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라는 모순 [읽다 보니, 경제]

입력 2025-12-3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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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교보문고)
(사진제공=교보문고)

사람들은 흔히 삶을 '운명'이나 '사랑' 같은 낭만적인 단어로 포장하곤 한다. 하지만 소설가 양귀자는 1998년 발표한 소설 '모순'을 통해 차가운 진실을 건넨다. 인생은 겉과 속이 다른 모순투성이이며, 우리는 그 속에서 끊임없이 무언가를 선택해야만 하는 존재라는 사실을 말한다.

어떤 삶이 더 나은가

스물다섯 살 주인공 안진진에게는 쌍둥이 엄마와 이모가 있다. 똑같은 외모로 태어났지만, 결혼이라는 선택 이후 두 사람의 삶은 극명하게 갈린다. 엄마는 알코올에 중독돼 행패 부리는 남편과 사고뭉치 아들을 건사하며 시장바닥에서 매일매일을 전쟁터처럼 살아간다. 반면 이모는 상당한 부를 가진 남편과 미국에서 유학 중인 똑똑한 자녀들 사이에서 그림 같은 평온을 누리며 산다.

안진진은 극과 극인 두 여자의 삶을 관찰하며 자신의 미래를 고민한다. 그러던 중 그녀에게도 선택의 순간이 찾아온다. 가난하지만 영혼이 맑은 사진작가 '김장우'와 모든 것이 계획적이고 풍요로운 조건을 갖춘 '나영규'. 안진진은 두 남자 사이를 오가며, 단순히 '누구를 사랑하는가'를 넘어 '어떤 인생의 방식을 선택할 것인가'라는 무거운 질문 앞에 서게 된다.

한계 효용 체감의 법칙

사람은 누구나 더 나은 삶을 꿈꾼다. 더 좋은 집, 더 안정적인 직장, 더 풍족한 일상을 갖게 되면 자연스럽게 행복도 커질 것이라고 믿는다. 그런데 경제학은 이 믿음에 다른 질문을 던진다. ‘한계 효용 체감의 법칙’에 따르면, 어떤 재화를 많이 가질수록 그것이 주는 추가 만족은 점점 줄어든다. 처음에는 큰 기쁨을 주던 것도 시간이 지나면 당연해지고, 감동은 흐려지고, 더 이상 마음을 움직이지 못한다.

안진진의 이모의 삶이 그렇다. 물질적 결핍이 없고 사회적으로 안정돼 있지만, 욕구가 충분히 충족된 이후에는 새로운 만족이 자리 잡을 공간이 점점 줄어든다. 풍요는 곧 익숙함으로 변하고, 익숙함은 공허로 바뀐다. 더 많이 소비하고 더 좋은 환경을 갖추더라도, 그것이 주는 행복은 점점 줄어들다가 어느 순간 0에 가까워지고, 끝내는 마이너스로 떨어진다.

소설은 "더 많이 가지면 더 행복하다"는 믿음이 단순한 오해임을 보여준다. 행복의 절대량이 아니라, 우리가 그것을 어떻게 느끼느냐가 훨씬 중요한 변수로 작동한다.

당신의 모순을 경영하십시오

안진진은 인생이 깔끔하게 설명되는 것이 아니라, 견디고 받아들이며 살아내야 하는 과정임을 깨닫는다. 인간의 삶은 주어진 기쁨과 슬픔을 어디에 놓고 어떻게 견뎌낼지 결정하는 문제에 더 가깝다. 결핍이 많은 삶은 힘겹지만, 그만큼 여전히 감동할 수 있고 기대할 수 있는 가능성을 남긴다. 완벽하고 고요한 평온만을 꿈꾸기보다, 흔들리고 다치더라도 자신의 모순을 끌어안고 앞으로 나아가는 일이 더 단단한 삶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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