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결국, 신분이 낮았던 좀비들만 참수되고, 신분이 높은 사대부들은 제대로 처리되지 않은 채 입관하게 된다. 결과는 뻔히 예상될 것이다. 머리가 그대로인 양반 좀비들은 다시 활개를 치며 한양, 경복궁 한복판에까지 들이닥치게 된다. 아직 젊고 권력 기반이 없던 세자는 동래에서의 막강한 사대부들과 할 수밖에 없었던 그 타협의 순간을 뼈저리게 후회했을 것이다. 그 순간에 단호하게 행동하지 못함으로 인해 나라를 송두리째 잃을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한국 경제가 지금 이 상황과 같다. ‘킹덤’에서와 같은 끔찍한 모습은 아니지만, 한국 경제의 좀비가 서서히 우리를 잠식하고 있다. 차라리 드라마에서와 같은 흉측한 외관이었다면 최소한 사람들이 겁을 먹었을 텐데 참으로 안타깝다. 그 좀비는 오히려 국내 증시 호황, 폭등하는 집값이라는 부풀려진 겉모습으로 현혹하고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최근 국내 증시는 전례 없는 호황임에도 불구하고 환율은 폭등하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한국 경제가 안고 있는 어마어마한 규모의 ‘부채 좀비’도 그 원인이 되고 있다. 대한민국의 국가총부채 규모는 6200조 원에 달한다. 그중에서도 가계부채는 2000조 원으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심지어 이 숫자는 전세보증금 약 1200조 원을 제외한 것이다.
이 부채가 좀비라면 지금 한국 경제의 상태는 시쳇말로 ‘좀비 아포칼립스(apocalypse)’ , 대재앙이 닥친 수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제는 이 좀비 사태가 해결은커녕 더 심각해질 전망이라는 것이다. 한국은행은 지금도 부채 좀비의 먹이에 해당하는 M2 통화를 찍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어쩌다가 이런 재앙에 이르게 됐을까. 한국은행은 ‘킹덤’의 주인공 세자가 그러했듯이, 3년 전에 했던 좀비들과의 타협을 후회해야 할지도 모른다. 2022년, 코로나19발 글로벌 유동성 폭발 이후 많은 나라들은 시장의 버블을 제거하기 위해 긴축재정에 들어갔다. 그런데, 이런 흐름을 거스르고 경기 부양을 위해 통화 공급을 늘린 나라가 바로 한국이다.
자신의 좀비 아들을 참수하지 말아달라는 기업들과 이들을 받아준 정부에 단호하게 대응하지 못한 결과, 3년이 지난 지금 부채 좀비는 한국 경제의 심장부까지 노리게 되었다. 지금은 한국은행이 환율 방어를 위해 국민연금까지 동원한다는 논란에 휩싸여 있다. 대한민국이 ‘부채 좀비 아포칼립스’로 인해 국민의 최후 노후자금을 손대는 과오는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믿는다. 정부와 한국은행의 현명하고 결단력 있는 대처를 소망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