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 제약사들이 올해도 대규모 인수합병(M&A)에 적극 나서며 미래 성장 동력 확보 경쟁을 본격화하고 있다. 경기 불확실성과 블록버스터 신약의 특허 만료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신약 파이프라인 확대와 기술 경쟁력 강화가 빅파마 전략의 핵심으로 떠오르면서 글로벌 M&A 시장이 다시 활기를 띠는 모습이다.
21일 외신과 제약업계에 따르면 존슨앤드존슨(J&J), 노바티스(Novartis), 화이자(Pfizer) 등 주요 빅파마들은 올해 정신신경계(CNS), 리보핵산(RNA) 기반 치료제, 비만·대사질환 등 성장성이 높은 치료 영역을 중심으로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며 산업 판도 재편을 주도하고 있다.
J&J는 올해 제약업계에서 가장 큰 규모인 146억 달러(약 21조5700억 원)를 투입해 인트라-셀룰러 테라피스(Intra-Cellular Therapies)를 인수했다. 지난 1월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를 계기로 성사된 이번 거래로 J&J는 조현병·양극성 우울증 치료제 ‘카플리타’(성분명 루마테페론)를 확보하게 됐다.
우울증 치료제 ‘스프라바토(Spravato)’를 앞세워 정신건강 치료제 시장에서 입지를 넓혀온 J&J는 이번 인수를 통해 CNS 포트폴리오를 한층 강화했다. 카플리타는 올해 11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성인 주요우울장애(MDD) 치료 보조요법으로 승인받으며, 기존 조현병·양극성 우울증 치료제에서 우울증 치료제로 적응증을 확대했다. 업계는 카플리타의 연간 매출 잠재력을 50억 달러 이상으로 추산하고 있다. J&J는 해당 제품을 중심으로 CNS 분야에서 중장기 성장 기반을 공고히 한다는 전략이다.
노바티스는 10월 120억 달러(약 17조7300억 원)를 투입해 아비디티 바이오사이언스(Avidity Biosciences)를 인수하며 RNA 기반 치료제 역량을 강화했다. 아비디티는 근육 조직에 RNA를 전달하는 플랫폼 기술을 보유한 기업으로, 듀센 근위축증(DMD) 등 유전성 신경근육 희귀질환을 타깃으로 한 RNA 치료 후보물질을 개발 중이다.
노바티스는 이번 거래를 통해 신경과학과 희귀질환 분야를 차세대 성장 축으로 삼고 있음을 보여줬다. RNA 치료제는 높은 타깃 선택성과 효능을 기대할 수 있는 차세대 플랫폼으로 꼽히며, 글로벌 제약사 간 선점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화이자는 노보노디스크와의 인수 경쟁 끝에 약 100억 달러(약 14조7700억 원) 이상을 투자하며 멧세라(Metsera)를 인수했다. 멧세라는 장기 지속형 글루카곤유사펩타이드-1(GLP-1) 계열 비만치료제를 개발 중으로, 급성장하는 글로벌 비만·대사질환 시장에서 높은 잠재력을 인정받고 있다.
화이자는 당초 9월 49억 달러(약 7조2300억 원) 규모로 멧세라 인수를 추진했으나, 노보노디스크가 경쟁에 뛰어들면서 최종 인수가는 두 배 이상으로 뛰었다. 업계에서는 코로나19 백신 매출 감소 이후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화이자의 전략적 베팅으로 보고 있다.
올해 글로벌 제약 M&A 시장에서는 성장 잠재력이 높은 치료 영역을 중심으로 대형 거래가 이어지고, 경쟁 입찰에 따른 인수 프리미엄도 빠르게 높아지는 흐름이 뚜렷하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실적 변동을 겪은 제약사들이 연구개발(R&D) 비용 부담을 줄이고 개발 속도를 높이기 위해 외부 파이프라인 확보에 적극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올해 제약 M&A는 단기적인 몸집 불리기가 아니라 미래 치료 패러다임을 선점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라며 “빅파마 간 인수 경쟁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고, 올해 성사되는 거래들이 향후 글로벌 제약산업 경쟁 구도를 좌우하는 핵심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