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하장 44억→4억 장…일본 새해 인사, ‘손글씨’에서 ‘클릭’으로

입력 2025-12-20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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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발송 연하장만 44억 장
올해 1월 기준 4억9100만 장으로
코로나19 팬데믹 후 절반 수준 ↓
디지털화 접어들며 종이 사용 감소
우체통 대신 스마트폰 통해 SNS로 안부

(출처 日TBS)
(출처 日TBS)

1990년대 후반. 세기말을 앞둔 대한민국은 디지털 문화가 빠르게 확산하면서 연말 연하장 보내기 문화가 사라지기 시작했다. 국립민속박물관 자료에도 “2000년대 들어 모바일 메시지와 인터넷의 보급이 급격히 확산하면서 종이 연하장을 보내는 일은 점차 줄어들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스마트폰 보급이 본격화한 2010년대에는 디지털 문명이 종이 연하장을 더 빠르게 밀어내기 시작했다.

한국사회에서 연하장 보내기 문화가 생경한 추억 속에 남아있는 반면, 일본은 여전히 종이로 된 연하장을 꾸준히 주고받는다. 정갈한 글씨와 함께 도착한 연하장(年賀状)은 안부이자 예의였고, 여전히 이들에게는 관계의 확인서였다.

20일 일본우편(日本郵便)과 일본 TBS 보도 등에 따르면 일본의 연하장 발송량은 2003년 약 44억 장으로 정점을 찍은 뒤 급감 중이다. 저팬투데이 보도에 따르면 올해 1월 1일 기준으로 배달된 연하장은 약 4억9100만 장으로 전년(약 7억4300만 장) 대비 약 33% 감소했다. 2003년과 비교하면 11% 수준에 머물렀다. 일본에서도 서서히 종이 연하장 문화가 퇴색하고 있는 셈이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 대유행)을 벗어나면서 빠르게 진행된 '디지털화'도 배경 가운데 하나로 작용했다. 가장 큰 원인은 세대교체다. 젊은 세대에게 새해 인사는 이미 스마트폰 속에 있다. 라인(LINE)과 인스타그램, 엑스(Xㆍ옛 트위터) 클릭 한 번이면 수십 명에게 새해 인사를 동시에 보낼 수 있다. 시간도, 비용도 들지 않는다. 손 글씨의 온기보다 즉시성이 우선되는 시대 속에서 디지털 메시지는 서서히 자리를 굳혀가고 있다.

연하장 비용도 무시할 수 없는 부담이다. 일본 우편요금은 최근 수년간 지속해서 올랐다. 엽서 한 장 가격이 오르면서, 수십 장을 보내던 가정과 자영업자에게 연하장은 부담스러운 연례행사가 되기도 했다.

기업들도 예외가 아니다. ‘형식적 관행’이라는 인식이 확산하며, 기업 연하장을 중단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기존 세대는 상사와 거래처, 친척. 한 사람이라도 연하장을 빠뜨리면 결례가 될 수 있다는 압박이 존재했다. 거꾸로 젊은 세대일수록 이 관계 관리의 피로를 부담으로 느낀다.

(출처 日TBS)
(출처 日TBS)

인구 고령화도 연하장 감소의 배경 가운데 하나다. 연하장을 주고받던 세대가 고령화되면서 자연 감소가 발생하고 있는 것. 일부 고령층은 “이제는 연하장을 정리한다”는 의미의 ‘연하장 졸업 선언’을 엽서로 알리기도 한다. 전통을 지키되, 스스로 마침표를 찍는 방식으로 마지막 연하장을 보내는 셈이다.

그렇다고 연하장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여전히 일본우편은 1월 1일 배달을 위한 특별 물류망을 가동하고, 연하장에는 복권 번호가 인쇄된다. 문구점에는 해마다 띠 동물을 형상화한 새 연하장 디자인이 등장한다. 다만 이는 ‘대중문화’라기보다 ‘잔존 문화’에 가깝다.

일본 TBS 방송은 연하장의 쇠퇴를 일본사회 변화의 축소판으로 분석했다. TBS는 "관계가 느슨해졌고, 형식은 가벼워졌으며, 공동체적 의례는 개인의 선택으로 이동했다"고 전했다. 아날로그는 디지털로 대체됐고, 과거 신념처럼 여겼던 ‘의무’는 이제 옵션이 된 셈이다.

한 장의 엽서는 많은 것을 담고 있었다. 관계의 무게와 시간을 들이는 성의, 그리고 ‘잊지 않았다’는 증명 등이다.

연하장이 사라진다는 것은 종이 한 장의 퇴장이 아니라, 관계를 유지하는 방식이 바뀌고 있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일본에서도 여전히 연말과 연초 인사는 오간다. 다만 더는 우체통을 두드리지 않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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