 본사의 이번 유상증자 참여에 사용됐다.
크루서블 JV는 이번 유상증자를 통해 고려아연 지분 10.84%(220만9716주)를 확보하게 됐다. 이에 따라 고려아연을 둘러싼 경영권 분쟁에도 '안보 변수'가 본격적으로 등장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 국방부가 대주주로 참여한 합작법인이 고려아연 지분을 보유하게 되면서, 고려아연이 미국의 전략적 안보자산으로 분류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업계에서는 이 경우 영풍·MBK 연합이 추진 중인 적대적 인수합병(M&A)이 사실상 어려워질 수 있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반면 영풍·MBK 측은 신주 발행의 법적 효력 자체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크루서블 JV에 배정된 신주가 아직 상업등기부에 등재되지 않았고, 이사회 결의 이후 원·달러 환율 변동으로 달러 납입액의 원화 환산금액과 원화 기준 주당 발행가액이 달라졌다는 점을 문제 삼고 있다. 이들은 이러한 변동이 발생한 만큼 이사회 재결의를 거쳐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고려아연은 "크루서블 JV를 대상으로 한 제3자 배정 유상증자의 신주 발행은 이사회 결의대로 대금 납입이 완료됐고, 예탁결제원 전자등록까지 모두 마쳤다"며 "발행가액과 발행 주식수는 이사회 결의 시점에서 달러화를 기준으로 의결된 사안"이라고 반박했다.
앞서 고려아연은 지난달 30일 유상증자 신주 발행액이 기존 2조8508억원에서 2조8336억원으로 172억원 줄었다는 정정공시를 냈다. 유상증자 납입일인 지난달 26일 기준 원·달러 환율 1460.60원을 적용한 결과라는 설명이다. 당초 발행액은 이사회 직전 영업일인 지난달 12일 환율(1469.50원)을 기준으로 산정됐다.
경영권 분쟁이 법리 공방을 넘어 외교·안보 영역까지 확장되는 양상 속에서, 고려아연을 둘러싼 주주 간 대립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