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데이터 트래픽 1위 국가
정부도 규제 완화, 당근 제시 등 적극적
미-중 갈등서 반사이익 누려
“내수시장 노린 포석”

인도가 인공지능(AI)과 데이터센터(DC) 산업 글로벌 허브로 빠르게 부상하고 있다. 구글, 아마존웹서비스(AWS), 마이크로소프트(MS) 등 글로벌 빅테크가 잇따라 대규모 인프라 투자 계획을 발표하면서, 인도는 더 이상 ‘차세대 후보지’가 아니라 이미 선택된 중심지로 평가받는다.
가장 큰 배경은 압도적인 디지털 수요다. 인도는 인터넷 이용자가 약 10억 명에 달하는 세계 최대 디지털 소비국이다. 인도는 모바일 데이터 트래픽 1위 국가다. 에릭슨 모빌리티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인도의 1인당 월 모바일 데이터 사용량은 30~36GB 수준인데 2030년에는 60GB 이상으로 전망된다. 데이터가 곧 연산 수요로 직결되는 AI 산업 특성상, 대규모 데이터를 현지에서 처리할 데이터센터 수요는 구조적으로 확대될 수밖에 없다.
두 번째 요인은 입지 경쟁력과 규제 환경 변화다. 인도는 대규모 산업용 부지 확보가 가능하다. 또 주정부 주도로 전력·도로·도시 인프라 확충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인도 정부 최고경제고문(CEA)은 올해 예산경제조서에서 “선진 인도 실현을 위해 규제 완화가 필수”라고 강조했고, 이후 조세·전력·도시개발·금융 등 전 부문에서 개혁이 병행되고 있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제조업 육성, 디지털 인프라 구축 등을 핵심 아젠다로 찝었다. 재정지원 등에 적극적이다. 기업들에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되고 있는 셈이다.
세 번째는 투자 규모다. 인도의 올해 자본지출 예산은 15조5000억 루피(한화 약 251조 원)로 사상 최대 수준이다. 이 중 도로·에너지·도시개발 등 인프라에 투입되는 직접자본지출만 11조2000억 루피에 달한다. 민간 부문에서도 AI 투자가 급증하고 있다. 인도의 AI 민간 투자액은 2025년 기준 약 200억 달러(약 29조 5400억 원)로, 과거 10여 년 누적 투자액을 이미 넘어섰다. MS, AWS뿐만 아니라 인도 최대 IT기업 타타컨설턴시서비스(TCS)와 인도 최대 통신사 릴라이언스 지오(Jio)는 수십억 달러 규모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인재 풀도 인도의 핵심 경쟁력이다. 인도는 매년 약 200만 명의 과학·기술·공학·수학(STEM) 인력을 배출하는 세계 최대 엔지니어 공급국이다. 영어 기반 인력 구조는 글로벌 기업의 AI 연구개발(R&D)과 데이터센터 운영을 동시에 뒷받침한다. 한국개발연구원(KDI)는 최근 보고서에서 “인도는 IT 서비스, 제조, AI 연구를 결합할 수 있는 드문 국가”라고 평가했다. 정부의 적극적 지원과 지정학적 요인도 맞물렸다. 인도 정부는 생산연계인센티브(PLI)와 반도체 육성책을 통해 서버·전자·AI 연관 산업 투자를 유도하고 있다. 동시에 미·중 갈등과 보호무역 강화 속에서 인도는 반사 이익을 누리고 있다. 미국·EU·일본과 전략적 협력 관계를 강화한 인도는 영어 기반 인력, 제도적 안정성, 지정학적 신뢰를 갖춘 대안 거점으로 부상했다.
이치훈 국제금융센터 세계경제분석 실장은 “미국, 유럽, 일본 등이 인도를 적극적으로 밀어주고 있다. 그 배경에는 인도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포스트 차이나’ 국가라는 정치적·전략적 의미가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기업들이 단순히 생산비 절감을 위해서만 인도를 선택하는 것은 아니며, 장기적으로는 인도 내수시장 진출을 염두에 둔 포석”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