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한국에서 고령자 영양 문제의 해법으로 ‘계란’이 주목받고 있다. 단백질 품질과 소화율, 연화성 등을 갖춘 계란이 고령친화식품의 핵심 소재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정사무엘 충남대학교 농업생명과학대학 동물자원과학부 교수는 서울 서초구 aT센터에서 열린 ‘에그테크코리아 2025’ 심포지움에서 “계란은 고령자의 신체적·생리적 변화에 가장 적합하게 대응할 수 있는 단백질 식품”이라며 “초고령사회에서 식품 산업의 전략 자산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은 2025년 초고령사회에 진입했고, 고령 인구 비중이 2036년 30%, 2050년 40%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고령화가 가속화되면서 핵심 건강 리스크로 떠오른 것이 단백질 부족이다.
정 교수는 “고령자는 근감소증, 면역력 저하, 골다공증 위험이 커지기 때문에 단백질 섭취량을 성인보다 더 늘려야 한다”며 “체중 1㎏당 최소 1g, 질환이 있으면 1.2~1.5g까지 권고된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고령자의 식품 섭취 환경이다. 치아 결손과 입마름, 인지 기능 저하로 섭취량과 식품 다양성이 감소하고, 위산 분비와 소화 효소 활성 저하로 단백질 이용률도 떨어진다. 이에 따라 고령친화식품은 △저작·삼킴이 쉬운 연화성 △단백질 중심 영양 강화 △높은 소화·흡수율 △섭취 편의성까지 동시에 충족해야 한다.

정 교수는 “이 조건을 가장 잘 만족하는 식품이 계란”이라고 강조했다. 계란 단백질은 필수 아미노산을 모두 함유한 완전 단백질로, 단백질 품질 지표인 PDCAAS에서 만점(1.0)을 받는다. 특히 근육 합성에 중요한 분지사슬아미노산(BCAA)이 풍부해 고령자의 근감소증 예방에 유리하다.
소화율 역시 강점이다. 정 교수는 “고령자는 위산과 펩신 분비가 감소해 단백질 소화가 어렵지만, 계란 단백질은 상대적으로 높은 pH 환경에서도 변성이 일어나 소화가 가능하다”며 “가열 조건 조절만으로도 소화율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연구에서는 계란 단백질이 고령자의 장 환경을 개선한다는 결과도 보고되고 있다. 계란 섭취 후 장내 미생물 다양성이 회복되고 유해균이 감소했으며, 장벽 강화와 면역 반응 개선 효과가 관찰됐다.
정 교수는 “계란 단백질이 소화 과정에서 생성하는 생리활성 펩타이드의 항균·항산화 작용이 장 건강 개선으로 이어진다”라면서 “계란은 단백질 공급을 넘어 장 건강과 저속 노화까지 기대할 수 있는 전략 식품이다. 학계·산업계·정부가 협력해 고령친화식품 산업을 체계적으로 육성해야 한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