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시각] 고려아연 미국 제련소, 논쟁 너머의 의미

입력 2025-12-1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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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의 미국 테네시 제련소 투자 계획을 둘러싸고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영풍과 MBK파트너스는 미국 정부가 참여하는 합작 구조와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문제 삼아 신주발행금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반면 고려아연은 이번 투자가 글로벌 핵심광물 공급망 재편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라는 입장이다. 논쟁은 경영권 분쟁의 연장선에서 증폭되고 있지만, 사안의 성격은 그보다 넓은 맥락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세계 핵심광물 시장은 구조적 전환기에 접어들었다. 중국이 희토류와 전략 광물을 중심으로 공급망 지배력을 강화하면서, 미국은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공급망 재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국과 일본 등 우방국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공급망 구축이 추진되는 가운데, 미국 정부가 전략산업 분야에서 민간 기업에 직접 지분 투자까지 병행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고려아연의 미국 제련소 프로젝트는 이런 환경 변화 속에서 등장했다. 안티모니·인듐 등 13종 전략 광물을 현지 생산해 미국 수요를 직접 흡수하는 구조는 한미 경제안보 협력의 상징적 사례가 될 전망이다.

이번 사업은 미국 국방부와 상무부가 참여하는 전략적 파트너십을 통해 추진된다. 고려아연은 현지 자회사(크루서블 메탈즈)를 통해 제련소를 건설·운영하고, 미국 정부는 지분 투자와 정책 자금 지원을 통해 공급망 안정성을 확보하는 구조다. 기술과 공정, 생산의 주체는 고려아연에 있으며, 명시적인 경영권 이전이나 기술 통제권 양도를 전제로 한 구조는 아니다. 해외 직접투자라는 관점에서 보면, 국내 대기업들이 이미 선택해온 글로벌 확장 방식과 크게 다르지 않다. 오히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세제 혜택과 연계된 현지 생산 기반은 장기 경쟁력을 강화하는 선택으로 평가된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 우선’ 정책이 강화되는 가운데, 이러한 파트너십은 한국 기업의 북미 시장 생존 전략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

주주 가치 측면에서도 이번 투자는 일정 부분 의미가 있다. 전체 투자 규모는 약 11조 원으로 크지만, 미국 정부와 재무적 투자자가 자금 대부분을 부담하고 고려아연의 출자 비중은 제한적이다. 반면 미국 내 비철금속과 핵심광물 수요는 구조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환경 규제로 신규 제련소 진입이 제한되는 상황에서 장기적인 사업 가치는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차입 구조와 건설·운영 리스크에 대한 점검은 필요하지만, 저리 정책 자금 중심의 조달이라는 점에서 재무 부담이 과도하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평가도 나온다. 게다가 현지 생산으로 관세 리스크를 회피하고 안정적 매출 기반을 확보하는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다.

영풍·MBK 측은 절차와 구조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지만, 이미 수개월에 걸친 검토와 두 차례의 이사회 사전 설명이 진행됐다는 게 고려아연의 설명이다. 결국, 투자 구조의 적정성은 법적 판단 영역으로 넘어가게 됐다. 이는 제도적으로 예정된 과정이며, 그 결과를 지켜볼 사안이다.

다만 이번 논쟁이 경영권 분쟁의 프레임에만 갇혀서는 곤란하다. 고려아연은 세계적인 비철금속 기업이자 탈중국 공급망 전략에서 중요한 위치에 있는 회사다. 미국 제련소 프로젝트는 기업의 중장기 성장 전략인 동시에, 한미 간 핵심광물 공급망 협력이 산업 현장에서 구현되는 사례가 될 수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감정적 공방이나 단기적 이해관계가 아니라,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라는 구조적 변화 속에서 이번 투자가 갖는 의미를 냉정하게 평가하는 시각이다. 법원의 판단 역시 이러한 맥락 속에서 이뤄질 필요가 있다. 기업의 미래 성장과 국가 경제안보가 교차하는 지점에서, 더 입체적인 판단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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