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현광장_박승찬의 미·중 신냉전, 대결과 공존 사이] 49. ‘강대강’ 치닫는 미·중 안보전략

입력 2025-12-2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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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찬 용인대 중국학과 교수/(사)중국경영연구소장

내년 중간선거 앞서 조급한 트럼프
첨단기술 주도권 확보 노골적인 中
양국 패권경쟁속 韓 균형찾기 중요

비슷한 시기 미·중 양국에서 중요한 국가정책 문서가 발표되면서 그 의미와 함의를 두고 논쟁이 뜨겁다. 12월 5일 백악관이 미국의 대외안보·외교·경제·군사분야 전략지침인 국가안보전략(NSS) 보고서를 발표했다. 전체 29페이지 분량의 보고서를 관통하는 내용의 핵심은 힘을 통한 평화 구축으로 크게 3가지로 귀결된다. 첫째, 중국에 대한 억제강화 둘째, 한국과 일본 등 동맹의 핵심역량 강화 셋째, 한반도 비핵화 내용의 삭제이다.

2017년 트럼프 1기 17번 언급, 2022년 바이든 행정부에서 3번 언급되었던 북한 비핵화가 2025년 트럼프 2기 보고서에서는 한 번도 언급되지 않았다. 그 대신 ‘중국’만 19번이나 언급되었다. 미국은 중국방어와 견제에 힘을 쏟아야 하니, 북한 문제는 한국이 주도적으로 하라는 뜻이다. 보고서는 전체적으로 동맹국에 대한 국방비 증액, 중국견제 공조강화 등 외교·안보적 방향성을 명시했다. 또한, 경제·기술 분야에서는 중국의 공급망 지배와 불공정 무역관행, 첨단기술·반도체·핵심광물 공급망 재편에 있어 동맹국과 함께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중 간 대립과 충돌은 단시일 내 해결될 사안이 아님을 의미한다.

흥미로운 것은 최근 엔비디아 고사양 H200 칩의 대중국 수출을 허용하는 대신 매출이익의 25%를 정부가 가져가는 조건을 달았다. 이를 두고, 첨단기술을 두고 벌이는 미·중 간 대립과 충돌의 새로운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결코 그렇지 않다. 미국은 첨단기술과 군사패권 유지를 위해서는 중국의 기술굴기를 차단해야 하고, 공급망·인공지능(AI)·반도체 등 영역에 있어 중국과의 구조적 디커플링을 목표로 하고 있다.

문제는 내년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승리해야 하는데 트럼프의 지지율이 더욱 하락 추세에 있다는 점이다. 인플레이션과 고용지표관리 등 경제 성과가 필요한 상황에서 중국과의 디커플링이 어렵다는 뜻이다. 조급한 트럼프 입장에서 중국과의 갈등과 경쟁을 일단 관리해야 한다. 지난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미·중 정상회담의 결과도 ‘위장된 휴전’, ‘전략적 적과의 동침’으로 내년 중간선거까지는 이른바, ‘미국판 도광양회(韜光養晦)’ 전략을 취하겠다는 속내가 숨어 있다.

한편, 11월 27일 중국정부는 ‘신시대 중국의 군비통제, 군축, 비확산’ 백서를 발간했다. 이번 중국 군비통제백서는 1995년, 2005년에 이어 세 번째다. 복잡하고 심각한 국제안보상황, 군비통제 정책, 군비통제의 건설적 참여, 국제안보 거버넌스 선도, 과학기술 국제협력 강화의 총 5가지 영역으로 구성되어 있다. 미국과 마찬가지로 ‘한반도의 비핵화’ 내용은 빠져 있다. 2017년 발표된 ‘아시아태평양 안보협력’ 백서까지 언급된 한반도 비핵화 표현이 ‘한반도 문제에 대해 공정한 입장과 한반도의 평화안정을 위해 노력한다’로 수정되었다.

백서의 함의는 중국이 세계평화의 공헌자, 국제질서의 수호자, 다자안보 체제의 기여국으로서 글로벌 거버넌스의 책임 있는 강대국 이미지를 대내외적으로 알리고자 하는 것이다. ‘패권주의와 일방주의를 앞세운 강대국들이 절대적 우위를 추구하며 군사력을 경쟁적으로 확장하는 것은 세계평화와 안정을 위협하는 행위’라고 언급하며, 우회적으로 미국을 비판하고 있다. 무엇보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우주·사이버·AI 등 신기술 영역을 군비통제 범위로 확장했다는 점이다. 이는 미래 첨단 군사력의 핵심인 첨단기술 영역에 있어 미국을 추월해 중국이 주도권을 잡겠다는 전략적 의도로 신기술 영역의 글로벌 규범 리딩국가로 자리매김하겠다는 포석이다.

향후 글로벌 체제의 파편화, 진영화로 인한 국제정세의 불확실성이 가속화되면서 양국 간 주도권 경쟁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 및 보호무역과 중국의 다자주의 및 자유무역이 충돌하는 아이러니컬한 상황 속에 우리 생존전략도 변화가 필요하다. 미·중 양국의 경쟁 속에 균형과 자강의 힘을 바탕으로 국제사회에서의 역할과 기능을 더욱 확대해야 한다.

박승찬

중국 칭화대에서 박사를 취득하고, 대한민국 주중국 대사관에서 경제통상전문관을 역임했다. 미국 듀크대(2010년) 및 미주리 주립대학(2023년) 방문학자로 미중기술패권을 연구했다. 현재 사단법인 한중연합회 회장 및 산하 중국경영연구소 소장과 용인대학교 중국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 <더차이나>, <딥차이나>, <미중패권전쟁에 맞서는 대한민국 미래지도, 국익의 길>, <알테쉬톡의 공습> 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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