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해 코스닥 시장이 '혁신기업의 등용문'이라는 본연의 정체성을 회복할 수 있을지 시험대에 오른다. 인공지능(AI)·우주·에너지 등 딥테크 기업을 겨냥한 맞춤형 상장 심사를 도입하는 한편, 시가총액 요건 상향과 상장 유지 규율도 동시에 강화되면서다. 상장은 넓히고 퇴출은 빠르게 하는 구조 전환이 실제 시장 신뢰 회복으로 이어질지가 올해 코스닥의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는 코스닥시장 상장규정 시행세칙을 개정해 AI·우주·에너지(신재생·ESS) 산업에 대한 '맞춤형 질적 심사기준'을 지난달 31일부터 적용하고 있다. 개정된 심사 기준은 산업별 특성을 반영해 심사하는 방식으로, 지난달 31일 이후 상장예비심사를 신청하는 법인부터 적용된다.
이번 조치는 금융위원회가 지난달 19일 발표한 '코스닥 시장 신뢰·혁신 제고 방안' 방안의 일환이다. 금융위는 당시 혁신기업의 원활한 상장과 부실기업의 엄정·신속 퇴출을 병행하겠다고 밝히며, 혁신기술 분야 상장 기준을 정교화하는 로드맵을 제시했다. 당국은 3대 분야(AI·우주·에너지)를 시작으로 2026년 이후 맞춤형 기술특례상장 적용 대상을 순차적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시장 지표에서도 '다산다사(多産多死)' 흐름이 관측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코스닥 신규 상장사는 84곳(스팩 제외)으로, 공모를 통해 약 2조5400억 원을 조달했다. 공모가 기준 시가총액은 15조3000억 원에 달해 2021년 이후 4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반대로 한계기업이 설 자리는 좁아졌다. 지난해 코스닥 상장폐지가 결정된 기업은 38곳으로, 최근 3년 평균치의 약 2.5배에 달했다. 퇴출 속도도 빨라져 실질심사를 통한 퇴출 소요 기간(384일)이 최근 3년 평균(489일) 대비 20% 이상 단축됐다.
올해부터는 상장 유지 규칙이 제도적으로 한층 더 강력해진다. 시가총액 상장폐지 기준이 기존 40억 원에서 150억 원으로 상향됐다. 시총이 30일 연속 기준을 밑돌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되고, 이후 90일 내에 이를 회복하지 못하면 이의신청 절차 없이 즉시 상장폐지될 수 있다.
시장 진입 단계의 검증도 매서워질 전망이다. 특히 '뻥튀기 상장' 논란을 빚어온 공모가 산정 관행에 제동이 걸린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추정 실적을 바탕으로 공모가를 산정한 기업 중 상장 첫해에 목표치를 달성한 곳은 단 6개사(5.7%)에 불과했다고 지적하며, 추정 실패 유형을 점검하는 체크리스트 마련 등 대응 방안을 제시했다.
당국은 상장·퇴출 시스템 정비뿐 아니라 기관 자금의 코스닥 유입 여건도 손보겠다는 구상이다. 코스닥벤처펀드 세제혜택 한도 확대, 연기금 등의 기금운용 평가기준에 코스닥지수 반영을 검토하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결국 올해 코스닥의 성패는 혁신기업을 얼마나 끌어들이느냐가 아니라, 상장 확대와 퇴출 강화가 함께 작동하는 구조를 만들 수 있느냐에 달렸다는 평가다. 한 투자은행(IB) 관계자는 "딥테크 육성과 부실기업 퇴출이라는 두 축이 동시에 작동해야 코스닥의 고질적인 저평가를 해소하고 질적 성장을 입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