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성동구 성수동 일대 재개발의 핵심축인 성수전략정비구역 4지구 수주전이 본격화되는 가운데 대우건설과 롯데건설의 2파전이 관측된다. 양사는 한남2구역 이후 3년 만에 시공권을 두고 다시 맞붙을 가능성이 거론되며 이목이 집중된다.
31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성수4지구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이 26일 개최한 현장 설명회에는 대우건설, 롯데건설, DL이앤씨, SK에코플랜트, HDC현대산업개발 등 5개사가 참석했다.
서울 성수4지구 재개발 사업은 성동구 성수동2가 일대 8만9828㎡ 부지에 지하 6층~지상 64층, 1439가구 규모의 아파트와 부대복리시설을 조성하는 프로젝트다. 성수전략정비구역 4개 지구 가운데 유일하게 50층 이상 초고층 설계를 확정해 한강변 랜드마크 단지로 꼽힌다.
총 예정 공사비는 1조3628억4400만 원으로 3.3㎡당 1140만 원 수준이다. 이는 최근 서울 주요 정비사업장 공사비(800만~900만 원)보다 높은 금액이다.
업계에서는 대우건설과 롯데건설의 2파전을 전망하고 있다. 양사는 2022년 한남2구역 재개발 사업에서 맞붙은 바 있으며 당시에는 대우건설이 시공권을 가져갔다. 이번 성수4지구는 당시보다 사업 규모와 상징성이 더 크다는 점에서 재대결의 무게감이 한층 커졌다는 평가다. 특히 한남2구역에서도 단 68표 차이의 접전을 벌였던 만큼 초박빙 승부가 예상된다.
성수4지구 수주를 위해 양사는 하이엔드 브랜드를 전면에 내세울 것으로 보인다. 대우건설은 ‘써밋(SUMMIT)’을 롯데건설은 ‘르엘(LE-EL)’ 적용 가능성이 높다.
대우건설은 당초 성수3지구에도 관심을 보였으나 4지구에 집중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특히 리뉴얼한 써밋 브랜드를 적용할 방침이다. 대우건설은 7월 기존 하이엔드 브랜드 ‘푸르지오 써밋’을 ‘써밋’으로 변경하며 브랜드 방향성을 재정립했다. 대우건설은 시공 안정성과 브랜드 명성을 내세워 수주전에 임할 방침이다. 다만 강남과 한남, 경기 과천을 넘어 부산과 강서 등으로 적용 범위가 넓어지며 하이엔드 브랜드로서의 희소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올해 대우건설의 정비사업지 가운데 △문래동4가 △청파1구역 △유원제일2차 등에 써밋이 적용됐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써밋은 브랜드 리뉴얼을 통해 기존 하이엔드에서 한 단계 진화한 주거 서비스와 상품을 선보였다”면서 “단지 수가 늘었다는 이유만으로 하이엔드 가치가 희석되기보다는 오히려 시장에서 브랜드 경쟁력이 검증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자사는 민간 주택 공급 경험과 시공 실적 측면에서 업계 최상위권을 유지해왔다”면서 “개포주공, 신반포 등 주요 정비사업을 통해 축적한 시공·사업 노하우와 설계 경쟁력을 바탕으로 수주전에 임할 것”이라 밝혔다.
롯데건설은 최근 ‘르엘’ 브랜드의 존재감을 끌어올리고 있다. 한국기업평판연구소가 실시한 10개 하이엔드 주거 브랜드 평판조사에서 르엘은 현대건설 디에이치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또 최근 강남권 단지에서 최고가 기록을 잇따라 경신하며 하이엔드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청담 르엘 전용면적 111.97㎡(28층)는 지난달 15일 90억 원에 거래됐다. 이는 강남구 신축 아파트 가운데 평당 매매가 2억 원을 넘긴 최초 사례다. 잠실 르엘 전용면적 84㎡ 입주권(25층)도 이달 2일 48억 원에 계약돼 지난달 3일 기록한 40억 원 대비 한 달 만에 신고가를 경신했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롯데건설은 성수4지구 사업에 적극 참여할 계획”이라며 “초고층으로 계획된 성수4지구를 롯데월드타워를 완성한 노하우와 기술력을 바탕으로 가치를 더욱 높일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최고의 입지에만 엄격하게 적용해온 르엘의 품격을 담아 명품 설계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유나 NH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성수전략지구는 서울 재개발 상급지 흐름을 이끌 핵심 축”이라며 “설계안과 조합원에게 제시하는 혜택이 한남동 수준으로 치열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브랜드 경쟁 구도에 대해서는 “롯데건설이 성동구와 광진구 일대에서 존재감을 키워왔다”며 “최근 강남권에서 청담 르엘과 잠실 르엘이 상징 단지로 자리 잡으면서 르엘 브랜딩이 성공적으로 이뤄졌다”고 평가했다. 이어 “반면 써밋은 강남권에서 대표 단지가 뚜렷하지 않아 상대적으로 약하게 평가되는 분위기도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조합은 내년 2월 9일 입찰을 마감한다. 이날 현장설명회에 참석한 업체에 한해 입찰 자격이 주어진다. 입찰은 일반경쟁입찰 방식으로 진행되며 조합은 내년 상반기 중 총회를 열고 최종 시공사를 선정할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