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증 후 최윤범 회장 측 지분 45% 넘길 듯…내년 3월 주총 결과 영향

고려아연의 미국 제련소 투자를 위한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금지해달라는 영풍·MBK파트너스의 가처분 신청 결과가 이르면 22일 나올 전망이다. 법원 판단에 따라 경영권 분쟁 구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미국 제련소 건설을 위해 미국 정부(전쟁부·상무부)와 전략적 투자자들이 참여하는 합작법인(JV) '크루서블'을 설립하고, 이 JV를 대상으로 2조8500억 원 규모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진행하기로 했다. 유상증자가 완료되면 크루서블 JV는 고려아연 지분 약 10%를 확보하게 된다.
크루서블 JV의 지분 구조를 살펴보면, 미국 전쟁부가 약 2조 원을 출자해 지분 40.1%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참여한다. 고려아연 지분율은 9.9%다. 나머지 50%는 미국 내 전략적투자자 몫이다. 사실상 미국 정부가 JV를 통해 고려아연 지분을 간접 보유하는 셈이다.
미국 정부가 탈(脫)중국 핵심광물 공급망 구축에 사활을 걸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JV가 가진 고려아연 지분 10%는 현 경영진인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의 우호 지분으로 분류될 가능성이 크다.
영풍·MBK 측이 법원에 신주발행금지 가처분을 낸 배경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다. 유상증자에 따라 220만9715주의 신주가 발행되면 의결권 기준 영풍·MBK 측 지분율은 43.42%, 최 회장 측은 18.76%가 된다. 여기에 최 회장 측의 기존 우호 세력과 크루서블 JV, 국민연금 지분까지 합하면 최 회장 측 지분은 45%를 넘길 것으로 추산된다. 국민연금은 홈플러스 사태 이후 MBK에 비판적 입장을 보이며 3월 주주총회에서 최 회장 측에 힘을 실어준 바 있다.
법원이 가처분을 기각할 경우 미 제련소 투자는 예정대로 진행될 전망이다. 고려아연은 내년 부지 조성을 시작해 2029년부터 단계적 상업 가동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최 회장 측은 내년 3월 주총에서 이사회 1석 이상을 추가로 확보하며 경영권 분쟁에서 유리한 구도를 이어갈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고려아연은 19일 열린 가처분 심문기일에서 크루서블 JV가 2026년과 2027년 주총에서 이사 1명씩을 추천할 수 있도록 협의가 이뤄졌다고 밝혔다.
반면 법원이 가처분을 인용하면 신주 발행과 JV 설립 등의 일정이 내년으로 미뤄질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3월 주총에서 JV가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게 되면서 영풍·MBK 측이 추가적인 이사회 진입을 시도할 여지가 커진다.
19일 가처분 심문을 마친 법원은 이날 심문을 종결하고, 유상증자 대금 납입일인 26일 전에 결정을 내리기로 했다. 법조계에서는 22일께 가처분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미 제련소 투자를 둘러싼 양측의 장외 공방전도 이어졌다.
영풍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합작법인 투자자들이 체결한 '사업제휴 프레임워크 합의서'는 2년 내 최종 계약이 체결되지 않을 경우 합의서 자체가 해지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사업 실체가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고려아연만 일방적으로 재무적, 지배구조적 리스크를 부담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고려아연은 "해당 합의서는 미국 정부의 긴급한 핵심광물 공급망 구축의 필요성을 고려해 늦어도 해당 기간(2년) 내 최종 계약을 체결하자는 선언"이라며 "제련소 건설 외에도 핵심광물 공급망 확대를 위한 추가적 방안을 공동으로 모색하고 협의하겠다는 뜻을 명시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미국 정부가 고려아연 신주 인수에 수조 원을 투입한 상황에서 2년 동안 최종 계약을 체결하지 않을 수 있다는 주장은 비합리적이며 사실이 아니다"라며 "미국 정부와 전략적 투자자는 미국 제련소 총 투자 금액 74억 달러 중 91%를 부담하며, 세액 공제나 정책금융 등 다양한 혜택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