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의 창] 청각장애 부모를 둔 소녀의 성장 이야기

입력 2026-01-0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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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원립 동국대 영화영상학과 명예교수

<‘코다’, 션 헤이더 감독, 2021년>

제목 코다(CODA)는 children of deaf adults의 약자다. 즉 농인 부모의 아이를 뜻한다. 그런데 그냥 ‘아이’라고 했으므로, 청각이 있을 수도 있고 부모처럼 없을 수도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대개 청각이 있는 아이를 의미한다. 청각 장애 부모에게서 태어나는 아이의 90%가 정상이라고 한다.

이 영화는 이런 코다 소녀 루비의 이야기다. 그녀에겐 어머니, 아버지 외에 오빠도 한 명 있는데 그도 청각 장애가 있다. 그들은 어업에 종사한다. 바다에서 물고기를 잡아서 중간 상인에게 판다.(가격 횡포가 심해서 나중에 그들은 장애에도 불구하고 조합을 만들어 직접 거래한다)

루비는 학교에 다니면서도 가족의 일을 돕고 그들을 위한 통역도 열심히 한다. 루비는 또 노래 부르는 걸 좋아하는데 어느날 즉흥적으로 학교 합창부에 가입한다. 합창부 선생은 그녀의 재능을 알아보고 유명한 버클리 음대에 진학할 것을 권한다. 그러나 그녀가 떠나면 가족은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이런 줄거리를 보면 어디서 본 듯하다고 여겨질 수 있을 테다. 성장 이야기의 정형을 따른다는 것 외에, 거의 같은 내용의 영화가 이미 있었다. 사실 ‘코다’는 그 프랑스 영화 ‘미라클 벨리에’(2015)의 리메이크다. 그리고 그 이전에 ‘비욘드 사일런스’(1996)라는 유사한 독일 영화도 있었다. 코다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가 많지도 않은데 이렇게 여러 영화가 비슷한 것은, 음악과 ‘듣지 못함’의 대비가 드라마틱하기 때문이다. 그건 ‘자식을 이해하지 못하는 부모’를 상징한다고도 할 수 있다. 영화에서 어머니는 딸이 합창부에 들어갔다니까 “내가 맹인이었으면 그림 그리고 싶었을걸”이라고 말한다. (그렇다고 이 영화에서 딸이 특별히 반항적인 건 아니다. 오히려 화목한 가정으로 묘사된다)진부한 면들이 있지만 이 영화는 많은 관객에게 감동을 주었다. 최대 영화정보 사이트인 IMDB에 관객 평점이 8.0으로서, 상위 4% 정도에 속한다. 2022년 미국 아카데미 영화제에서 작품상과 남우조연상, 각색상 등을 수상했다. 남우조연상의 주인공은 아버지 역의 트로이 코처인데, 그를 비롯하여 어머니 역과 오빠 역 모두 실제로 청각 장애인들이다. 필자처럼 그 사실을 모르고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그들이 수화를 너무 잘한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합창부 선생이 루비에게 노래하면 어떤 느낌(기분)이냐고 물었을 때다. 루비는 잘 대답하지 못한다. “모르겠어요 … 설명하기 힘들어요”라고 말한다. 그래도 노력해 보라고 선생이 부추기니까 루비는 천천히 수화를 시작한다. 선생은 수화를 알아듣지 못하지만 미소 짓는다. 비장애인의 일상 언어보다 수화가 더 표현적일 수 있다는 걸 누가 감히 생각했겠는가.

이 외에도 청각 장애인의 시점을 표현하려고 한 것들이 좋았다. 노래 부르는 사람의 목젖에 손을 대보는 것 같은 건 딱히 새롭지 않다고 해도, 후반에 루비의 합창부 공연 때 객석의 부모가 무음 (관객에게도 무음이다) 속에서 주위 사람들의 반응을 살피는 건 신선하게 다가왔다. 물론 약간의 과장은 있지만, 사람들이 고개로 장단을 맞추는 모습이라든지 감동한 표정 같은 걸 클로즈업으로 보여준다.

대부분 관객에게 가장 감동적인 장면은 아무래도 루비가 버클리 음대에서 오디션을 보는 장면일 것이다. 그 오디션 장소에 다른 사람은 못 들어가지만, 부모와 오빠는 강당 2층으로 몰래 들어가 앉는다. 루비는 그들을 쳐다보며 노래를 부르다가 가사를 수화로 통역하기 시작한다. 심사자들은 루비의 시선이 위로 가 있는데다 수화까지 하니까 뒤돌아본다. 그러나 그들은 상황을 이해하고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루비가 여기서 부른 노래가 조니 미첼의 ‘Both Sides Now’다. 이 노래의 시작 부분을 옮겨 본다.

‘천사의 출렁이는 머리 / 하늘에 떠 있는 아이스크림 성 / 깃털의 계곡 / 난 구름을 그렇게 봐 왔어요. / 그러나 이제 그것들은 해를 가리기만 해요 / 모두에게 비와 눈을 내려요 / 난 아주 많은 것을 할 수도 있었어요 / 그러나 구름이 가로막았어요. / 난 이제 구름을 양쪽에서 다 보았어요.(여기서 루비가 수화를 시작한다. 수화를 모르는 사람도 동작이 가사와 일치한다는 걸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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