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간 불출석’ 김범석 쿠팡 의장, 과방위 청문회도 불참…국내 제도 허점 도마 위

입력 2025-12-17 17:30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 관련 국회 청문회가 '실질적 지배자' 김범석 쿠팡Inc 이사회 의장이 불출석한 가운데 17일 열렸다. 김 의장 외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등 주요 증인 대다수가 불참하자 국회는 불참자 고발 및 구인, 국정조사 등을 언급하며 쿠팡을 전방위 압박했다. 해롤드 로저스 신임 대표이사 등 이날 출석한 쿠팡 임원들도 기업의 책임을 축소하고 답변을 회피하는 듯한 태도를 보여 또 한번 공분을 샀다. 다만 일각에선 김 의장처럼 '검은 머리 외국인' 오너의 불출석이 반복되는 것은 현행 국회 시스템의 한계가 근본적 원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김범석 쿠팡Inc 이사회 의장 겸 최고경영자(CEO) (연합뉴스)
▲김범석 쿠팡Inc 이사회 의장 겸 최고경영자(CEO) (연합뉴스)

◇김범석 빠진 청문회⋯미국인 CEO "책임자는 나"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 청문회는 시작부터 김 의장이 불출석한 경위를 두고 여야 의원들의 질타가 빗발쳤다.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은 "글로벌 CEO라는 이유로 불참을 통보했는데 이는 언어도단"이라며 "국민을 우롱하고 쿠팡 투자자들에게 절망을 안긴 것"이라고 비판했다. 여당 간사인 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글로벌기업이라도 대한민국 국민이 분노하고 용서하지 않으면 그 기업은 온전하지 못할 것"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일단 해롤드 로저스 쿠팡 대표는 "(개인정보 유출 관련) 심려와 우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깊이 사과한다"며 "조사 결과와 함께 보상안을 마련해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김 의장의 현재 소재와 소통를 하고 있냐는 질문에는 "한국 쿠팡 대표는 저인 만큼 제가 대응할 문제"라며 김 의장의 보호막이를 자처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또한 개인정보 유출 문제와 관련 미국 기준으로는 신고 대상도 아니라며, 현재의 사태를 축소하는 듯한 발언도 했다. 로저스 대표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규정에 따르면 이번 사고 같은 경우는 중대 사고가 아니어서 공시할 의무는 없었다"면서 "다만 이번 이슈가 지속적으로 관심을 받는 상황이기에 이를 고려해 오늘 공시를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쿠팡의 전방위 대관 의혹도 청문회 핵심 이슈였다. 그동안 쿠팡이 대규모 대관 조직을 통해 김 의장의 국회 출석을 막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사실상 '로비 조직'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민병기 쿠팡 대외협력 총괄 부사장은 이날 청문회에서 '(대관팀의) 오찬 영수증 제출 요구' 등에 대해 "제가 결제하지 않았다"는 동문서답식 답변을 해, 최민희 과방위원장으로부터 강한 질타를 받았다.

청문회장 밖에서도 쿠팡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시민사회단체는 이날 일제히 기자회견을 갖고 쿠팡 사태 규탄에 나섰다. 국회에선 참여연대 등이 개인정보 유출 사태 진상 규명 촉구했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쿠팡 탈퇴 소비자행동 발대식을 열었다. 협의회 관계자는 "쿠팡 사태는 명백한 기업 관리 부실에서 비롯된 문제로, 쿠팡 대응 역시 소비자 신뢰를 저버린 것"이라면서 "주도적인 소비자 행동을 통해 문제 해결을 이끌어낼 수밖에 없다"며 대국민 쿠팡 탈퇴 필요성을 천명했다.

▲해롤드 로저스 쿠팡 대표이사가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열린 쿠팡 침해사고 관련 청문회에서 물을 마시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이투데이DB)
▲해롤드 로저스 쿠팡 대표이사가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열린 쿠팡 침해사고 관련 청문회에서 물을 마시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이투데이DB)

◇김범석, 10년 간 5차례 국회 증인 출석 '불응'⋯"제도 정비 시급"

이날 청문회의 최대 쟁점 사항인 김 의장의 불출석은 사실은 국내 제도의 구조적 허점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실제 김 의장은 최근 10년 간 단 한 차례도 국회 증인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았지만, 아무런 제재도 받지 않았다.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증언감정법)은 정당한 이유 없이 출석하지 않은 증인에 대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상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증감법의 제정 목적과는 달리 해당 규정이 적용된 실제 처벌은 거의 없었다. 2007년 서울중앙지검이 국감 불출석 증인 3명을 불구속 기소한 것이 사실상 처음이었을 정도다. 해외 체류 증인의 경우 출석요구서 송달 자체가 본인 동의 없이는 불가능하고, 동행명령장을 발부해도 해외 구인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설명이다.

김 의장이 한국 법망을 빠져나가는 또 다른 통로는 1998년 IMF 외환위기 당시 제정된 외국인투자촉진법이다. 외국에서 법인만 설립하면 실제 소유주가 한국인이라도 외국인 투자등록이 가능한 허점이 존재한다. 과거 이른바 ’검은머리 외국인‘ 사례에서도 이러한 제도적 허점이 규제 회피 수단으로 악용된 바 있다.

공정거래법상 총수 지정 제도도 김 의장에게 유리하게 작용한다. 쿠팡은 2021년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됐지만, 김 의장은 미국 국적을 이유로 총수 지정을 피했다. 공정위는 당시 통상 마찰 이슈 때문에 자연인을 동일인으로 지정하지 못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한미 FTA의 투자자-국가간 분쟁해결제도(ISD)가 공정위의 규제 권한을 사실상 제약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총수로 지정되지 않으면 사익편취 금지, 일감몰아주기 규제 등에서 벗어난다. 김 의장은 차등의결권으로 의결권 73.7%를 행사하며 지배력을 유지하지만, 한국에서는 법적 책임을 지지 않는 구조가 형성됐다. 2021년 6월 한국 쿠팡 등기이사직 사임도 중대재해처벌법 처벌 대상에서 벗어나기 위한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쯔양·닥터프렌즈·닥터딩요와 함께하는 국내 최초 계란 축제 '에그테크코리아 2025' 개최
  • 환율 1480원 뚫고 숨고르기… 외환스와프 카드 가동
  • 서울 주택 공시가 4.5%↑…강남·마용성 세 부담 늘듯
  • '쌍란' 달걀의 진짜 정체 [에그리씽]
  • 키, '박나래 주사 이모' 논란에 결국⋯"집에서 진료받은 적 있어, 깊이 반성"
  • 구조된 피아니스트 임동혁은 누구?
  • 최강록 "거봐, 조리길 잘했지"…'흑백요리사2' 유행어 벌써 시작?
  • AI기술ㆍ인재 갖춘 印…글로벌 자본 몰린다 [넥스트 인디아 上-①]
  • 오늘의 상승종목

  • 12.17 장종료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129,436,000
    • -0.1%
    • 이더리움
    • 4,359,000
    • -0.77%
    • 비트코인 캐시
    • 813,000
    • +1.75%
    • 리플
    • 2,841
    • +0.11%
    • 솔라나
    • 189,000
    • -1%
    • 에이다
    • 565
    • -2.25%
    • 트론
    • 416
    • -0.24%
    • 스텔라루멘
    • 323
    • -1.82%
    • 비트코인에스브이
    • 27,250
    • -0.22%
    • 체인링크
    • 18,880
    • -1.72%
    • 샌드박스
    • 178
    • -1.66%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