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과 제언] AGI 시대 ‘조율자’가 필요하다

입력 2025-12-1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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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철호 | OGQ 대표,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겸임교수

범용인공지능(AGI)의 등장은 조직이 ‘어떻게 일하는가’를 넘어 ‘누가 무엇을 해야 하는가’라는 근본적 질문을 다시 던지게 할 것이다. 과거의 조직은 직무가 곧 사람의 능력을 규정했고, 사람은 자신의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시간을 투자했다. 그러나 AGI는 인간이 수백 년에 걸쳐 축적해온 기능적 역량을 단기간에 흡수하며, 실행의 대부분을 자동화하는 단계로 접어들었다. 이 변화는 직무의 본질을 해체하고, 조직 내 역할을 다시 정의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AGI가 대체하는 것은 ‘행동’이며, 인간만이 유지할 수 있는 것은 ‘의미’이다. 코드 작성, 디자인 패턴 생성, 데이터 분석, 재무모델링 등 정답과 규칙이 존재하는 업무는 AI가 더 빠르고 정확하게 처리한다. 하지만 AI는 과업에 목적을 부여하지 못한다. 만약 부여하더라도 신념이 담기지 않고, 이는 ‘왜’ 이것을 하는가가 빠지기에 인간과의 공존을 만들지 못한다. 이에, 조직의 방향을 정하고, 사업 미션을 설계하며, 시민·고객·파트너·사회와 신뢰를 구축하는 일은 여전히 인간의 몫이다. 사람은 일을 ‘하는 존재’에서, 일의 방향과 기준을 ‘정의하는 존재’로 이동하고 있다.

이 변화는 모든 직무에서 일어난다. 개발자는 코드를 작성하는 사람이 아니라, 어떤 문제를 어떤 시스템으로 해결할지 결정하는 사람이 된다. 디자이너는 시안을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 브랜드의 감성과 철학을 해석해 일관된 경험을 만드는 역할을 맡는다. PM·기획자는 문서를 쓰는 사람이 아니라, 무엇이 중요한지, 어떤 서비스를 만들지, 무엇을 먼저 해야 하는지를 판단하는 존재가 된다. 마케터는 단순히 고객을 확보하거나 광고를 제작하는 사람이 아닌, 브랜드의 서사를 설계하고 고객과의 관계를 읽어내는 존재로 재정의된다. 의료 영역에서도 마찬가지다. AI는 초기 분류와 설명을 대신하지만, 환자의 마음을 이해하고 최종 판단을 내리는 책임은 여전히 의사에게 남는다.

결국, AGI 시대의 조직이 주목해야 할 것은 ‘관계 구조’이다. 기능과 기술이 평준화되면, 조직 내부의 협업 방식과 구성원 간의 신뢰 구조가 성과를 결정한다. AI는 수많은 실행을 대신하게 되면서 구성원 간의 갈등 요인은 줄어들지만, 동시에 ‘왜 이 일을 하는가’에 대한 공감대가 더 중요해진다. 조직의 문화는 개인의 성실성보다 ‘철학의 일관성’에서 형성되고, 구성원은 자신의 기술이 아니라 ‘어떤 시각과 관점을 갖고 있는가’로 평가받게 된다.

결국, AGI는 조직의 문화를 기능 중심이 아닌 가치 중심으로 재편하고, 미션에 대한 믿음 및 이로 인해 형성되는 서로의 관계가 곧 경쟁력이 되는 시대를 연다.

조직은 ‘기능 수행자’보다 ‘AI를 조율하는 사람’을 중심으로 재편된다. 여러 AI 모델을 연결하고, 각자의 출력을 해석해 전체 시스템의 목적에 맞게 통합하는 AI 오케스트레이터(AI Orchestrator) 역할이 새로운 핵심 역량이 된다. 이들은 AI에게 무엇을 맡기고 무엇은 인간이 해야 하는지 판단하며, AI의 결과를 검증하고 위험을 예방한다. 다시 말해, AGI 시대의 리더는 단순한 관리자가 아니라 문제 정의 후, 인간과 AI의 협업을 설계하는 조율자여야 한다.

AGI 시대의 조직 경쟁력은 기술이 아니라 ‘철학’에서 나온다. 모든 기업이 비슷한 수준의 AI 도구를 활용할 수 있는 상황에서는, 어떤 철학으로 서비스를 만들고 어떤 가치를 중심에 둘 것인지가 조직의 정체성을 결정한다. 사람의 역할은 줄어들지 않는다. 오히려 실행이 자동화될수록 인간이 해야 할 일은 더 본질적인 것만 남는다. 의미를 만들고, 방향을 정하고, 관계를 구축하고, 책임을 지는 일들이다.

AGI는 인간을 대체하는 기술이 아니라, 인간이 가장 인간다운 역할로 돌아가게 만드는 기술이다. AI가 일을 대신하는 시대일수록, 인간의 판단과 철학은 더욱 중요해진다.

신철호

OGQ 대표.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겸임교수. AI, 데이터, 플랫폼 등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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