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핵심 쟁점은 한국철도공사(코레일)의 경영평가성과급 산정 기준이다. 현재 코레일은 성과급을 기본급의 80%를 기준으로 계산하지만, 다른 공공기관들은 기본급 100%를 적용받고 있다. 노조는 이를 명백한 형평성 훼손으로 보고 있다.
이 문제가 시작된 것은 2009년 공공기관 임금체계 개편이다. 당시 정부는 2010년부터 각종 수당과 급여성 복리후생비를 기본급에 통합하도록 했지만, 코레일은 노사 협상이 지연되면서 2011년에야 지침을 적용했다. 이 과정에서 기획재정부는 지침 적용이 늦어진 데 대한 페널티로 성과급을 이전의 낮은 기본급 기준으로 산정하도록 했고, 이 방식이 매년 반복되며 ‘80%룰’로 고착됐다.
문제는 이 페널티가 일회성 조치에 그치지 않고 15년 넘게 구조화됐다는 점이다. 노조는 “15년 전의 제도 운영상 문제로 인한 불이익이 현재까지 유지되는 것은 과도하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코레일 직원의 평균 기본급은 월 338만4000원으로 32개 공기업 평균의 73% 수준에 불과한데, 여기에 80% 기준의 성과급을 적용하면 전체 임금 수준은 다른 공공기관의 절반대까지 내려간다는 것이 노조의 설명이다.
이 같은 구조 속에서 파업은 노조 입장에서 사실상 유일한 압박 수단으로 작동해 왔다. 성과급 기준 변경은 코레일 사측이 자체적으로 결정할 수 없고, 기재부 공공기관운영위원회(공운위)에서 정책적으로 판단해야 하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노사 교섭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인 만큼, 노조는 매번 정부 결단을 끌어내기 위해 파업을 선택해 왔다는 것이다.
정부 역시 쉽게 결단을 내리지 못하는 구조다. 기재부는 코레일의 성과급 기준을 100%로 상향할 경우 성과급 인상분만 매년 700억~800억 원에 달하고, 통상임금 상승에 따른 각종 수당 인상까지 더해지면 재정 부담이 많이 늘어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결국, 형평성과 재정 부담 사이의 충돌이 매번 파업 국면을 불러왔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번에도 정부는 내년 90%, 2027년 100%로 단계적 정상화안을 제시했고, 노조는 이를 지켜보기 위해 총파업을 유보했다. 하지만 공운위 결정이 미흡할 경우 갈등은 언제든 재연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철도 파업이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는 개별 사안 처리에 그칠 것이 아니라 공공기관 성과급 제도 전반에 대한 원칙 정립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한 공공기관 관계자는 “성과급 정상화 문제를 미봉책으로 넘길수록 갈등은 누적된다”며 “정부 차원의 명확한 기준 제시가 없으면 철도 파업은 구조적으로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번 파업과 총파업 유보 국면은 기재부 분리를 앞둔 정부 판단을 압박하는 성격으로도 해석된다. 정부 조직 개편으로 기재부가 분리될 경우, 공공기관 성과급과 보수 체계는 기획예산처로 이관될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재정 관리 기능을 전담하는 기획처는 재정 확대에 더욱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고, 성과급 정상화와 같은 지출 확대 결정은 지금보다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노조가 “지금이 정책적으로 결론을 낼 마지막 시점”이라고 강조하는 배경에도 이런 판단이 깔려 있다. 분리 이후에는 성과급 정상화 문제가 정책 판단이 아닌 예산 통제 논리로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분리 이전 정부가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압박으로 이번 파업 국면을 바라볼 수 있다는 분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