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프랑스서 발견 5만 년 전 사례가 가장 오래돼

인류가 불을 만들어 사용한 시점이 기존 학설보다 약 35만 년 앞선 40만 년 전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10일(현지시간) 가디언에 따르면 대영박물관의 고고학자 롭 데이비스 박사가 이끄는 연구진은 학술지 '네이처'에 이 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연구진은 영국 서퍽의 구석기 유적지 반햄에서 불에 그을려진 지층·열 충격으로 깨진 손도끼·황철석 조각을 확인했다. 황철석은 부싯돌과 부딪히면 불꽃이 이는 천연 광물이다. 연구진은 발견 지역에서는 거의 없는 희귀 광물이라며 수십 킬로미터 떨어진 해안에서 불쏘시개로 사용하기 위해 가져온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후 지구화학 분석을 통해 700도 이상의 고열에 반복적으로 노출됐던 것이 확인됐다. 연구진은 자연 발화가 아니라 인위적인 모닥불 또는 화덕이 있었다고 유추하고 있다. 데이비스 박사는 “불을 만들고 통제하는 능력은 인류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전환점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지금까지는 프랑스 북부 유적에서 발견된 약 5만 년 전 사례가 가장 오래된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불 사용의 주체는 호모 사피엔스가 아니라 네안데르탈인으로 추정된다. 연구팀에 속한 크리스 스트링어 교수는 “약 40만 년 전 영국에서 네안데르탈인이 불을 피우고 있었다는 의미”라며 “우리 종 역시 비슷한 능력을 가졌을 가능성은 있지만 직접적인 증거는 아직 없다”고 설명했다.
불 사용 시점이 크게 앞당겨지면 인류 진화 연구에도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불을 다루는 능력은 △따뜻함과 빛 △포식자로부터의 보호 △생존율 증가 △더 큰 집단을 형성 △뇌 발달 에너지 확보 등을 가능하게 했기 때문이다.
데이비스 박사는 “위 요소들이 인간을 더 적응력 있게 해 춥고 가혹한 환경에서도 살아남아 영국 같은 북쪽 지역까지 정착할 수 있게 했다”며 “불은 사회적 상호작용, 음식 공유, 언어의 발달, 초기의 이야기 전승과 신화 형성의 중심지가 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