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D현대로보틱스가 기업공개(IPO)를 본격화하면서 상장 전 지분투자(프리IPO)에서 인정받은 기업가치 1조8000억 원이 상장 기업가치(밸류에이션) 기준점으로 작용할지 시선이 쏠린다. 다만 저조한 수익성은 상장 스토리의 최대 걸림돌로 지목된다. 회사가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입성을 목표로 하는 만큼, 공모가 산정 논리와 잠재적 매도 물량(오버행) 관리가 공모 흥행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1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HD현대로보틱스는 이달 초 국내외 주요 증권사에 상장 주관사 선정을 위한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발송했다. 연내 주관사단을 확정한 뒤 내년 초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번 IPO 기업가치 척도로는 지난 10월 마무리된 프리IPO가 꼽힌다. HD현대로보틱스는 10월 24일 KDB산업은행과 KY PE로부터 1800억 원 규모 투자를 유치하면서 기업가치 1조8000억 원을 인정받았다. 2020년 KT로부터 500억 원을 투자받을 당시 기업가치가 5000억 원 수준으로 언급됐던 점을 감안하면, 5년 새 눈높이가 4배 가까이 높아진 셈이다.
다만 프리IPO 밸류가 곧바로 상장 밸류로 직결될지는 미지수다. 핵심 변수는 수익성이다. HD현대로보틱스 연결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매출은 2149억 원으로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3억 원 수준에 그쳤다. 당기순손실은 118억 원으로 적자를 나타냈다. 올해도 3분기 누적 매출 1769억 원, 당기순손실 75억 원으로 적자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실적 구조상 전통적인 이익지표인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이나 주가수익비율(PER) 등으로는 1조8000억 원 밸류에이션을 온전히 설득하기 어렵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EBITDA는 현재 창출하는 현금 흐름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수익성이 충분하지 않은 단계에서는 기업가치가 턱없이 낮게 산출될 가능성이 높다. PER 역시 당기순손실 상태에서 적용하려면 미래 추정 이익을 무리하게 끌고와야 해 고평가 논란이나 상장 후 주가 급락 리스크가 뒤따를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앞서 상장한 두산로보틱스 사례가 참고안으로 거론된다. 두산로보틱스는 당초 비교기업 PER을 적용해 희망 공모가 밴드를 제시했고, 이후 정정 과정에서 매출 기반 지표인 주가매출비율(PSR) 산정 결과도 함께 제시한 바 있다. 이를 통해 상장 당시 적자였음에도 1조 원대 몸값을 인정받고 흥행에 성공했다. 다만 PSR 역시 본질적으로 수익성 입증 과제가 남는 데다, 하드웨어 비중이 높은 제조업형 로봇 기업에는 소프트웨어나 플랫폼 기업 수준의 높은 배수(멀티플)를 적용하기 어렵다는 반론이 뒤따를 수 있다.
결국 HD현대로보틱스는 경쟁사 대비 큰 매출 규모를 강점으로 내세워 PSR 방식을 활용하되, 정교한 비교기업(피어그룹) 선정과 반복 매출 확대, 원가율 개선 계획 등을 함께 제시해 밸류에이션 근거를 두텁게 만드는 게 공모 흥행 핵심 관건이 될 전망이다.
신주·구주 비율 등 공모 구조도 흥행을 좌우할 대목이다. 현재 HD현대로보틱스의 최대주주는 지분 90%를 보유한 HD현대다. 나머지 지분은 KT 등 재무적 투자자(FI)들이 보유하고 있다. 상장 과정에서 구주매출 비중이 얼마나 될지, 주요 주주의 보호예수(락업) 기간이 어떻게 설정될지에 따라 상장 직후 오버행 우려가 달라질 수 있다.
상장 시장 선택도 주목된다. 현재 회사는 코스피 입성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코스피를 택할 경우 투자자 저변이 넓고 ‘대어’ 프리미엄을 기대할 수 있지만, 그만큼 실적 가시성과 밸류 논리의 정교함에 대한 요구 수준도 높아질 수 있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높아진 밸류 기준점을 IPO 공모가로 연결하려면 공모 구조를 안정적으로 설계하는 동시에 매출이 이익으로 전환되는 경로를 설득력 있게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