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월 20일 2차 공판준비기일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추진 계획을 인지하고도 국회에 즉각 보고하지 않은 혐의로 기소된 조태용 전 국가정보원장이 첫 재판에서 공소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류경진 부장판사)는 18일 정치관여 금지 국정원법 위반, 직무유기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 전 원장에 대한 첫 공판기일을 열었다.
공판준비기일은 유무죄를 가리는 본격 재판 전 쟁점과 증거를 정리하는 절차다. 피고인 출석 의무가 없어 조 전 원장은 법정에 나오지 않았다.
조 전 원장 측은 공소사실을 모두 부인했다. 변호인은 "직무유기나 언론 인터뷰, 서한 발송 등은 모두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의 보고와 관련돼 있다"며 "피고인의 입장은 홍 전 차장의 보고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보고 내용과 피고인이 보고를 받고 인식한 내용 자체가 다르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계엄 관련 문건을 받지 않았다고 헌법재판소와 국회에서 증언한 부분 등 혐의에 대해서도 "기억과 관련된 부분"이라며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진술에 고의가 없다고 강조했다.
조 전 원장은 지난해 12월 3일 대통령실에서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계획을 사전에 알고도 국회에 보고하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다. 국정원법상 국정원장은 국가 안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상황이 발생할 경우 대통령과 국회 정보위원회에 지체 없이 보고해야 한다.
당시 조 전 원장이 대통령 집무실을 나서며 계엄 관련 문건으로 추정되는 종이를 양복 주머니에 넣는 장면이 폐쇄회로(CC) TV에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헌법재판소와 국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계엄 당일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계엄 관련 지시나 문건을 받은 사실이 없다"고 진술해 위증 논란이 불거졌다.
또 윤 전 대통령의 주요 인사 체포 지시를 폭로한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의 모습이 담긴 국정원 CCTV 영상을 국민의힘에 무단으로 제공한 혐의도 받는다. 국군방첩사령부와 함께 체포조 지원을 지시하거나 관여했다는 의혹, 홍 전 차장에게 일방적으로 사직을 강요했다는 의혹, 박종준 전 대통령실 경호처장과 공모해 홍 전 차장의 비화폰 통화 기록을 삭제했다는 의혹 등도 있다.
특검은 이날 "윤 전 대통령의 체포 지시는 변명의 여지 없는 내란의 징표였다"며 "파면 절차에서도 핵심 쟁점이었다. 조 전 원장은 윤 전 대통령의 지시를 은폐했고, 홍 전 차장을 거짓말쟁이로 몰아 윤 전 대통령에게 유리한 여론을 만들고자 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내란이 전제이기는 하나, 이 사건 쟁점은 아니다"라며 "사실관계 중 엇갈리는 부분을 중심으로 증인신문을 집중하는 방식으로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증인과 향후 일정 조율을 위해 다음 달 20일 한 차례 공판준비기일을 더 열기로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