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 미인’ 만드는 K재생 흡수기술⋯세계 여심 흔든다[차세대 K뷰티 슬로우에이징]

국내 화장품업계 기술 차별화...연어생식세포 추출 PDRN 열풍
메디큐브, 대표 제품 내세워 적극...동아제약 파티온도 크림 출시
브이티, '리들샷'으로 인기몰이...미세구멍 만들어 흡수력 높아 주목

▲K뷰티 슬로우에이징 제품 현황 (이투데이 그래픽팀=신미영 기자)

탄탄한 제품력에 합리적인 가격대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K뷰티가 글로벌 트렌드인 슬로우에이징(Slow-aging)을 주도하고 있다. 피부 관리에 관심이 많고, 어려 보이는 ‘동안’이 미의 주요 척도로 꼽히는 한국에서 이 강점이 효과적으로 발휘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8일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프리시던스 리서치에 따르면 세계 항노화 시장은 지난해 730억 달러에서 2034년 1409억4000만 달러로 두 배 가까이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항노화의 주요 시장은 의약품과 의료기기, 그리고 화장품이다.

화장품업계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노화 지연에 대한 관심이 커져, 뷰티 트렌드가 슬로우에이징, 에이지리스(Ageless) 등으로 고착화하는 중이다. 이에 한국 화장품의 유효성분 및 침투기술이 경쟁력으로 꼽히며 K뷰티 트렌드를 이어갈 키워드로 주목받고 있다.

슬로우에이징 핵심 성분으로 주목받는 원료는 PDRN(폴리데옥시리보뉴클레오티드)이다. PDRN은 연어의 생식 세포에서 추출한 DNA 조각으로 피부 조직 재생을 도와준다. 초기에는 화상 회복 등에 사용됐지만 지금은 의료·미용 분야에서 폭넓게 활용되고 있다.

PDRN 선두주자는 파마리서치다. PDRN은 이탈리아 마스텔리사의 ‘플라센텍스’가 1945년부터 시판했는데, 파마리서치가 플라센텍스 수입을 맡으면서 자체개발에 나섰고, 2012년 상용화에 성공했다. 미용의료업계에서 주사제 등을 중심으로 새로운 시장을 구축했다. 이런 흐름은 최근 화장품업계로 넘어왔다. CJ올리브영에 따르면 12월 올영세일 기간(11월 30일~12월 6일) PDRN 키워드 검색량은 지난해 행사기간 대비 300% 이상 증가했다.

PDRN 인기에 트렌디한 브랜드부터 약국 화장품 브랜드, 뷰티 대기업까지 관련 화장품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파마리서치의 화장품 브랜드 ‘리쥬란코스메틱’의 마스크팩은 특허기술 c-PDRN을 함유한 제품으로, 올해 올리브영 어워즈 ‘슬로우에이징’ 부문에서 수상하는 등 글로벌 인기를 끌었다. K뷰티 대표주자 에이피알의 브랜드 메디큐브는 PDRN 라인을 대표 제품으로 내세우고 있다. 최근 미국 인플루언서 카일리 제너가 사용해 화제가 된 K뷰티 제품도 ‘메디큐브 PDRN 펩타이드 앰플’이다. 아모레퍼시픽 등 뷰티 대기업도 PDRN 제품 출시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슬로우에이징 원료만큼 관심이 높은 기술은 ‘성분전달’이다. 기존에는 성분의 효능이 항노화 시장의 주 화두였다면, 최근에는 흡수력에도 관심이 높다. 아무리 좋은 항노화 성분이라도 피부에 얼마나 도달할 수 있는지가 효과를 좌우한다는 시각이다.

이에 국내 화장품업계에서 흡수력이 뛰어나고 성분 전달을 돕는 기술 차별화가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마이크로니들 화장품이 대표적이다. 마이크로니들은 의료계에서 아주 가는 바늘을 수십 여개 장착된 롤러를 피부 표면에 굴려 물리적으로 미세한 구멍을 만들어 피부 속으로 약물전달을 증가시키려는 방법으로 사용됐다. 화장품업계에서는 주로 스피큘 등 천연미세침을 활용해 피부에 아주 작은 구멍을 내 유효성분을 피부 속으로 침투시키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브이티는 마이크로니들 기반 앰플 ‘리들샷’으로 단숨에 글로벌 K뷰티 인기 브랜드로 떠올랐다. 미세 니들이 피부를 자극해 재생과 혈류 개선을 촉진하는 근본 메커니즘을 구현하며 기존 화장품의 한계였던 피부 속 흡수를 극복한 제품으로 평가받는다. 올해 경주에서 진행된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공식 선물로 전 세계 대통령들에게 전달됐으며, 캐롤라인 래빗 백악관 대변인이 개인적으로 구매한 제품 목록에도 포함됐다.

화장품업계 관계자는 “한국은 미용의료 강국으로 K뷰티와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현재 화장품에서 가장 주목받는 PDRN과 마이크로니들, 엑소좀 등의 기술력이 어느 나라에도 뒤지지 않는다”며 “하얗고 매끄러운 피부를 미의 기준으로 여기는 국내 문화도 슬로우에이징 트렌드 고도화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