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내 처리 불발된 상법 3차 개정…與, 경영권 방어 장치 수용할까

입력 2025-12-28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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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주 소각 의무화' 법사위 문턱 못 넘어
한정애 정책위의장 "늦어도 1월엔 처리"
재계 "경영권 방어 수단 없다" 강력 반발
포이즌필 대신 의무공개매수제 대안 제시

▲11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박일준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 더불어민주당 권칠승 경제형벌민사책임합리화TF 단장, 오기형 코스피5000특별위원회 위원장 등 참석하에 열린 더불어민주당 코스피5000특위·경제형벌민사책임합리화TF-경제8단체 간담회가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11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박일준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 더불어민주당 권칠승 경제형벌민사책임합리화TF 단장, 오기형 코스피5000특별위원회 위원장 등 참석하에 열린 더불어민주당 코스피5000특위·경제형벌민사책임합리화TF-경제8단체 간담회가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골자로 한 상법 3차 개정안의 연내 처리를 사실상 포기하고 내년 1월 임시국회로 일정을 미뤘다. 재계가 경영권 방어 장치 도입을 강력히 요구하는 가운데 민주당이 이를 수용할지 주목된다. 민주당이 의무공개매수제를 대안으로 제시하면서 자사주 소각 의무화와 의무공개매수제를 함께 논의하는 '투 트랙' 방식이 가능한 시나리오로 예상된다.

한정애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26일 정청래 당대표 취임 첫 기자간담회에서 "법사위가 그동안 너무 많은 법안들을 처리하면서 시간이 조금 없었다"며 "늦어도 내년 1월에는 처리할 수 있지 않을까 예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수현 수석대변인도 14일 "지금 개혁 법안을 처리하기에도 연내에는 일정이 빠듯한 상황"이라며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로 인해 처리해야 할 연내 목표 개혁 법안들이 본회의 개최 가능 날짜보다 숫자가 많을 것으로 보인다"고 연내 처리 불투명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민주당은 이사 충실의무 확대를 담은 1차 상법 개정안을 7월, 집중투표제 의무화를 담은 2차 개정안을 8월에 각각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오기형 의원이 11월 25일 대표 발의한 3차 개정안까지 연내 처리하겠다는 계획이었으나 내란전담재판부법, 2차 특검법 등 정치 개혁 법안에 밀려 법사위 문턱을 넘지 못했다.

오기형 의원안의 핵심은 강제성과 소급 적용이다. 자사주 취득 후 1년 이내 무조건 소각해야 하며, 법 시행 전 이미 보유 중인 자사주도 6개월 유예 후 1년 내 소각 의무가 부과된다. 임직원 성과보상이나 재무구조 개선 등 경영상 목적으로 보유하려면 주주총회 특별결의 승인을 받아야 하고, 위반 시 이사 개인에게 5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자사주 보유 비율이 높은 기업들의 긴장감이 높다. 시가총액 상위 100대 기업 기준 SK㈜가 24.8%로 가장 높고, 미래에셋증권 23.0%, 두산 17.9%, DB손해보험 15.2%, 삼성화재 13.4% 순이다.

재계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박일준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은 11일 민주당과의 간담회에서 "자사주 활용에서 자본시장을 활성화하자는 데는 경제계도 전혀 이견이 없다"면서도 "다만 예외를 얼마만큼 어떤 절차로 허용할 것인지 등에 관해서는 머리를 맞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국경제인협회는 "자사주가 유일한 경영권 방어 수단인데 이것마저 없애면 해외 투기자본의 경영권 위협이 더욱 빈번해질 것"이라며 신주인수선택권(포이즌필) 도입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재계의 우려를 일정 부분 수용하려는 움직임이 감지된다. 오기형 코스피5000특위 위원장은 11일 경제8단체와의 간담회에서 "2차 상법 개정 후 3차 개정은 6개월간 사회적 논의를 거쳐 이제 발의하는 단계라 속도 조절을 지적받는다"며 재계 우려를 인지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그는 앞으로는 "법보다 관례나 시장 가이드라인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밝혀 입법 일변도에서 벗어나 시장 자율 규제 방식도 병행하겠다는 정책 전환을 예고했다.

다만 민주당이 재계가 요구하는 포이즌필을 직접 수용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김남근 의원은 "경영권 방어 문제는 의무공개매수제도 등 재계가 요구하는 점들을 더 적극적으로 수용해서 후속 입법으로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혀 포이즌필이 아닌 의무공개매수제를 대안으로 못 박았다. 의무공개매수제는 일정 지분 이상을 확보해 최대주주가 되는 경우 일반 주주 보유 주식도 경영권 프리미엄이 반영된 같은 가격으로 공개매수하도록 의무화하는 제도다. 다만 구체적인 지분율 기준은 아직 논의 중이다.

오기형 위원장은 "의무공개매수제로 적대적 인수합병의 비용이 증가하니 실질적으로 경영권 방어 수단 기능을 하는 것이 아닌가"라고 밝혔다. 미국과 일본이 해외 투기자본의 M&A 공세에 대응해 포이즌필과 차등의결권을 도입한 것과 달리, 민주당은 소액주주 보호와 경영권 방어의 균형점으로 의무공개매수제가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결국 1월 임시국회에서 자사주 소각 의무화와 의무공개매수제를 함께 논의하는 '투 트랙' 방식이 유력한 시나리오로 거론된다.

학계에서도 찬반 의견이 엇갈린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자사주 매입 후 소각 의무화는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며 배당 성향을 높이고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는 해법"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신현한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는 "소각에 따른 단발적 주가 상승에만 매몰될 경우 오히려 장기적인 자기주식 취득 효과를 잃을 수 있다"며 신중론을 펴고 있다. 실제로 최근 5년간 자사주 취득 공시 2067건 중 93.7%가 '주주가치 제고'를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실제 소각을 이행한 기업은 35.8%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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