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동산 편중된 신용 구조 바꿔야"…성장잠재력 약화 경고
전문가들 "금융이 성장판"…정책·시장 구조 동시 개편 강조
보편적 중기지원·IPO 의존 벤처시장 등 기존 금융체계 전반 재점검 필요성 부상

한국은행과 한국금융학회가 9일 '잠재성장률 제고를 위한 금융의 역할'을 주제로 공동 정책 심포지엄을 열고, 저성장 고착을 풀기 위한 금융 구조개편 방안을 제시했다.
행사에는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와 신관호 한국금융학회장이 참석해 축사를 전하고 네 가지 발표와 패널 토론이 이어졌다.
첫 번째 발표에서 조성욱 서울대 교수는 한국 자본시장이 장기간 '코리아 디스카운트'에 머무는 이유로 투자자 신뢰 부족을 지목했다. 그는 반복된 펀드 스캔들, 불투명한 지배구조, 금융회사 내부통제 취약 등이 가계의 국내 주식 투자 위축을 초래했다고 분석했다. 조 교수는 회계·공시의 투명성을 강화하고 소액투자자 보호를 강화하는 한편, 연기금과 기관투자자의 스튜어드십을 확대해야 혁신기업으로의 자본 배분이 정상화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황인도 한국은행 금융통화연구실장은 43개국 장기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를 제시하며 "신용의 총량보다 중요한 것은 '어디에 쓰이느냐'"라고 말했다. 신용이 가계나 부동산이 아닌 기업으로, 특히 중소기업이나 고생산성 기업으로 더 많이 배분될수록 성장률이 분명하게 개선됐다는 설명이다. 시뮬레이션에서는 가계신용 비중을 낮추고 기업신용을 확대할 경우 장기 성장률이 유의미하게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기산 한국은행 부연구위원은 중소기업 정책지원이 외형 성장에는 긍정적이지만 생산성·투자 측면에서는 한계를 보인다고 평가했다. 매출 규모 중심의 보편적 지원이 유망 기업을 걸러내지 못하고, 중소기업의 중견기업 전환 시 제도가 급격히 달라지는 구조가 ‘피터팬 증후군’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진단이다. 그는 업력 기반의 선별 기준, 성과연계 지원, 구조조정 제도 보완 등을 개선방안으로 제시했다.
마지막 발표에서 김진영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벤처투자 규모는 확대됐지만 인내자본 생태계는 여전히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IPO 중심의 회수 구조, 짧은 펀드 만기, 상환전환우선주 중심의 투자 관행 등으로 딥테크 기업을 장기적으로 뒷받침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김 연구위원은 연기금·법정기금의 앵커 역할 강화, 개인·퇴직연금의 비상장 자산 진입 확대, 세컨더리 펀드 및 비상장주식 플랫폼 고도화 등을 대안으로 내놓았다.
이번 심포지엄에서는 자본시장 신뢰 회복, 생산적 부문 중심의 자원 배분, 인내자본 확충 등 금융 구조전환이 잠재성장률 제고의 핵심이라는 데 전문가들의 의견이 모아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