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세 구조·인력 고령화 여전…산업 체질 개선 과제도 확인

국내 종자산업 규모가 1조 원에 바짝 다가섰다. 다만 이번 성장은 종자 부문의 확장이라기보다 육묘 시장의 급격한 확대가 이끈 결과로, 산업 내부의 구조 변화가 함께 드러났다는 점이 특징이다.
30일 국립종자원이 발표한 ‘2024년 종자산업 현황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종자산업 규모는 9719억 원으로, 2022년 조사 대비 11.0% 성장했다. 연평균 증가율은 5.4% 수준이다. 이번 조사는 종자업·육묘업 등록 업체 4128곳을 대상으로 진행됐으며, 응답률은 96.4% 수준이다.
종자와 육묘는 같은 출발점에 있지만 산업 성격은 다르다. 종자는 품종 개발과 육종, 종자 생산·유통까지를 포괄하는 기술·지식 집약형 산업으로, 연구개발(R&D) 기간이 길고 성과가 장기적으로 나타나는 특징이 있다. 반면 육묘는 종자를 발아·육성해 농가에 바로 공급하는 단계로, 시설 투자와 생산 규모 확대에 따라 비교적 단기간에 매출 성장이 가능하다.
최근 종자산업 성장의 중심이 육묘로 이동한 것은 스마트 육묘시설 확산과 재배 안정성 수요 증가가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실제 조사 결과에서도 부문별 성장 격차는 뚜렷했다. 종자 판매액은 6901억 원으로 2년 전보다 2.1% 늘어나는 데 그친 반면, 육묘 판매액은 2818억 원으로 같은 기간 41.1% 급증했다. 매출 규모는 종자 판매액이 크지만 전체 종자산업 성장분 상당 부분이 육묘 부문에서 발생한 셈이다.
종사자 수는 총 2만1805명으로 2022년 대비 6.0% 증가했다. 다만 증가 양상은 부문별로 엇갈렸다. 종자업 종사자는 1만5703명으로 23.1% 늘어난 반면, 육묘업 종사자는 6102명으로 21.9% 감소했다. 육묘 부문에서 시설화·자동화가 진전되며 인력 수요가 줄어든 영향으로 해석된다.
산업 구조는 여전히 영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종자업체 2561곳 가운데 매출 5억 원 미만 업체가 92.3%를 차지했고, 육묘업체 역시 72.4%가 매출 1억5000만 원 미만의 소규모 사업자였다. 매출 40억 원 이상 종자업체는 전체의 1.0%, 매출 9억 원 이상 육묘업체는 3.1%에 불과했다.
작목별 판매 구조에서도 변화가 감지됐다. 종자 부문에서는 채소 종자가 4026억 원으로 전체의 58.3%를 차지하며 여전히 주력 품목이었지만, 판매액은 2022년 대비 3.4% 감소했다. 반면 과수 종자는 821억 원으로 18.3% 늘었고, 식량 종자와 화훼 종자도 각각 13.5%, 26.5% 증가했다. 육묘 부문에서는 채소 묘가 2215억 원으로 전체의 78.6%를 차지하며 성장세를 주도했다.
인력 구조에서는 한계도 확인됐다. 종자업체의 육종 인력은 1257명으로 정체 흐름을 보였고, 이 가운데 생명공학 인력은 123명에 그쳤다. 육묘업 역시 생산·품질관리 전문인력은 늘었지만, 60세 이상 비중이 53.3%로 절반을 넘으며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양주필 국립종자원장은 “이번 종자산업 실태조사가 국내 종자산업 현황을 정확히 진단하고, 향후 정책 지원 및 종자산업 육성을 위한 기초자료로 활용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종자산업이 외형적으로는 성장 궤도를 이어가고 있지만, 육묘 중심의 성장 쏠림과 영세 구조, 전문 인력 부족이라는 과제가 동시에 드러난 모양새다. 이에 정책과 산업 전략의 초점이 단순한 규모 확대보다 경쟁력 강화와 체질 개선에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