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공급망 경쟁 본격화

국내 반도체 양대산맥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본격적인 내년도 사업에 앞서 조직 개편을 마무리했다. 양사 모두 ‘고대역폭메모리(HBM) 경쟁력 강화’에 방점을 찍었다는 평가가 나오는 만큼 내년 시장 경쟁 역시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달 조직개편을 통해 ‘HBM 개발팀’을 D램 개발실 산하의 설계팀으로 재편했다. 삼성전자는 앞서 지난해 7월 HBM 개발팀을 신설한 바 있다. 1년여 만에 HBM 관련 인력을 설계팀 소속으로 배치한 것은 차세대 HBM 제품에서 기술력을 확보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기존에 HBM개발팀을 이끌던 손영수 부사장이 설계팀장으로 선임됐다.
HBM 개발팀 인력은 HBM4(6세대), HBM4E(7세대) 등 차세대 HBM 제품 및 기술 개발을 이어갈 예정이다.
HBM 시장에서 주도권을 뺏기며 체면을 구겼던 삼성전자는 하반기부터 가시적인 성과를 속속 이뤄내고 있다. 특히 그간 퀄테스트(품질검사)에서 번번이 탈락했던 엔비디아에 HBM3E(5세대) 납품을 공식화하면서 성장이 가속화하고 있다.
내년에 본격적으로 개화하는 HBM4(6세대) 역시 최근 자체 성능 테스트(PRA)를 완료했다. PRA는 제품 출하 직전 단계로, 이를 마쳤다는 것은 대량 양산에 앞서 수율과 성능을 충족했음을 의미한다. 삼성전자는 HBM4에 타사보다 한 세대 앞선 1c D램(10나노급 6세대)을 선제적으로 적용하며 승부수를 띄웠다.
HBM4는 내년 출시되는 엔비디아의 신제품 그래픽처리장치(GPU) '루빈'에 탑재된다. 루빈에는 HBM4 8개가 탑재되며, 2027년 출시 예정인 '루빈 울트라'에는 12개가 적용된다.
넘치는 수요에 대비하기 위해 생산량 확대에도 총력을 다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2년간 중단했던 경기도 평택 5공장(P5) 건설 프로젝트를 지난달부터 재개했다. P5는 가로 650m, 세로 195m 규모의 초대형 복합 팹으로, 차세대 HBM 생산량 확대를 위한 전용기지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 역시 글로벌 주요 거점에 HBM 전담 조직을 설립하는 등 시장 리더십 강화에 나섰다.
먼저 미국과 중국, 일본 등 주요 거점에 ‘글로벌 AI 리서치 센터’를 신설하기로 했다. 해당 조직을 통해 컴퓨팅 시스템 아키텍처 연구를 가속화하고,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과 협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특히 미국 AI 리서치 센터에는 글로벌 톱티어급 인재를 영입해 시스템 연구 역량을 높인다. 안현 개발총괄 사장이 직접 조직을 이끈다.
또 AI 메모리 수요 확대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글로벌 인프라’ 조직도 만든다. 2028년 양산 예정인 미국 인디애나 어드밴스드 패키징 팹 구축도 본격화할 계획이다.
이외에도 주요 HBM 고객들에 대한 신속한 기술 지원을 위해 미주 지역에 HBM 전담 기술 조직을 신설한다. 커스텀 HBM 시장 확대에 적기 대응하기 위해 HBM 패키징 수율, 품질 전담 조직도 별도 구축해 개발부터 양산, 품질 전 과정을 아우르는 HBM 특화 조직 체계를 완성했다.
무엇보다 엔비디아의 새로운 HBM 공급망에 삼성전자가 본격적으로 합류한 만큼 엔비디아향 물량을 두고 양사 간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삼성전자가 내년 전체 HBM 시장에서 30%를 웃도는 점유율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