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대목 화재 리스크에도 미쏘 19% 성장
기민하게 트렌드 대응, 원가혁신으로 품질↑

소비심리 위축과 이상기후 등으로 침체에 빠진 패션업계에서 유독 이랜드만이 웃고 있다. 지난달 충남 천안 패션물류센터가 화재로 인해 사실상 전소된 가운데 이뤄낸 성과라 더 유의미하다. 뉴발란스라는 메가 스포츠 브랜드와 주요 SPA(제조·유통 일괄) 브랜드가 된 스파오가 전체 매출 증가세를 견인하는 가운데 여성복 SPA 브랜드 ‘미쏘’까지 든든히 입지를 굳히고 있다.
17일 이랜드그룹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누적 이랜드월드 패션사업부의 매출은 2조5311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1% 증가했다.패션업계에서 가장 많은 매출이 발생하는 4분기에는 화재라는 리스크가 발생했지만, 올해 4조 원에 가까운 매출이 유력시 된다.
지난달 15일 천안 패션물류센터에 불이 나면서 신발과 의류 등 약 1100만 점이 소실됐다. 연말 대목을 앞두고 발생한 화재로 업계 우려가 있었지만, ‘2일 5일 생산체계’ 등 이랜드는 빠른 대응으로 손실을 최소화했다. 2일 5일 생산 체계는 국내 생산기지에서 소량 생산으로 시장 반응을 테스트하고(2일), 이후 해외 파트너사에서 대량 생산으로 이어붙이는(5일) 이랜드만의 생산방식이다. 국내외 생산기지에서 빠르게 추가 물량을 생산, 물류 인프라를 활용해 공백 없이 각 매장에 전달했다.
그 결과 11월에도 주요 브랜드가 매출 성장을 이어갔다. 뉴발란스와 미쏘는 두 자릿수 이상, 스파오도 소폭 증가세다. 특히 미쏘는 11월 한 달 기준 전년 동기 대비 19% 성장했다. 패션업계 침체 속 경쟁이 가장 치열한 여성복 카테고리에서 독보적인 성과로 평가된다. 이런 성장의 배경으로는 트렌드에 빠르게 대응하면서 다년간의 연구개발로 꾸준히 품질을 강화한 점이 꼽힌다. 브랜드장과 생산MD가 해외에서 발품을 팔며 수급한 울 소재는 원가혁신을 이뤄내며 가격 변동 없이도 품질을 끌어올렸다.
미쏘는 올해 ‘출근룩’ 기획에서 성공을 거뒀다. 국내 여성 직장인 출근룩이 슬랙스와 재킷에서 청바지와 운동화로 변한 점을 포착해 출근룩 아이템을 재정의했다. 클래식한 블라우스가 아닌 티셔츠 중심으로 출근룩을 큐레이팅하며 한국 여성 체형에 맞춘 맞춤형 사이즈 체계를 확립했다. 티셔츠 매출은 전년 대비 두 자릿 수 성장을 이어가고 있으며 바지 제품인 ‘핏업팬츠’는 누적 30만 장 이상 팔렸다. 패션 트렌드에도 적극 대응했다. 올여름의 경우 바람을 머금은 듯한 ‘벌룬 스타일’이 인기를 끌었는데, 미쏘는 벌룬 스타일 제품을 선제적으로 늘리면서 매출이 상승했다. 벌룬 롱스커트와 벌룬핏 데님은 재생산에 들어갈 만큼 인기가 높았다.
잡화 카테고리 강화도 힘을 보탰다. 미쏘는 그동안 의류 의주로 성장해왔는데 새로운 매출 동력 확보를 위해 가방 등 잡화 카테고리를 키웠다. 700여 명의 온·오프라인 고객조사를 통해 ‘저렴해 보이지 않는 최소한의 퀄리티’를 핵심으로 삼았다. 철저한 고객조사와 테스트를 거쳐 디자인과 용량별 스타일 비중까지 맞춰 상품을 설계하면서 전체 매출 견인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랜드 관계자는 “미쏘는 품질과 가격의 밸런스를 통해 소비자들에게 실질적인 가치를 제공하고 있다”며 “의류를 넘어 가방, 신발, 잡화까지 아우르는 토털 패션 브랜드로 진화 중”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