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 들어 11월까지 우리 수출이 외형상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하며 순항하고 있지만 '반도체 호황'이라는 착시를 걷어내면 1년 전보다 뒷걸음질 친 것으로 나타났다.
반도체 외 철강·석유화학 등 다수의 주력 산업 수출은 부진을 면치 못하면서 우리 수출이 대외 변수에 더 취약한 구조로 변모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7일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올해 1~11월 누적 수출액은 6402억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6223억 달러) 대비 2.9% 증가했다. 해당 수출액은 역대 11월 누적 기준 사상 최대치다.
지난달 수출이 동월 역대 최대인 610억4000만 달러(전년대비 8.4%↑)를 기록하며 누적 수출액 증가에 힘을 보탰다.
하지만 이 같은 외형적 성장 뒤에는 '반도체 쏠림'이 자리잡고 있다.
전체 수출에서 반도체를 제외한 1~11월 누적 수출액은 약 4876억 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작년 같은 기간 반도체 제외 수출액(4949억 달러)보다 오히려 1.5% 감소한 수치다.
수출의 질적 지표인 '증감액'을 뜯어보면 격차는 더 명확해진다. 올해 11월까지 전체 수출 증가분은 약 179억 달러다. 그런데 같은 기간 반도체 수출 증가분은 252억 달러에 달한다. 반도체가 홀로 전체 수출 증가분을 웃도는 성과를 내며, 다른 업종의 부진(약 -73억 달러)을 메우고 있는 형국이다.
실제로 올해 11월 품목별 실적을 보면 반도체 수출액은 인공지능(AI) 서버용 고부가 메모리 수요 폭증에 힘입어 전년대비 38.6% 급증한 173억 달러를 기록해 역대 최대 실적을 갈아치웠다.
이로 인해 지난달 전체 수출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28.3%로, 전월(26.4%) 대비 1.9%포인트(p) 확대됐다.
반면 다수의 주력 산업 수출은 추락했다. 대표적으로 석유제품 수출은 정기보수와 유가 하락 여파로 10.3% 감소했고, 석유화학 역시 글로벌 공급 과잉에 따른 단가 하락으로 14.1% 줄었다.
철강 제품 또한 주요국 내수 부진과 보호무역주의 여파로 15.9% 감소하며 부진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15대 주력 품목 중 이들 품목을 포함한 9개 품목의 수출은 뒷걸음질 쳤다.
이러한 반도체에 편중된 수출 구조는 대외 변수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내년부터 수출 전선에 '역성장'의 먹구름이 예고되고 있다. 국책연구원인 산업연구원은 최근 경제산업 전망 발표를 통해 내년 수출액이 올해 전망치(7005억 달러)보다 0.5% 감소한 6971억 달러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수출이 마이너스로 돌아서는 것은 2년 만이다.
산업연구원은 수출 감소의 배경으로 '트럼프 2.0' 시대로 대변되는 통상 불확실성 심화와 함께 올해 수출의 버팀목이었던 반도체의 최대 실적에 따른 기저효과로 증가 폭이 둔화된 것이란 점을 제시했다.
산업연구원 관계자는 "반도체 쏠림 현상과 다른 산업의 경쟁력 약화는 장기적으로 우려스러운 부분"이라며 "반도체 편중 심화를 해소하고 수출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는 정부의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